"아, 테스형! 아파트가 왜 이래!" #4 니는 연탄 한 장 되어 준 적 있더냐?
"아, 테스형! 아파트가 왜 이래!" #4 니는 연탄 한 장 되어 준 적 있더냐?
- 시작하는 말
우리 아파트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대부분이지만, 자기 사생활을 제쳐 두고 우리 아파트의 공동선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할 말로 내 밥에 콩만 빼먹지 않으면 5기의 공담조16명이 2년간 무엇을 해 먹던 말던 나 몰라라 하는 침묵하는 다수의 입주민처럼 살 수 있다.
암, 살 수 있고말고...
니, 춥제?
오늘은 이 팽수행님이 연탄 한 장 주꾸마...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우리 아파트에는 큰 평수에 사는 입주민들처럼, 동대표가 나오지 않는 동들이 고정적으로 12개 동쯤 된다.
소위 부자 동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속된 말로 60평에 사는 내가 30평 꺼지들하고 면상까고,
얼굴 끄실 리 가면서 아웅다웅하기 싫은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이어 말한다.
동대표 놈들이 많이 해 먹으면 내 관리비 조금 더 내면 될 거 아인교,
그러다 제 놈들이 경찰서 가는 꼴라지 보고 아이고 오지다 이 도둑놈들아! 카믄 될 거 아인교. 이랬다.
이런 입주민 만나면 동대표회의가 무색하다 씨바!
침묵하는 다수인 주제에 아파트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동대표들을 공동조 16명과 싸잡아 "지들끼리 맨날 밥그릇 싸움질이나 하고..." 이렇게 씨부리는 인간들도 만난 적이 있다.
우리 아파트에서 애쓰는 동대표들은 소위 공동선과 풀뿌리 운동가이기도 하다. 전 아파트단지를 돌며 1년 내내 풀 뽑는 동대표들도 있다.
완장 찼네, 어쩌네 카며, 이들을 보고 빈정거리는 입주민들도 더러 많다.
그래, 좋다 이기야.
니가 안 하면 그뿐이지.
뭐 주고 빰 맞게는 하지 말자.
니가 안 하면 그뿐이지,
국 쏟고 아랫도리 디이게는 하지 말자.
니가 안 하면 그뿐이지,
요강 깨고 거시기 베이기는 하지 말자.
니가 안 하면 그뿐이지,
문지방에 거시기 칭기게는 하지 말자.
부탁한다.
공담조 16명 대가리놈과 싸우기도 빡시다.
경찰서로, 우체국으로, 북구청으로... 후차 댕긴다고 바뿌데이.
내는 니 아랫목이 따뜻하도록, 내는 니 동전지갑에 동전이 비지 않도록 도둑놈들과 싸울 때
니도 내한테 가끔 한번 지나가다가
"욕 보심니더!" 한마디 해주면 주댕이 솔난다 카더나?
-마치는 말
오늘은 돈 안 되는, 그러나 보고는, 알고는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그 잘난 성미가 죄라서
아파트 일에 제 사생활을 희생해가며 침묵하는 다수의 입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동대표 운동가들을 격려하는 말을 해봤다.
어이구~ 동대표 그 일이 무슨 부귀영화 누리는 자리라꼬!
꼴랑 한 달에 5만원 받는다 됐나?
16명 공담조 대가리만 아이믄 내 이 칼 일도 없는기라!!!
-풀 뽑는 동대표 아지매 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