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112죠? 도움이 필요합니다.
조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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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16:29
저는 오랜동안 바이크를 취미로 삼고있는 바이커입니다.
2년전까지 1150cc의 고배기량 바이크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 230kg 이 넘는 괴물을 어느쯤엔가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무겁고 높은 출력에 장거리를 다녀오면 피로도가 급 상승하여 맘을 단디 먹지 않음 같이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제가 바이크를 올라타고 녀석을 운전한다는 느낌보다 바이크에 데롱데롱 메달려서 끌려다닌다는 느낌이었죠.
장고의 고민끝에 이녀석을 처분하고 650cc의 단기통 엔듀로 바이크로 기변을 합니다.
가볍고 연비좋고 정비성 또한 좋은 녀석이며 무엇보다 몇년 후 떠날 유라시아 오토바이 횡단을 위한 사전 포석이기도 하죠.
기변 후 부산근교의 바이커의 성지코스인 에덴벨리 - 밀양댐 - 표충사 - 운문댐 - 언양코스를 신나게 달리던 중 골치아픈 사고가 납니다.
임도를 타기위해 접어든 오르막길에 난데없이 토사로 길을 막아 놓은 겁니다.
진입로에 안내판이나 경고판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급브레이크를 잡고 겨우 멈출수 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유턴을 할 수 없는 도로라 바이크에 내려서 브레이크를 걸고 15m 정도의 급내리막길을 후진으로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3미터 쯤 내려왔을까 도로에 깔려있던 토사를 바이어가 밟고 그래로 좌꿍 한 후 줄줄~~ 2미터를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다행스럽게 보호장구를 풀셋트로 착용하고 있던터라 다치지는 않았지만 머리를 내리막쪽으로 넘어져있는 이녀석을 저의 힘으로 도저히 세울수가 없습니다.
근처 농가쪽에 도움을 청하러 내려오는데 죄다 노인분들만 있는터라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네요.
음... 문득 공권력의 힘을 빌어보자... 고 112로 과감하게 전화를 합니다.
사정을 설명하고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근처 순찰중이 경관님께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여쭈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보험사를 부르라더군요.
이런 일에 경찰이 출동해 줄수는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쉽지만 저한테야 급한 일이지 이분들에게는 하찮은 일일수도 있다는 수긍과 함께 전화를 끊었죠.
급기야 도로까지 내려가서 누가 없을까... 하던 참에 부부끼리 자전거 라이딩을 하시는 중년의 남성분께 도움을 부탁드렸습니다.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자신도 할리데이비슨 오너라 남의일이 아닌것 처럼 걱정해 주셨구요.
두사람의 힘을 통해 바이크를 세울수 있어고 운행가능이라 판단하에 수차례 감사인사를 드린후 귀가 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돌아와서 당시 동영상을 보여주며 와이프와 아들에게 무용담을 장황하게 늘여놓으니 걍.. 등짝 스메싱 한발 맞았습니다.
제발... 단디 타라구요. 니몸이 니꺼만은 아니라고요....
음... 보통 영화, 드라마 보면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의 도움을 많이 받던데 현실은 아닌가 봐요.
뭐. 사실 그 공권력은 더 필요한데 쓰이는게 당현하겠지만 야속했어요..
아!! 119로 전화할걸 그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