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낙원' 을 읽어야 할 이유...
가을이 절정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독서의 계절이라 불리는 이 가을에 사람들은 얼마나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
10월의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집에만 있기엔 좀 억울한 듯 싶어 전부 산으로
들로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기엔 더 방해가 되지 않나 싶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에서 최근 3년 연속 한국 소설 판매율이 무려 30% 이상 증가했
다는 반가운 소식을 보았다.
필리핀 님의 신간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보고 바로 주문을 했더니 5일 뒤에나 받을 수
있다고 했으나 다행히 이틀 뒤 손에 쥘 수 있었다.
택배로 온 포장지를 뜯는데 왜 그리 기분이 좋던지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몇 날 며
칠을 조르고 떼를 써서 고대하던 것을 품에 안아볼 때의 기분과 같다고 해야할런지...
암튼 주문했던 책을 받을 적마다 나는 신이 난다.
드디어 첫 장을 넘기고 작가의 말을 읽던 중 한 문장에서 까닭없이 가슴이 뭉클해지
는 것이었다.
"내게 소설 쓰기는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쓸 뿐이다.
내가 행복해야 내 소설을 읽는 사람들도 행복할 테니까."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첫 번째, '열대의 낙원'의 배경은 태국의 방콕, 치아마이, 빠이 또 첫 장편소설의 제목
'풀문파티' 가 등장한다.
첫 편을 다 읽어갈 즈음 나는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기 시작했다.
두 번째, '루앙프라방 가는 길' 역시 라오스를 배경과 함께 앙코르 왓의 역사도 말해
주고 있다 .
나는 이 두 편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대리경험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였다.
유일한 혈육인 쌍둥이 형의 주검을 확인하러 가야만 했던 동생의 처연함이라던지
마리화나에 중독되어 매춘을 할 수 밖에 없는 다이아나의 고통과 슬픔은 책을 읽으면
서 어느덧 감정이입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문장이 주는 강렬함이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리라.
짧지만 숨이 턱 막히는 문장들과 그동안 보내온 세월의 깊이만큼 작가에게 쌓인 내공
과 관록은 이 책을 통하여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더 이상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생략하겠다.
나머지는 꼭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가장 적은 돈으로 최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라고
믿는 사람이다.
적게는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서 쓴 것을 편하게 앉아서 며칠이면 다 내 것으로 만
들어 버리지 않는가.
작가들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정신과 영혼을 모조리 끌어올려 살아 움직이는 문
장을 탄생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것일까?
필리핀 님 역시 이번 단편집이 나오기까지 범인(凡人)들과는 조금 다른 감정의 삶을
살아내면서 영감을 얻었을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7편의 단편을 쓸 수 있게끔 필리핀 님에게 원동력이 돼준 최고의 비밀병기는
아마도 오랫동안 경험으로 축적된 '여행'이었으리라 감히 섣부른 추측을 해본다.
소설은 대부분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꽂혀서 그대로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 써진 소설은 나중에라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그동안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된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으
나 전부 다 실망만 하고 말았다.
어떤 영화는 보고 나서 화가 나기도 했다.
간혹 원작보다 더 흥행을 한 예외의 경우도 없지 않지만 몇몇 영화의 경우는 책에서
주는 그 깊은 감동을 스크린으로 담아내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책은 역시 책으로 읽어야 제맛인 게다.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를 어찌 사람의 표정이나 말로 다 표현해낼 수 있으랴.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는 말에 백퍼센트 공감을 한다.
아름다운 이 계절에 책 한 권 쯤은 꼭 읽고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과 사랑에 빠져있는 동안엔 내면에 숨겨있던 상처가 환치되고 코로나블루 따위로
심란해 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독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작가의 간절함이 글 속에 담겨있듯 이 한 권
의 책을 읽는 동안 가을 풍경보다 더 아름답고 풍요롭고 가슴 뿌듯한 행복을 우리에
게 선사해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