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음식 : 에그 푸 영
이런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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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2:14
지금은 달걀이 값싸고 흔한 식재료 중에 하나이지만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은 달걀이 아주 귀하지는 않았어도 그렇다고 흔하지도 않았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 다닐 때 할아버지 선생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달걀이 손님이나 오셔야 먹어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였다고 하셨습니다. 오래 전에 선종하신 어느 신부님의 회고록에는 이른 아침에 복사(altar boy)를 하러 성당에 가면 외국인 신부님이 가끔 삶은 달걀을 쥐어 주시곤 했는데 어린 마음에 신부가 되면 매일 달걀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신학교에 가기로 마음을 굳혔었다는 대목도 나오더군요.
제가 두부는 어려부터 안좋아했고 육고기는 점점 싫어지고 생선은 못먹는 터라 요즘엔 단백질 섭취를 달걀에 많이 의존하는 편입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번번히 같은 방식으로 먹는 것도 지루해져서 근래에는 이런저런 달걀요리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조리법도 많아서 10가지 정도를 고르고 추려 놨습니다. 음...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음식 중에 달걀채를 엄청 많이 넣어 만드는 달걀폭탄김밥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걸 조금 변형해서 다른 재료없이 달걀채만 잔뜩 넣고 누드김밥을 만들었습니다. 만들기도 쉽고 모양도 좋고 제 입에는 일식달걀초밥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소스나 토핑에 따라 확장성도 좋아서 한줄 한줄 각기 다른 맛으로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달걀요리 중에 에그 푸 영(egg foo young)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중국식 오믈렛 튀김이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계란에 살짝 데친 숙주나물과 몇가지 야채 등을 넣고 섞어 호빵처럼 두툼하게 튀겨낸 후에 그래이비(gravy)를 끼얹어 먹는 음식입니다. 계란튀김 자체는 약간 퍼석퍼석하지만 그래이비가 있어 그냥 저냥 먹을만 합니다. 특별한 맛이 있다기보다는 값싸고 푸짐한 음식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중국 광동지역의 음식인 부용단(芙蓉蛋)이 원형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중국에서 먹는 방법과는 조금 다르게 먹기 때문에 어찌보면 미국식 중국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료도 단출하고 특별한 조리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 단순한 음식이지만 모든 튀김음식이 그렇듯 집에서 만드려면 꽤나 번거롭습니다. 집에서는 기름을 아끼려고 그러는지 대부분 부침개처럼 납작하게 만들더군요. 어차피 기름맛과 그래이비맛으로 먹는 거니까 큰 상관은 없겠지만 역시 씹을 때 식감에는 차이가 있겠죠.
이 에그 푸 영은 제게는 추억이 담긴 음식입니다. 미국에 와서 처음 사귀었던 친구(?)가 좋아하던 음식이였지요. 제가 영어를 몰라 대화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1년을 넘게 거의 매일 찾아와 한두 시간씩 이야기를 나눠주고 지리를 몰라 구경을 못다녔다는 말을 듣고 풍족치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돈과 시간을 들여 워싱톤 DC 구경도 시켜주었던 친구였습니다.
그때는 제가 인종에 관한 사고방식이 무척이나 편협했던 터라 받아주지는 못했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녀의 동생이 미인대회에 참가할만큼 형제자매 모두 인물이 출중했거든요. 제가 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그녀와는 점차로 멀어져갔는데 당시에는 그녀가 느꼈을 소외감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기엔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요. 음... 사실은 매일 찾아와주니까 귀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 같습니다.
에그 푸 영은 그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너무 순진했던 시절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식입니다.
ㅁ
이 글을 쓰다가 찾아봤는데 인도네시아의 '푸 용 하이'라는 음식이 에그 푸 영과 같다고 하네요. 사진으로 보니 똑같은 음식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중식당에도 에그 푸 영이 메뉴에 있다고 하고요. 왠지 태국에도 있을 듯 하여 태사랑에서도 찾아보니 요술왕자님이 올린 태국음식 중에 '카이찌여우'가 에그 푸 영에 가까워 보이는데 태국에서는 그래이비없이 그냥 먹는 듯 하네요. 사실 그래이비 없이 먹는 게 전통적인 중국식이긴 하지만 많이 퍽퍽할 것 같아요. 한국사람들이 카이찌여우를 먹을 때는 쏨땀이나 공심채볶음을 곁들여 먹을 거 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제가 두부는 어려부터 안좋아했고 육고기는 점점 싫어지고 생선은 못먹는 터라 요즘엔 단백질 섭취를 달걀에 많이 의존하는 편입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번번히 같은 방식으로 먹는 것도 지루해져서 근래에는 이런저런 달걀요리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조리법도 많아서 10가지 정도를 고르고 추려 놨습니다. 음...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음식 중에 달걀채를 엄청 많이 넣어 만드는 달걀폭탄김밥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걸 조금 변형해서 다른 재료없이 달걀채만 잔뜩 넣고 누드김밥을 만들었습니다. 만들기도 쉽고 모양도 좋고 제 입에는 일식달걀초밥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소스나 토핑에 따라 확장성도 좋아서 한줄 한줄 각기 다른 맛으로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달걀요리 중에 에그 푸 영(egg foo young)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중국식 오믈렛 튀김이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계란에 살짝 데친 숙주나물과 몇가지 야채 등을 넣고 섞어 호빵처럼 두툼하게 튀겨낸 후에 그래이비(gravy)를 끼얹어 먹는 음식입니다. 계란튀김 자체는 약간 퍼석퍼석하지만 그래이비가 있어 그냥 저냥 먹을만 합니다. 특별한 맛이 있다기보다는 값싸고 푸짐한 음식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중국 광동지역의 음식인 부용단(芙蓉蛋)이 원형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중국에서 먹는 방법과는 조금 다르게 먹기 때문에 어찌보면 미국식 중국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료도 단출하고 특별한 조리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 단순한 음식이지만 모든 튀김음식이 그렇듯 집에서 만드려면 꽤나 번거롭습니다. 집에서는 기름을 아끼려고 그러는지 대부분 부침개처럼 납작하게 만들더군요. 어차피 기름맛과 그래이비맛으로 먹는 거니까 큰 상관은 없겠지만 역시 씹을 때 식감에는 차이가 있겠죠.
이 에그 푸 영은 제게는 추억이 담긴 음식입니다. 미국에 와서 처음 사귀었던 친구(?)가 좋아하던 음식이였지요. 제가 영어를 몰라 대화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1년을 넘게 거의 매일 찾아와 한두 시간씩 이야기를 나눠주고 지리를 몰라 구경을 못다녔다는 말을 듣고 풍족치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돈과 시간을 들여 워싱톤 DC 구경도 시켜주었던 친구였습니다.
그때는 제가 인종에 관한 사고방식이 무척이나 편협했던 터라 받아주지는 못했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녀의 동생이 미인대회에 참가할만큼 형제자매 모두 인물이 출중했거든요. 제가 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그녀와는 점차로 멀어져갔는데 당시에는 그녀가 느꼈을 소외감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기엔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요. 음... 사실은 매일 찾아와주니까 귀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 같습니다.
에그 푸 영은 그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너무 순진했던 시절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식입니다.
ㅁ
이 글을 쓰다가 찾아봤는데 인도네시아의 '푸 용 하이'라는 음식이 에그 푸 영과 같다고 하네요. 사진으로 보니 똑같은 음식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중식당에도 에그 푸 영이 메뉴에 있다고 하고요. 왠지 태국에도 있을 듯 하여 태사랑에서도 찾아보니 요술왕자님이 올린 태국음식 중에 '카이찌여우'가 에그 푸 영에 가까워 보이는데 태국에서는 그래이비없이 그냥 먹는 듯 하네요. 사실 그래이비 없이 먹는 게 전통적인 중국식이긴 하지만 많이 퍽퍽할 것 같아요. 한국사람들이 카이찌여우를 먹을 때는 쏨땀이나 공심채볶음을 곁들여 먹을 거 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