쏨땀을 통해서 보는 한민족의 남방 루트
쏨땀 좋아하세요?
저는 쏨땀 정말 좋아합니다. 세계 두 번째로 맛있는 샐러드(채소를 먹는 방법을 통칭하는 의미의 샐러드)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뭐냐구요? 당연히 김치죠.
쏨땀의 종류를 먼저 한번 봅시다. 이싼 살 때 찍어놓은 사진들입니다.
쏨 땀 쁠라 라 - 진한 젓갈의 정통 이싼 쏭 땀
땀 라오 - 땀을 시키면 찹쌀밥과 야채가 따라 나오는 쏨 땀
땀 타이카이켐 - 맑은 젓갈의 방콕 스타일 쏨 땀, 카이켐은 게를 뜻하는 것 같은데 잊어버렸어요.
쏨땀의 가장 큰 특징은 물론 재료인 파파야겠습니다만 저는 젓갈을 꼽고 싶습니다. 젓갈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 메콩 강에서 나왔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메콩강은 유량의 변화가 아주 심하고 유량이 풍부할 때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량이 줄어들면 물고기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메콩 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은 풍어 시기에 잡은 생선을 보존하기 위해서 젓갈을 담았습니다.
경상도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표적인 경상도 젓갈인 멸치젓은 시커먼 색깔에 생선이 덜 삭은 상태로 먹으며 냄새가 정말 지독합니다. 메콩 강 유역의 젓갈이 바로 경상도 멸치젓과 아주 똑같습니다. 이러한 시커먼 젓갈을 쁠라 라(빠라)라고 부릅니다.
라오스, 캄보디아, 이싼 지방 사람들은 젓갈이 없는 식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젓갈을 즐겨 먹습니다. 한국인 중 가장 다양한 젓갈을 먹는 제주도 사람들보다 더 많은 종류의 젓갈을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합니다.
저는 쌀농사의 한반도 전래와 함께 이 젓갈 문화가 같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을 해 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한국 사람, 한민족이라고 부르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흔히 저 북쪽의 알타이 산맥에서 기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른발 북방 민족설이지요. 알타이에서 동진, 남진을 하다 한반도로 들어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마 민족이면서 유목 민족이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고조선 시대부터 따지면 정주한 지가 오천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장롱을 들고다니는 걸 보면 유목민족의 관습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가설도 있습니다. 남방 유래설입니다. 한반도의 주민은 남쪽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쌀농사가 가장 유력한 근거입니다. 쌀농사를 지을 수 있는 수전은 가장 발전된 방식의 노동집약식 농사 기법입니다.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이 다른 농사 기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최첨단 농업 기술입니다.
이러한 수전은 남방 루트를 타고 들어온 것은 확실합니다. 메콩 델타에서 왔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저는 제 외모가 그래서인지 (동남아 어디를 가도 자국민 취급을 받는 저는) 남방 유래설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제 조상 김 수로왕의 부인이 인도 허황후라는 점도 있구요.
2004년 단국대 김욱 교수는 Y염색체와 미토콘트리아의 DNA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한민족의 유전자를 검사해보니 60%는 북방계이고 40%는 남방계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제 전공과도 좀 관련이 있어 한국어의 기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데요.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어는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요즘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알타이족의 다른 언어(터키어, 우즈벡어, 카자흐스탄어, 몽골어, 위구르어)의 친연성에 비해서 한국어의 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흐름입니다. 한국어는 기존의 어족 중에서는 알타이어족에 가장 가깝지만 한 어족으로 묶는 것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구요.
어떤 학자들은 한국어의 남방 루트를 이야기합니다. 인도의 타밀어와 한국어가 가장 비슷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어와 타밀어는 천 개 이상의 단어가 거의 똑같습니다.
나, 너, 강, 풀 등은 아예 똑같고
궁디, 빨(이빨), 깐(눈깔) 등은 아주 비슷하고
남녀의 성기를 이르는 말도 같습니다.
특히 쌀농사 관련된 어휘는 아주 유사합니다.
이싼에서 1년을 살면서 쏨땀을 먹을 때마다 수천년 전의 조상을 느꼈다고 하면 너무 과장이겠습니다만 경상도 출신인 저는 쏨땀이 너무 좋았고 아주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이상이 쏨땀을 떠올리면 드는 저의 잡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