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싼, 그 명칭에 담긴 비밀 이야기 - 명이의 태국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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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싼, 그 명칭에 담긴 비밀 이야기 - 명이의 태국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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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싼이다.

 

왜 이싼일까?

 

오늘은 이싼이라는 이름에 대한 비밀을 풀어보겠습니다. 약속대로라면 역사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하지만 역사 이야기는 너무 본격적인 느낌이라 중간에 명칭 이야기를 한번 끼워넣었습니다.

 

 

 

지역은 모두 자기 이름이 있습니다. 그러한 지역의 이름에는 여러 가지 유래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를 예로 들면 대전은 한밭, 넓은 들이란 뜻입니다. 부산은 솥두껑 모양의 산이 있어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면 서울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서울은 신라의 수도 서라벌에서 나왔습니다. 

 

서라벌 => 셔ㅂ을 => 서울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언어학적인 설명입니다. 그럼 의미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서=새"로 볼 수 있는데 새롭다, 동쪽, 밝다 등의 의미를 지닙니다. 샛별을 떠올리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초저녁에 잠깐 동쪽에서 볼 수 있는 금성을 샛별로 불렀고 동쪽의 의미가 밝다, 빛, 해 등으로 발전해 나간 것으로 유추됩니다. 그리고 "벌=부리" 벌판, 평야, 너른 땅, 마을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부리란 단어는 태국에 많이 있죠. 촌부리, 랏차부리, 깐짜나부리 등등 많습니다. 

 

그럼 서울은 '새로운 땅'이라는 뜻이 되고 신라 시절부터 수도를 뜻하는 단어가 되어 지금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서울은 지명 중 거의 유일하게 한자가 없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순 우리말이죠.

 

나라 이름을 한번 봅시다.

 

조선 朝鮮 - 무슨 의미일까요?

 

19세기 구한말에 한자말을 그대로 번역하여 The Land of Morning Calm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조 朝 - 아침이고, 선 鮮 - 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역시 나라라는 뜻이라고 보면 위의 아침의 나라라는 해석이 그리 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도 조선을 ‘해가 일찍 뜨는 동방의 나라’라는 의미로 해석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나라가 해가 일찍 뜨는 나라입니까. 한국 사람이 한국을 보면 해가 일찍 뜨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보다 서쪽에 있는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조선(아침의 나라)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일본 日本 -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이 자기가 스스로 해의 근본이라고 생각할리 없습니다. 일본보다 서쪽에 있는 우리의 시각으로 봐야지 일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조선과 일본의 명명 방식을 보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외부의 시각에 찾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타자화 시키는 나라 이름 짓기입니다.

 

중국 中國 - 가운데 나라라는 뜻입니다.

 

이건 반대입니다. 주변을 타자화 시키면서 만든 이름입니다. 가운데란 개념은 주변을 생각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변을 타자화 시키지만 이 역시 스스로를 타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에서 조선, 일본과 다르지 않은 작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싼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태국 동부부 지방 사람들은 스스로를 '푸 이싼'으로 자신들의 방언을 '파사 이싼'으로 지역을 '팍 이싼'으로 부르며 이싼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ईशान • (ī́śāna, īśāná) 

 

이싼은 산스크리트어 '이샤나 ī́śāna'에서 파생한 것으로 어원은 '이샤'ī́śā'입니다. 이샤는 힌두교에서 세계의 동북부를 지배하는 시바(Shiva)신의 한 별칭입니다. 여기에서 '이싼=동북부'라는 의미가 유래했다고 여겨집니다(영국의 산스크리트어 교수 Monier-Williams의 해석).

 

이싼이 동북부라는 말을 보자면 이싼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의 동북부'에 살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세계'는 바로 태국입니다.

 

 

 

역사란 것은 간단하게 보면 그땅(예를 들면 태국 동북부 이싼)은 누구 땅이었냐는 겁니다. 주인이 누구였냐입니다. 이싼은 누구 땅이었고 누가 살고 있었을까요?

 

최초의 역사 기록을 보면 크메르의 땅이었습니다. 앙코르왓을 건설한 바로 그 크메르가 지금의 동남아시아 거의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태국 최초의 왕조 쑤코타이(13세기)가 나오고 뒤이어 아유타야(14세기)가 나옵니다. 아유타야 건국 즈음에 라오(Lao)의 왕자 파 응음은 크메르 군대의 도움(아유타야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는 설이 있음)으로 루앙프라방에 란상 왕국을 세웁니다. (1354년)

 

라오스의 역사는 란상 왕조가 시작입니다. 란(백만) 상(코끼리), 백만 마리 코끼리라는 뜻의 란상 왕국은 꽤 큰 나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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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상 왕국 시절 많은 라오인들이 메콩강을 건너 지금의 이싼 지방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크메르인들이 살고 있었기에 자연히 크메르 문화의 영향도 받으면서 이땅에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란상 왕국은 북쪽의 루앙파방, 중부의 위앙짠, 남부의 짬파삭으로 분열하게 되었고 시암인(태국 중부 동부에 살고 있는 타이족을 이르는 말)들은 동진하여 결국 이 3개 왕국을 모두 속국으로 만듭니다. 태국은 이때부터 서서히 이싼 지방에 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라오스 수도 위앙짠에 가면 커다란 동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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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상은 위앙짠의 왕이었던 아누의 동상입니다. 왼손에는 칼을 들고 오른손은 태국을 향해 내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누군가는 태국을 향해 더이상은 오지 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아누(짜오 아누웡)왕은 짬빠삭과 연합하여 1827년 태국으로 쳐들어갑니다. 파죽지세로 코랏까지 내달렸지만 시암인들의 반격을 받아 수도인 위앙짠까지 완전히 털리고 맙니다. 이때부터 태국은 이싼 지방을 본격적으로 통치하기 시작합니다. 이전까지는 이싼 지방은 작은 성읍 도시들이 있는 통치권이 불명확한 지역이었습니다. 태국은 라오스의 3개 왕국을 속국으로 두었지만 조공을 받는 형식을 취하면서 직접적인 지배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누왕의 공격을 계기로 이싼 지방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싼 사람들은 자신들이 동북 지방 사람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태국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 생각에 이점이 우리가 이싼을 이해하는데 하나의 어려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왜 이싼 사람들은 바로 메콩강 너머의 말도 같고, 음식도 같고, 문화도 같은 라오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의탁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저의 의문이었습니다. 이싼에 살면서 제가 보기에 그들은 분명히 라오 사람인데 이싼 사람들은 자신을 라오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자신을 고유하고 유일한 "나"로 느끼는 것을 주체성이라고 합니다. 

 

나는 나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

 

하지만 어떻게 나를 고유한 "나"로 인식할까요? 그것을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가 타자성입니다. 

 

주체성이 고유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라면, 타자성은 다른 사람과 다른 나를 말합니다. 

 

이싼 사람들은 현재 태국이라는 영토에 살고 있으면서 라오스 사람과는 다르다는 타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국인이지만 결코 시암인들과는 같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느끼고 있습니다. 시암인들과는 다르다는 타자성, 바로 이 두 가지의 타자성이 이싼 사람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게 제 의견입니다. 

 

스스로 고유하지 못하고 타자성을 통해서 정체성을 만드는 이싼 사람들이 그래서 좀 슬퍼 보이고 비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이상이 스스로를 푸 라오(라오 사람), 콘 타이(태국 사람)가 아닌 푸 이싼(이싼 사람)이라고 부르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습니다.

 

다음은 정말 역사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역시 응원 부탁드립니다.

21 Comments
동쪽마녀 2020.05.18 03:27  
조선이 스스로를 타자화시키는 데서 연유한 국가명이었군요.
체면을 차린다는 것 자체를 매우 나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저 같은 소심한 사람 얘기 같아서.ㅠㅠ

이싼사람들이 스스로를 라오도 시암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싼을 '태국 안 다른 나라' 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미얀마 몇몇 민족들처럼 독립이나 자치정부(?)를 원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던데
이싼사람들은 뭔가 붕 떠 있는 듯한 자신들의 정체성 때문에 슬프겠어요.

무식한 저의 질문은 참파삭과 참파는 다른 것인지요?
참파는 그 당시 왕국 이름이지요?
다음 편에 나오나요?^^

앞으로 나올 글들과 묶으신다면 학술지에 내셔도 손색 없을 글입니다.
흥미로운 글 고맙습니다, 명님!
(제 친구하고 이름이 같으십니다)
2020.05.18 03:36  
조선, 일본 국명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하나의 의견으로 봐 주세요.

짬빠삭(참빠삭)은 지금도 라오스에 있는 도시명입니다. 참파왕국과는 다릅니다. 참파왕국 이야기는 다음편에 나옵니다. 저도 짬빠삭, 참파 왕국 등등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글 쓰려다보니 공부하는 겁니다. 하루이틀 먼저 읽었다는 차이밖에는 없습니다.

늦은 시간 주무시지도 않고 댓글 올려주시네요. 감사합니다.
(명은 대학 시절에 쓰던 가명? 같은 건데 닉네임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녁놀에나비한마리 2020.05.18 16:15  
우리나라 고조선 신화나 신라 건국 신화 김해 김수로왕의 신화 등등을 보면 전부 알과 연관이 있죠. 알이라는 것은  밝음, 즉 해를 상징하죠. 이런 연유로 조선을 타자화 시키기 보다는 해를 숭상하는 고대로부터의 의식의 흐름에서 발원된 이름이라는게 타당하죠. 아침의 찬란한 해의 나라라는 의미겠죠. 고대 일본도 해를 숭상했기에 태양이 뜨는 나라라는 의미로 일본으로 국명을 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국명에 있어서 여러 이견이 존재하겠지만  두 나라의 국명이 다 태양 숭배사상에서 기원 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2020.05.18 17:07  
조선, 일본이 모두 해와 관련있는 명칭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것은 동쪽의 나라라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동쪽이라는 방위를 스스로의 주체성으로 삼는다는 것은 자신이 위치한 세계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두가지 모두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동쪽, 해, 아침, 빛, 밝음을 자신의 정체로 명명하는 것과 서쪽(동쪽에 대비되는)이란 타자를 의식한 명명.

저는 타자성에 조금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 뿐입니다. 둘다 모두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억맨 2020.05.18 03:54  
감사하게 배웁니다.
수박 겉핡기로 스쳐지나가며 보고 배우는것을  제대로 알아가는것 같습니다.
2020.05.18 04:41  
댓글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타이거지 2020.05.18 06:20  
팩케쥐,이싼여행 버스를 탄 기분입니다^^!
명가이드,명님의 술술~ ㅡ..ㅡ" 풀어 나가는 " Let me introduce you to Isaan."
타자성을 통해서 정체성을 만드는 이싼 사람들이 슬퍼 보이고 비극적으로 느껴 진다는 말씀에..
아쒸~
인생철학을 공부해야하나 ㅠㅠ
주체성과 타자성에 관해 뒹장질 해 봅니다..
자기동일성의 철학과,타자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철학으로 부터..
장자의 바닷새이야기 까지 흘러 들어가니..
육십 평생 가까이 살아오며..나는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비가 오려나 봅니다..
두부김치에 김치전을 부쳐..자문자답..인생 이슬이가 땡길 듯 해요 ㅡ..ㅡ"
명님 쑤쑤!!
2020.05.18 15:18  
가이드답게 적절한 구라와 과장을 섞어서 달립니다.

오라이!
이런이름 2020.05.18 10:35  
조선이 한자의 '소리를 빌린 표기'인지 아니면 '뜻을 빌린 표기'인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는 문제죠. 원글의 내용을 미루어 보면 뜻을 빌린 표기 쪽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로군요.

조선(朝鮮)에 대한 변변한 해석을 내놓지 못한 채 수십 년간 매달려있다보니 이걸 해결하기 위해 전반적인 흐름은 뜻을 빌린 표기 쪽으로 기울기는 했습니다. 조선이 소리를 빌린 표기라고 한다면 원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도 다르고 확인도 어려워 결론을 얻기는 거의 불가한 상태여서 그나마 뭐라도 말할 여지가 더 있는 뜻을 빌린 표기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게 현실이기도 하고요. 

조선이 뜻을 빌린 표기라면 (풀기에 쉽지 않지만) 우리 조상들이 진짜로 불렀던 이름은 무엇인가 하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지요.
(뜻을 빌린 표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삼국유사]의 '立都阿斯達開國號朝鮮'의 문구를 들어 '아사달=조선'으로 추측하는 게 통례더군요. 근데 이게 상당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주장이기도 하죠. 그래서 강하게 밀어부치지는 못하고 일본어의 아사(あさ, 朝)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정도가 고작이고요.)

우리 조상들은 실제로 뭐라고 불렀는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이 뜻을 빌린 표기라면 아침의 나라(땅)로 해석되는 게 가장 일반적이고 널리 알려진 예이긴 한데 조선이라는 국호가 '타자화의 결과물'이라는 의견은 좀 무리한 게 아닌가 싶군요.

과연 수천년 전에 우리 조상들은 나라 이름을 지으면서 '지정학적 상대성'을 따져가며 국호를 정했을까요?

일본 역시... 일본 황실의 조상신이 태양신인 아마테라스죠. 일본 종교인 신토의 최고신이 이 태양신이기도 하고요. 일본은 역사의 시작부터 자신들의 근본이 해에 있다고 주장하며 일본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아니야. 너희들은 위치적 상대성으로 일본이라고 정한 거야." 이러면 좀 이상하지 않아요?

태국의 이싼 지역을 소개하는 게 목적인 원글에 쓸데없이 조선이나 일본의 국호에 관한 장황한 댓글을 쓰는 게 어색하긴 하지만 조선과 일본의 국호와 해를 매개로 한 위치적 상대성을 연결한 건 아무래도 무리한 해석인 듯 해서 댓글을 써봅니다.
아알 2020.05.18 11:22  
이싼 시리즈 계속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점과 흐름이 명확한 매력적인 글을 인터넷에서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보통 필력이라고 부르는 게 그런 명확함에서 나온다는 걸 이 글을 보며 느끼게 됩니다.
2020.05.18 15:21  
열심히 보고 계시는 아알님을 비롯한 회원님들의 응원이 의욕을 자극합니다.

이싼 - 프롤로그
이싼 - 명칭 이야기
이싼의 역사
이싼의 언어와 문화
이싼의 정치와 경제
이싼 - 마무리

이정도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뽀뽀송 2020.05.18 13:19  
조선과 일본 국호의 유래를 한자의 뜻만으로 유추하는 건 무리가 따릅니다. 갑골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동북아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이르는 통칭이 있었을 것이고, 태평양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라 그 당시의 배를 타고는 더 이상 육지에 닿을 수 없는, 가장 먼저 태양이 떠오르는 지역에 살고 있다는 자각의 산물이 국호에 반영되었다고 볼 여지는 충분히 있거든요.

역사편에서 어디까지 언급하실지는 모르겠으나, 다이족이 지금의 인도차이나지역으로 내려온 후 정착한 지역에 따라 나라가 세워지고 무너졌으나 본디 라오스나 태국은 같은 민족입니다. 천년 가까이 다이족들끼리 다툼의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나 힘의 관계에 따라 흥망성쇄가 달라졌을 테고 이싼이란 지역명도 아마도 그 이후의 일이었을테고, 다이족 이전에 크메르나 몬족에 의해 지배될 때는 그 민족내의 또다른 이름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언어는 이싼 지역내에서도 조금씩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사투리와 같은 개념이랄까... 지역에 따라 쓰지않는 단어들도 있고, 이싼지역 학교에서는 태국어만으로 수업을 하는 관계로 언어와 관련해서는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2020.05.18 16:09  
단군이 세운 조선이라는 나라 이름의 유래를 따지는 건 어렵지요. 이건 신화나 상상의 영역이니까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성계가 선택한 조선이라는 국명은 정교하게 선택된 이름일 겁니다. 주원장에게 조선과 화령(이성계 고향 이름)을 내밀며 선택하라고 했다는 것은 조선을 선택하라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주원장이 이성계 고향 이름따위를 국호로 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14세기에 조선이란 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조선경국전에서는
"다만 기자만이 주나라 무왕의 명령을 받아 조선후(朝鮮候)가 되었다. 지금 중국의 천자는 고명(誥命)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직 조선이라는 칭호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유래가 구원(久遠)하다." 라고 유래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때 주원장이 말한 칭호가 아름답다는 뜻은 바로 아침의 나라를 의미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아침의 나라라는 것은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캄차카 반도가 있긴 하지만 문명 세계 편입 전이므로)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가 아침이라는 단어를 자발적으로 선점했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중국에 대한 타자로서의 아침(동쪽)이 아니라 민족의 시원이라 일컫는 알타이 산맥, 바이칼 호수까지 포함한 드넓은 대륙의 아침을 여는 나라라고 스스로를 정명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정명이 타자성을 지닌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함입니다. 이글은 라오도 아닌 타이도 아닌 이싼이라는 타자성에 관한 글입니다. 그래서 그 도입으로 조선, 일본, 중국이라는 국명의 타자성에 대해 먼저 썰을 풀어 본 것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더 흥미로와지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위키에 보면 따이(Tai)족 안에는 Thai족, Lao족, 미얀마의 Shan족, 중국 광시성의 Zhuang족, 베트남 북부의 Tho족, Nung족이 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뽀뽀송님이 말씀하신 다이족이 바로 이 따이Tai 泰 족을 의미한다고 생각됩니다.

태국 역사 교육에서는 라오와 타이가 같은 민족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하지만 라오스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싼 사람들도 시암인(Thai)과 다른 이싼, 라오Lao와 다른 이싼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외부자의 시선으로보면 다 같은 민족이겠습니다만 내부자의 시각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박해하고(이싼의 정치 지도자들은 공산주의자로 혹은 분리독립주의자로 몰려 피분에게 살해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소외시키고(라용의 1인당 생산량과 넝부아람푸의 1인당 생산량은 20배에 달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조롱하고(방콕 TV에서 이싼 사람 비하) 하면 자연히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을 더 크게 느낄 것입니다.
뽀뽀송 2020.05.18 19:14  
태국의 정치 지형이 지역적 편향을 띄는 이유가 지역적 차별에 대한 결과체로 보여지나, 그 근저는 역사적 배경이 아닌가 싶더군요. 2010년 같은 내전에 준하는 상황이나 군부 쿠데타로 선거 결과가 무시되는 상황에서 북부나 동북부에서는 분리 독립에 대한 움직임이 항상 생겨납니다. 짜끄리 왕조에 의해 병합되긴 했으나 통일되진 않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

명님의 인식의 깊이에 앞으로의 글이 굉장히 기다려 집니다.
매일 매일 명님의 새로운 글이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다람쥐 2020.05.18 15:15  
조선은 이성계가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단군조선'에서 따온 것 아닌가요?
여진족도 단군조선의 한 피줄이라고 꼬시고,
언젠가는 백두산 위쪽 오리지널 단군조선 땅까지 확보한다는 꿈을 꾸면서요.
2020.05.18 16:21  
단군 조선, 기자 조선, 위만 조선, 이성계 조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

이렇게 많은 조선이 있습니다.

재야사학에서는 조선을 아주 다르게 해석하면서 수메르부터 알타이를 거쳐 몽골, 만주, 한반도, 일본까지 다 포괄하는 것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냥냥 2020.05.18 15:33  
왜인지...슬프네요.

항상  모든것에 대한  대응이  감성이  먼저인지라
바꿔보려해도  안고쳐지고  나이들어가면서  더
심해지는 ...    갱년기  시작되면  아이고...


글  잘  읽었습니다~^^
2020.05.18 16:23  
이싼은 슬픈 지역이긴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가난이지요.

먼저 감성으로 다가가고 이성으로 제어(해석)하는 게 가장 좋은 접근 방법 아닙니까. 저도 무조건 감성부터입니다.
마이미마짬 2020.05.18 21:41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20.05.19 00:22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다려주세요.
공심채 2020.05.20 22:29  
이싼 지역에 대해서는 저도 예전에 아래와 같이 정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1700년대 동남이 지도를 보면 태국은 크게 아유타야와 란나로 나뉘어져 있는데 1560대에 있었던 1차 버마 침공 후 10여년만에 나레쑤언 대왕에 의해 다시 독립한 아유타야와 달리 란나왕국은 그때부터 이때까지 쭉 버마의 속국 상태였다고 합니다.

라오스 지역은 350여년간 이어져 오던 란쌍왕국이 1707년을 기점으로 루앙프라방/위앙짠/짬빠싹의 세 왕국으로 분열된 상태입니다.(실질적으로는 루앙프라방 또는 위앙짠의 영향 하에 있던 씨엥쿠앙까지 포함하면 4개의 왕국). 이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이싼 지방은 원래 라오스 영토였습니다. 

그러다가 1767년 버마의 2차 침공으로 인해 아유타야가 멸망하면서부터 세력구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딱씬대왕이 아유타야를 물리치고 톤부리 왕조를 세우면서부터 태국은 본격적인 영토확장에 들어갑니다. 분열되어 세력이 약화되었던 라오스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가 되었는데, 라오스로부터 프라깨우와 프라방을 뺏어 온 것도 딱씬이었습니다. 1801년에는 인질로 잡고 있던 위앙짠 왕조의 세 왕자 중 한 명을 돌려보내 위앙짠 왕국의 왕으로 임명하기까지 했을 정도. (왕으로 임명하면서 프라방은 되돌려 주고 프라깨우만 남김).

그래도 이때까지는 현재의 이싼 지방 중 톤부리 왕조에게 직접 조공을 바치는 속주가 된 곳은 코랏 정도 뿐이었는데 1782년 라따나꼬신 왕조 출범 이후로 태국의 영토 확장은 더 가속화됩니다. 라마1세 때인 1791년에는 루앙프라방 왕국의 왕위 승계를 결정할 정도가 되었고, 라마 2세 때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이싼 지방이 태국에게 직접 조공을 바치는 속주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라마3세 등극 얼마 후인 1826년에 위앙짠 왕국의 아오누엉 왕이 태국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가 라마3세에 의해 3년만에 위앙짠이 초토화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때 태국은 이싼 지방을 완전히 자신의 영토로 병합해 버립니다. (1826년에 영국-버마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를 합니다. 그래서, 영국이 다음 순서로 태국으로 쳐들어 올 거란 잘못된 정보 또는 판단 때문에 아오누엉이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는 썰도 있더군요. 다만, 위키를 찾아보면 그런 내용은 없고, 라마2세 장례식 때 아오누엉이 방콕에 조문왔다가 있었던 일이 반란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딱씬 이후 태국의 영토확장의 결과는 아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866년 경 태국의 영토는 오늘날의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물론 미얀마의 샨주까지 넓혀져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도에서 나오듯이 1909년까지 차례 차례 프랑스와 영국에 영토를 내어주기 시작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어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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