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힘든 일본의 식습관
이런이름
10
782
2020.03.16 15:36
(다수의 일본어가 포함되어 있어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육식이 점점 싫어지면서 생긴 풍선효과같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작년 여름부터 (일식)튀김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바삭바삭함이 느껴지는 사진 속의 튀김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꽤 오랫동안 틈틈히 인터넷을 구석구석 뒤져 보았습니다. 몇번 만들어 보면서 튀김옷도 튀김옷이지만 튀김기름의 양과 온도가 무척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식당을 하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그 식당에서 사용하는 40lbs. 용량의 튀김기에서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비슷하게는 만들어지더군요. 관심있는 음식을 알아간다는 건 즐거운 일이였습니다.
일식튀김에 대해 알아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습니다. 최대한 바삭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들여서 튀겨 놓고는 정작 텐쯔유라는 디핑소스에 푹 담가서 (적셔) 먹거나 심지어는 아예 녹차 우린 물을 부어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먹는 텐푸라차즈케라는 모순된 식사법이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궁금한 건 아니였습니다. 튀김을 텐쯔유에 살짝만 찍어 먹거나 아니면 소금에 찍어먹어도 되니까요. 텐푸라차즈케는 아예 먹어볼 생각조차 없었고요. 하지만 (강판에 갈아 물기를 대충 짜낸 무) 다이콘오로시는 지금도 궁금합니다.
튀김전문 요리사들은 텐푸라는 식었을 때 보다는 따뜻할 때가 더 맛있고 더 바삭바삭하다며 만든지 1분 안에 먹으라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텐푸라 온도와 텐쯔유 온도가 비슷해야 더 맛있다고 하여 튀김전문점에서는 텐쯔유를 따뜻하게 보관하기 위해 보온병까지 사용하여 온도관리를 합니다. 사실 왠만한 사람들은 텐쯔유가 뜨겁든 차갑든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역시 전문점다운 세심한 배려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좀 이상합니다.
텐쯔유와 같이 나오는 오로시를 튀김 위에 얹어서 먹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텐쯔유에 섞어서 먹지요. 모리소바를 먹을 때 오로시를 쯔유에 섞어 먹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로시를 즉석에서 갈아 물기를 짜내고 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대개는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조금씩 덜어 줍니다. 업소에 따라 상온보관을 하기도 하고 내장보관을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만들고 어떻게 보관을 하던지 텐쯔유 온도에 맞춘 따뜻한 오로시를 주는 경우는 못본 것 같습니다.
따뜻해야 맛있다며 텐쯔유는 따뜻한 걸 주면서 거기에 넣어 먹으라고 차가운 오로시를 주는 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따뜻한 텐쯔유에 차가운 오로시를 넣어 섞으면 온도가 뚝 떨어져서 텐쯔유를 따뜻하게 보관했던 정성이 무위가 될 거 같은데 말이죠.
바삭바삭하게 튀겨서 정작 먹을 때는 적셔 먹는 방법도 좀 이상하고 텐쯔유가 따뜻해야 맛있다고 하면서도 먹을 때는 온도를 떨어트리는 것도 이상하고... 이게 생존에 기초가 되는 음식에서조차 드러나는 일본인들의 섬세함인지 아니면 변덕스러움인지 그것도 아니면 혼네와 다테마에로 표현되는 특유의 이중성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도 모순된 식습관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모를 수도 있는 것처럼 일본인들도 "그렇게 먹어왔고 또 그렇게 먹는 게 맛있으니까."라며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의문일 수 있겠지만 일본인이 아닌 어떤 사람에게는 특이하게 보인다는 것 뿐입니다.
ㅁ
가장 관심있는 튀김은 카키아게 입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었지만 어려서는 먹고 싶은 것 중에 꼭 들어가던 음식이 '뗀뿌라'라고 부르던 야채튀김입니다. 학교 가는 길에 이 야채튀김을 만들어 파는 노점 앞을 지나다녀야 했거든요. 그래서 친숙하기도 했고 고소한 기름 냄새에 끌리기도 했고 비싼 가격 탓에 자주 사먹지 못해서 더 맛있게 느꼈던 음식입니다. 그때 먹었던 건 반죽이 좀 걸쭉한 탓에 튀김빵 비슷한 식감도 약간 있어서 지금 만드는 것처럼 야채를 가늘게 채썰어 아주 묽은 반죽을 입혀 만드는 튀김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야채빵 비슷한 튀김은 여전히 추억의 간식입니다.
육식이 점점 싫어지면서 생긴 풍선효과같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작년 여름부터 (일식)튀김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바삭바삭함이 느껴지는 사진 속의 튀김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꽤 오랫동안 틈틈히 인터넷을 구석구석 뒤져 보았습니다. 몇번 만들어 보면서 튀김옷도 튀김옷이지만 튀김기름의 양과 온도가 무척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식당을 하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그 식당에서 사용하는 40lbs. 용량의 튀김기에서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비슷하게는 만들어지더군요. 관심있는 음식을 알아간다는 건 즐거운 일이였습니다.
일식튀김에 대해 알아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습니다. 최대한 바삭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들여서 튀겨 놓고는 정작 텐쯔유라는 디핑소스에 푹 담가서 (적셔) 먹거나 심지어는 아예 녹차 우린 물을 부어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먹는 텐푸라차즈케라는 모순된 식사법이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궁금한 건 아니였습니다. 튀김을 텐쯔유에 살짝만 찍어 먹거나 아니면 소금에 찍어먹어도 되니까요. 텐푸라차즈케는 아예 먹어볼 생각조차 없었고요. 하지만 (강판에 갈아 물기를 대충 짜낸 무) 다이콘오로시는 지금도 궁금합니다.
튀김전문 요리사들은 텐푸라는 식었을 때 보다는 따뜻할 때가 더 맛있고 더 바삭바삭하다며 만든지 1분 안에 먹으라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텐푸라 온도와 텐쯔유 온도가 비슷해야 더 맛있다고 하여 튀김전문점에서는 텐쯔유를 따뜻하게 보관하기 위해 보온병까지 사용하여 온도관리를 합니다. 사실 왠만한 사람들은 텐쯔유가 뜨겁든 차갑든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역시 전문점다운 세심한 배려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좀 이상합니다.
텐쯔유와 같이 나오는 오로시를 튀김 위에 얹어서 먹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텐쯔유에 섞어서 먹지요. 모리소바를 먹을 때 오로시를 쯔유에 섞어 먹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로시를 즉석에서 갈아 물기를 짜내고 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대개는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조금씩 덜어 줍니다. 업소에 따라 상온보관을 하기도 하고 내장보관을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만들고 어떻게 보관을 하던지 텐쯔유 온도에 맞춘 따뜻한 오로시를 주는 경우는 못본 것 같습니다.
따뜻해야 맛있다며 텐쯔유는 따뜻한 걸 주면서 거기에 넣어 먹으라고 차가운 오로시를 주는 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따뜻한 텐쯔유에 차가운 오로시를 넣어 섞으면 온도가 뚝 떨어져서 텐쯔유를 따뜻하게 보관했던 정성이 무위가 될 거 같은데 말이죠.
바삭바삭하게 튀겨서 정작 먹을 때는 적셔 먹는 방법도 좀 이상하고 텐쯔유가 따뜻해야 맛있다고 하면서도 먹을 때는 온도를 떨어트리는 것도 이상하고... 이게 생존에 기초가 되는 음식에서조차 드러나는 일본인들의 섬세함인지 아니면 변덕스러움인지 그것도 아니면 혼네와 다테마에로 표현되는 특유의 이중성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도 모순된 식습관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모를 수도 있는 것처럼 일본인들도 "그렇게 먹어왔고 또 그렇게 먹는 게 맛있으니까."라며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의문일 수 있겠지만 일본인이 아닌 어떤 사람에게는 특이하게 보인다는 것 뿐입니다.
ㅁ
가장 관심있는 튀김은 카키아게 입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었지만 어려서는 먹고 싶은 것 중에 꼭 들어가던 음식이 '뗀뿌라'라고 부르던 야채튀김입니다. 학교 가는 길에 이 야채튀김을 만들어 파는 노점 앞을 지나다녀야 했거든요. 그래서 친숙하기도 했고 고소한 기름 냄새에 끌리기도 했고 비싼 가격 탓에 자주 사먹지 못해서 더 맛있게 느꼈던 음식입니다. 그때 먹었던 건 반죽이 좀 걸쭉한 탓에 튀김빵 비슷한 식감도 약간 있어서 지금 만드는 것처럼 야채를 가늘게 채썰어 아주 묽은 반죽을 입혀 만드는 튀김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야채빵 비슷한 튀김은 여전히 추억의 간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