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아래엔 두 다리가 있었고 좌우엔 두 팔이 달려 있었고 위에는 머리가 있었다. 그렇게 말한다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녀에 비하면 보통 인간의 용모란 비상구 표시의 인간 모습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퀸을 비롯하여 그녀를 본 모든 이들은 느닷없이 사람의 눈 코 입이 얼굴의 어느 위치에 달려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아우라니 할로니 날개니 하는 것 없이 그냥 미모만으로 천녀임을 넉넉하게 주장하고 있는 여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비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