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이야기
이런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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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3 04:17
일회용 나무도시락, 타원형의 모서리없는 어린이용 도시락, 검정색 보온도시락, 직사각형의 노란색 양은 도시락, 플라스틱 재질의 2단 도시락. 제가 사용해 보았던 도시락통들입니다.
이 중에서 용적량은 큰데도 부피도 작고 무게도 가벼운 노란색 양은 도시락통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겨울철에는 난로 위에 올려놓고 데워서 먹을 수도 있었지요. 이렇게 데운 도시락은 밥이 살짝 눌기도해서 보온도시락통이 갖을 수 없는, 이를테면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의 차이같은, 좀 독특한 식감의 밥을 맛볼 수도 있었습니다.
보온도시락통은 장점도 있지만 부피가 큰 탓에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학년이 올라가고 책가방이 무거워지고부터는 안썼습니다. 얇은 나무로 만든 일회용 도시락은 소풍 갈 때만 사용해서 그런지 늘 김밥이 담겨져 있어서 아직도 '나무도시락 = 김밥도시락'으로 기억하고 있고요. 종이로 모서리를 붙혀서 접었다폈다 할 수 있게 만든 발상은 특허감이죠. 2단 도시락은 현재 갖고 있는 앙증맞은 도시락통인데 사용빈도가 거의 없어서 그냥 찬장 속에 넣어두고 있는 형편입니다.
도시락하면 역시 반찬이 가장 큰 관심거리인데요 제 도시락 반찬은 별 거 없었습니다. 좀 좋은 반찬을 싸가면 한 젓가락씩 집어가서 정작 저는 반찬이 모자르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무난한 거로만 갖어갔지요.
좋아했던 반찬은 고추장에 볶은 조갯살이나 지리멸치였어요. 조림반찬 중에서는 감자조림을 좋아한 편이였고요. 싫어했던 반찬은 두부였어요. 깍두기를 좋아했고 볶음김치도 무난했지만 그냥 김치는 싫어했지요. 그리고 달걀후라이와 구운 김은 꼭 있어야 했습니다.
달달한 양념고추장 한 숟가락도 빠지면 무척 서운하지요. 아무리 반찬이 없어도 양념고추장에 쓱쓱 비며서 김에 싸먹으면 도시락 한 통은 간단히 비울 수 있었으니까요.
근래에는 카페나 술집에서 양은 도시락통에 밥과 반찬을 담아 '옛날 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팔기도 한다더군요. 아래 동영상은 옛날 도시락의 가장 흔한 구성인 듯 합니다.
https://youtu.be/OSJzqOJ7Swc
(동영상 총길이 : 1분 03초)
제 도시락과 동영상 속의 도시락을 비교하자면 멸치는 고추장에 볶고 김치는 들기름에 볶는 차이점을 빼면 아주 많이 비슷해요. 근데 제 도시락에는 분홍소세지는 없었어요. 대신에 구운 김이 있었지요. 곰곰히 따져보니 제 도시락에서는 양념고추장, 달걀후라이, 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였네요.
급식제가 시행되면서 도시락이 없어진 요즘의 아이들은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는 재미를 모르겠지요? 넉달만에 20cm나 자랄만큼 폭풍성장을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어요. 더운 김이 빠지지 않은 채 식은 찬밥은 왜 그리도 달던지... 쉬는 시간마다 도시락을 야금야금 먹다보면 정작 점심시간에는 밥이 절반도 안남아 구내식당에서 우동이나 라면을 사먹어야 했었지요.
(우동국물에 말아먹는 찬밥도 별미였습니다. 그때는 뭐든 다 맛있었지만요.)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던 시절의 식성과 지금의 식성을 비교해보니 차이는 거의 없더라고요. 근데 편식은 어렸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심해졌어요. 구할 수 있는 한식 재료가 제한적이다보니 먹는 것만 먹게 되는데다 돼지고기와 생선을 극도로 기피하게 되었거든요. 게다가 어렸을 때와는 달리 제 입맛에 맞춰주는 식사를 계속 하다보니 편식이 점점 더 심해집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걸 교정하며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했지만 짧은 식성만큼은 어쩔 수가 없네요.
매일 반찬을 달리해서 도시락을 싸주시는 게 엄청 어려운 일이셨을텐데 철딱서니없이 반찬투정이나 해댔으니... 그걸 또 싫은 소리 한번 안하시고 다 들어 주셨어요.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나놓고 보니 한없이 고맙고 그리워지는 게 꽤 있더라고요. 도시락도 그 중에 하나더군요.
이 중에서 용적량은 큰데도 부피도 작고 무게도 가벼운 노란색 양은 도시락통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겨울철에는 난로 위에 올려놓고 데워서 먹을 수도 있었지요. 이렇게 데운 도시락은 밥이 살짝 눌기도해서 보온도시락통이 갖을 수 없는, 이를테면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의 차이같은, 좀 독특한 식감의 밥을 맛볼 수도 있었습니다.
보온도시락통은 장점도 있지만 부피가 큰 탓에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학년이 올라가고 책가방이 무거워지고부터는 안썼습니다. 얇은 나무로 만든 일회용 도시락은 소풍 갈 때만 사용해서 그런지 늘 김밥이 담겨져 있어서 아직도 '나무도시락 = 김밥도시락'으로 기억하고 있고요. 종이로 모서리를 붙혀서 접었다폈다 할 수 있게 만든 발상은 특허감이죠. 2단 도시락은 현재 갖고 있는 앙증맞은 도시락통인데 사용빈도가 거의 없어서 그냥 찬장 속에 넣어두고 있는 형편입니다.
도시락하면 역시 반찬이 가장 큰 관심거리인데요 제 도시락 반찬은 별 거 없었습니다. 좀 좋은 반찬을 싸가면 한 젓가락씩 집어가서 정작 저는 반찬이 모자르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무난한 거로만 갖어갔지요.
좋아했던 반찬은 고추장에 볶은 조갯살이나 지리멸치였어요. 조림반찬 중에서는 감자조림을 좋아한 편이였고요. 싫어했던 반찬은 두부였어요. 깍두기를 좋아했고 볶음김치도 무난했지만 그냥 김치는 싫어했지요. 그리고 달걀후라이와 구운 김은 꼭 있어야 했습니다.
달달한 양념고추장 한 숟가락도 빠지면 무척 서운하지요. 아무리 반찬이 없어도 양념고추장에 쓱쓱 비며서 김에 싸먹으면 도시락 한 통은 간단히 비울 수 있었으니까요.
근래에는 카페나 술집에서 양은 도시락통에 밥과 반찬을 담아 '옛날 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팔기도 한다더군요. 아래 동영상은 옛날 도시락의 가장 흔한 구성인 듯 합니다.
https://youtu.be/OSJzqOJ7Swc
(동영상 총길이 : 1분 03초)
제 도시락과 동영상 속의 도시락을 비교하자면 멸치는 고추장에 볶고 김치는 들기름에 볶는 차이점을 빼면 아주 많이 비슷해요. 근데 제 도시락에는 분홍소세지는 없었어요. 대신에 구운 김이 있었지요. 곰곰히 따져보니 제 도시락에서는 양념고추장, 달걀후라이, 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였네요.
급식제가 시행되면서 도시락이 없어진 요즘의 아이들은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는 재미를 모르겠지요? 넉달만에 20cm나 자랄만큼 폭풍성장을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어요. 더운 김이 빠지지 않은 채 식은 찬밥은 왜 그리도 달던지... 쉬는 시간마다 도시락을 야금야금 먹다보면 정작 점심시간에는 밥이 절반도 안남아 구내식당에서 우동이나 라면을 사먹어야 했었지요.
(우동국물에 말아먹는 찬밥도 별미였습니다. 그때는 뭐든 다 맛있었지만요.)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던 시절의 식성과 지금의 식성을 비교해보니 차이는 거의 없더라고요. 근데 편식은 어렸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심해졌어요. 구할 수 있는 한식 재료가 제한적이다보니 먹는 것만 먹게 되는데다 돼지고기와 생선을 극도로 기피하게 되었거든요. 게다가 어렸을 때와는 달리 제 입맛에 맞춰주는 식사를 계속 하다보니 편식이 점점 더 심해집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걸 교정하며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했지만 짧은 식성만큼은 어쩔 수가 없네요.
매일 반찬을 달리해서 도시락을 싸주시는 게 엄청 어려운 일이셨을텐데 철딱서니없이 반찬투정이나 해댔으니... 그걸 또 싫은 소리 한번 안하시고 다 들어 주셨어요.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나놓고 보니 한없이 고맙고 그리워지는 게 꽤 있더라고요. 도시락도 그 중에 하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