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삶’ 빌어먹을 "옳고 그름"의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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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삶’ 빌어먹을 "옳고 그름"의 세상에서...

몬테백작 2 592



‘운 좋은 삶’ (나는 이 순간 살아 있다)

 

나는 오늘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 기쁨을 느꼈다.

오랜 불화로부터 위로 받고내 무지를 깨우쳤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동안 세상과 불화하였다.

불화의 원인은 세상이 ‘옳고 그름’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과 싸웠기 때문이다.

 

즉, 세상(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알 수 있음에도 알려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르치려 들지 마. 내가 편들고 싶으니 편드는 거야.”

이렇게 옳고 그름이 좋고 싫음으로 대체되어 있음을 몰랐던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니, 세상을 이해할 힘이 생겼다.

나는 어릴적부터 모든 것에서 옳고 그름의 문제로 내몰려 살았다.

‘옳고 그름’의 문제에 집착하여 세상을 볼수록 세상과 나는 동떨어져 외톨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세상은 '좋고 싫음'에서 더 나아가 "나는 알기 싫다, 고로 혐오한다"로 대체됨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래동안 ‘옳고 그름’에 깊이 빠져들었던 나에게 위로하는 시를 하나 발견하였다.

 

 

눈풀꽃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다른 꽃들 사이에서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 루이스 글릭 Louise Gluck (미국, 1943― ) 2020년 노벨문학상


 

2 Comments
향고을 2020.10.16 10:43  
오래전 역전 변소문 낙서는 귀에 쏙쏙 들어왔건만,
노벨문학상 시인의 눈풀꽃 시는 귀에 쏙쏙 안들어오니
허허 이거 마음의 수양을 쌓으려면 아직 갈길이 머나봅니다,
옳고 그름,왼쪽 오른쪽,
상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인은 경우가 밝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가령, 임자없는 사람 끼리 배설은 무죄,
임자있는 사람 끼리 배설은 유죄,ㅎㅎ
몬테백작 2020.10.16 16:55  
눈풀꽃 시에 대해 류시화 시인의 해석을 붙입니다.

'눈풀꽃'이라는 이름의 꽃을 아는가.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 아주 이른 봄, 땅속 구근에서 피어 올라오는 작은 수선화처럼 생긴 흰 꽃이다. 설강화(雪降花)라고도 하며, 영어로도 같은 의미의 스노우드롭이라 불린다. 눈 내린 땅에서 묵묵하게 꽃을 피우는 특성 때문에 붙인 이름일 것이다. 정식 명칭은 갈란투스로, 알뿌리 식물 중에서는 가장 이르게 개화하는 꽃이다.
내가 아는 많은 이들이 이 눈풀꽃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 아니, 어찌 보면 절망과 희망, 생기 없음과 소생의 순환을 사는 것은 누구도 예외가 아니리라.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말했다. 당신이 갈구하는 것은 세상 사람 모두가 갈구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당신은 외톨이가 아니며,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고.
눈풀꽃의 개화(開花)처럼 사실 행복에는 이유가 없다. 기쁨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그냥 발견하는 것이다. 어두운 쪽으로 따라가던 습관을 접고, 공중에 떠가는 기쁨의 실마리를 붙잡는 것이다. 보라, 세상의 모든 꽃이 땅속 축축한 어둠에 저항해 막무가내로 (어쩌면 성급함을 염려하는 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우지 않는가. 그렇지 않고 주저한다면 어떻게 생명의 이유가 우리의 심장을 뚫고 지나가겠는가.
여기 기도와 같은 시가 있다. 이 시를 인생이라는 계절성 장애를 겪으며 잠시 어두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읽어 주고 싶다.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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