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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을 보며

이런이름 13 471
구글번역에 he is a doubting thomas.라고 써보면 '그는 의심스러운 토마스입니다' 로 자동번역되어 보여집니다. 흠...

a doubting thomas는 확실한 증거를 들이밀기 전에는 믿지 않는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여서 번역은 '걔는 의심쟁이야' 정도가 옳을 거 같습니다.

이런 말이 생긴데는 사연이 있다지요.
 
토마스라는 '예수의 12제자' 중에 한 명인데 예수님이 되살아나서 왔었다는 말을 듣고는 '헐, 레알?' 하면서 못에 박히고 창에 찔렸던 예수님의 상처에 자기 손가락을 넣어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는 성서 내용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지만 보통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을 때 토마스처럼 반응할 거 같습니다.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상식으로는 이해도 안되는 일이라면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실제로 교황 그레고리오 1세는 "신앙을 위해서는 토마스 사도의 불신이 믿는 제자들의 신앙보다 우리에게 더욱 유익합니다" 라고 했답니다.

저는 저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믿어라. 안믿는 건 마귀에 씌운 거다.' 하며 의심조차 허용치 않겠다는 태도로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라. 그 의심이 해소되었을 때 너희의 믿음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라는 태도에 더 신뢰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긍정을 위한 의심을 합니다.



http://mlbpark.donga.com/mp/b.php?p=31&b=bullpen&id=201810180024346874&select=&query=&user=&site=donga.com&reply=&source=&sig=h6jcSg2A6h9RKfX2hgj9Gg-AKmlq

링크 속의 사진은 근 40년 전에 있었던 특이한 현상이랍니다. 천주교 측에서는 이 사건을 부각시키지 않았고 포교활동 수단으로 이용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기이한 현상에 매달려 종교인 본연의 자세를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서 그랬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제가 이 사진을 처음 본 건 10여 년쯤 전이였지만 잊고 지내다가 요즘 다시 생각이 나서 찾아보았습니다. 예전에 봤을 때는 '아, 신기하다. 끝!' 이였는데 다시 보면서 '이런 게 나타나는 의미는 뭘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13 Comments
sarnia 2020.03.22 11:52  
본문과는 약간 빗나간 이야기지만, 저는 예수선생을 따라다니던 사람들 중 자기 스승이 한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사람이  Thomas 와 막델리나 마리아 두 사람 정도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제가 읽어 본 기록만 보면요. 

11 년 쯤 전에, 저는 우연히 원저자로부터 얻은 도마복음강해를 모두 읽어보고 나서야 “기독교경전(신약)정경에 채택된 4 복음서가 예수 선생을 설명하는 자료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야기 길어지면 재미없으니까 이만.. ^^
이런이름 2020.03.22 15:36  
(공동번역본)성서를 드문드문 읽어는 봤지만 완독을 한 것도 아니여서 뭐라 할 말이... 정경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이다보니 외경이나 위경은 더더욱 몰라요.

저는 성서는 도움이 될 뿐 신앙심은 개인의 주관과 경험에 의해 자라나고 지켜지는 일종의 신념이라고 생각해요.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구원이라면 성서는 구원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이지 구원 자체는 아니잖아요. 성서를 잘 알고 이해할수록 구원을 획득하기 쉬워진다면 지식이 적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요?
비육지탄 2020.03.22 12:41  
이슬람과 카톨릭 모두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에서
파생된 종교라는건 학계의 정설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별이 반짝이는 컨츄리사이드 밤하늘 아래에서
와인과 함께 나누면 재미있을 소재인데요 ^^
암튼 네오나르도의 작품중 '막달라 마리아'라는게 있습니다
스페인의 5대 카테드랄중 부르고스 대성당에 걸려있는데요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 루브르의 모나리자만큼 걸작이던데요..
다소 초라하게 전시되어 있어요
뭐 그냥 그렇다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런이름 2020.03.22 15:49  
비육지탄님은 쓰레기통을 뒤지게 만든다거나 뭘 검색해보게 만드는 특별한 능력자입니다.

검색해보니... 부르고스 성당은 이미지 검색이 되는데 말씀하신 작품은 못찾겠어요. 근데 이 성당... 대단하네요. 이것도 일종의 고정관념인지는 몰라도 이런 고딕양식이 성당이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롤러캣 2020.03.24 02:38  
긍정을 위한 의심, 좋아요.
과학자들이 신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데 동의하지만 신이없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잖아요.
저는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가 궁금해요. 종교도 과학도 인간의 기원에 대해 입장이 있으니 두 분야 책을 같이 보는데요.
코스말러지와 릴리젼
인간이 생긴 것은 경우의 수가 맞아떨어져서 생긴 우연이라는게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입장인거 같아요.
인간은 죽고 결국 지구소멸하고 태양계도 사라질텐데 과학으로 보면 한순간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는 미미하고 철학 종교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자들도 신을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종교처럼 사람의 형상을 하고 내려온 신이 아니라 각자 다른 폼을 믿더라고요.
이런이름 2020.03.24 06:35  
제가 직업적인 지식 이외에 관심이 갖는 분야는 역사와 종교예요. (알고 싶은 거지 안다는 뜻은 아닙니다.) 만일 이 게시판에 올린 글 중에서 다 지우고 하나만 남기라고 한다면 저는 망설임없이 이 포스팅을 남길 겁니다. (진지하단 뜻이죠.)

저는 과학으로 종교를 재단해 보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아요. 이유는 제가 과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종교 또한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모르는 것으로 모르는 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려 하다니... 차라리 그냥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고 말겠어요.
(같은 이유에서 '유사과학'으로 종교를 옹호/설명하려는 시도에도 역시 어떤 '크레딧'도 주지 않아요.)

가끔 종교는 자기최면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해봐요. 이 의심은 아직도 유효하긴 한데 그럼에도 자기최면만은 아닐 수 있다는 증거나 상황들이 종종 있더군요. 위에서 링크한 사진도 그런 예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종교적인 의미를 갖은 저런 특이한 현상은 그리스도교 이외에 다른 종교에서도 벌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저 사진을 고른 이유는 믿을만한 증인들과 증언들과 몇 장의 사진이지만 증거도 있어 신뢰할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잊고 있었던 저 사진이 근래에는 자주 생각나요. 음... 거의 이틀이 1번 정도.

종교를 소재로 글을 올리는 게 썩 좋은 생각은 아니겠지만 혹시 설명해 주실 분이 있으면 정말 고맙고 없더라도 같이 생각해보면 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아마 '신기하다. 끝!' 이거나 "그래서 뭘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많겠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주는 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였어요.
롤러캣 2020.03.25 01:42  
저도 이글이 마음에 들어요. 혹시 더 좋은 대답을 들으시면 이 포스팅에 덧붙여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는 분이 물리학을 그만두고 교회로 직업을 바꾸어 간 사람이 있어요. 또 한분은  공학자이자 독실한 천주교인인데 매일 저녁 자기연구실을  잠그고 퇴근할때 방문고리를 잠근후에 철컥철컥 몇번씩 돌리면서 확인을 하다보니 몇년후 문고리가 헐거워졌어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저렇게 의심이 많아서 더블 체크, 트리플 체크해야 직성이 풀리면서 매우 증거가 부족한 신에 독실한 것인가. 무엇이 오래 공부한 학문을 두고- 대부분의 과학자가 무신론자인데, 목회를 하는가.

저도 과학과 종교에 많이 아는 바가 없지만 책이 나오면 봐요.
The God Delusion 리차드 도킨스
The Greatest Story Ever Told So Far (부제;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로렌스 크라우스
이런 제목에 끌려요,
저는 인간이 의미없이 소멸하는가 궁금해요. 역사도 인간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런이름 2020.03.25 11:38  
증거가 부족해도 종교에 독실해 질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체험'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남이 들어보면 별 것도 아닌데 그게 당사자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생각이나 경험 같은 것 말입니다.

이게 불교에서 말하는 '(작은) 깨달음'과 비슷할 것도 같은데... 아무튼 그런 체험으로 인해 이전과 다른 시각과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거지요.

체험이나 깨달음은 지극히 1인칭적인 경험이여서 그 느낌을 누구와 공유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다른사람이 보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나 결정이지만 당사자에게는 꼭 그렇게 해여 할 이유와 의미가 생기기도 하고요.

사실 제가 관심을 갖는 것 중에 하나가 체험이예요. 어떤 경험은 아주 굳건한 신념으로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저는 체험이 외부(신)에서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각성하는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그 생각이 저 사진을 보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 사진은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과 외부로부터 강제적으로 밀고 들어왔는 점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 혼란스럽네요.
롤러캣 2020.03.26 14:54  
불교에서의 깨달음, 원효대사의 해골에 담긴 물 이런 일화에 의해 시각이 달라진다는 거를 저도 여러번 생각했는데요.  갓딜루젼이라는 책에서도 과학자들의 각성에 대한 언급이 있어요.
도킨스는 종교인들이 말하는 퍼스널갓, 수퍼내추럴갓을 부정하지만 과학자들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면서 경이로운 존재를 찬양한다고 썼는데요. 암만해도,
뉴튼의 만류인력에 기도하기엔 좀 이상하지 않나
과학자의 신은 퍼스널갓보다 기도드리기엔 좀 그렇다고 해서 재밌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한텐 신념으로 바뀔 만한 체험이 없었습니다만 어느분야에 아주 깊은 지식을 가지게 되어도 스스로 각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런이름 2020.03.27 09:30  
각성까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깨달음은 어느 분야에서나 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게 갖고 있는 의심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하는 건 별개 문제라서 아쉽지만요.
(사실 지난번 댓글에 깨달음에 관해 장황하게 썼다가 글이 너무 길어져서 지웠었지요.)

'뉴튼의 만류인력에 대고 기도하기엔 좀 이상하지 않나?' 이거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라 한참동안을 빙긋빙긋 웃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써먹을께요.
이런이름 2020.03.25 12:03  
인간이 의미없이 소멸하는가? 음... 전 단순하게 혹은 멍청하게 생각했어요.
 
사람이든 짐승이든 유기물이든 무기물이든 질량을 갖고 존재하는 것이 소멸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건이죠.

셀 수 없이 많은 소멸 중애서 인간의 소멸이 혹은 나의 소멸이 특별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냥 생성 - 변화 - 소멸의 자연적인 과정 중에 하나일 뿐이고 그래서 '이미 주어진'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 뿐이죠.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종교마다 문화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쇼핑하 듯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선택할 수 있다고 봐요. 기성품이 다 마음에 안들면 수제품으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도 상관없고요.

문제는 의미를 부여하고 나서부터겠죠.

후에 바뀔지는 몰라도 현재까지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마 저는 저 자신을 그다지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무의미한 소멸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 서운해 할 것 같지 않아요. 오히려 반길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것들과 비교해 봐도 공평하잖아요.

(알려주신 책은 서점에 가면 찾아볼께요. 요즘엔 서점에서 차 마시며 책을 읽어보고 고를 수 있어서 좋아요. 사실은 제게 서점은 사람 만나서 조용하게 차마시고 이야기하는 목적으로 가는 경우가 90% 이상이지만요.)
롤러캣 2020.03.27 16:13  
전에 일기장을 버리면서 남편한테 일기장 남기는게 남사스럽다고 하니 죽으면 다 끝난다 죽은 사람이 무슨 감정을 느끼냐, 후세에 유전자를 남기는 게 큰 거지 합니다. 자기애가 있으면 소멸하지 않고 자손의 유전자로 계속 살아가는게 중요할 거 같습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소멸은, 언젠가 지구와 소멸해버리면 은하계 어디에도 인류의 흔적이 남지 않게 되니까 의미를 탐색하는 듯 합니다. 우리가 정말 accidental being이라도 생겨난 의미가 있을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자연의 법칙도 많이 발견해냈고 이정도 성취한 존재는 인류밖에 없으니 소멸해버리면 아까울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도 반즈앤노블안에 스벅처럼 서점에 찻집이 들어와 있나봐요? 저는 서서보던 종로서적 세대라 몰랐습니다. 좋으네요.
이런이름 2020.03.28 09:44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형 서점은 물론이고 작은 서점들은 부수입을 위해 아예 카페를 겸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미국서는 싫든 좋든 온라인 서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일단 고를 수 있는 책 종류가 많으니까요. 일정 액수 이상 구입하면 무료배송도 해주고요.
예전에는 결제 화폐가 달라 불편하거나 구입을 포기해야 했었는데 이젠 이런 점에서도 문제가 없어요. 같은 책을 한화와 미화로 비교하면 더 비싸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비싸긴 하지만 옛날 생각하면 오히려 고마운 생각마저 들어요.

어쩌면 남편분 말씀대로 번성하는 게 사람에게 주어진 의미일지도 모르죠. 성서 창세기에도 그렇게 쓰여 있던 걸로 기억해요.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한 말이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번창하여라'로 기억해요.
그게 전부라면 좀 허무할 것도 같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의미를 찾고 부여하려는 걸지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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