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자의 슬픈 상상
이런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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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11:14
종이장처럼 얇게 썰은 차돌박이를 불판에서 구워서 디핑소스에 담갔다가 입에 넣는다. 너무 과하지 않은 불향이 입 속에서 감돌고 쇠기름의 고소함이 혓바닥 위로 철퍼덕하고 내려앉는다. 얌전하게 씹어 본다. 한번 한번 씹을 때마다 변하는 변화를 느껴보고자 했던 건데 질긴 듯 하면서도 야들야들한 식감에 농락당해 연이어 몇 번을 더 씹게 된다.
"맛있다!"
이번에는 참기름소금장을 찍어 입에 넣어 본다. 엄청난 기세로 전장을 뒤덮는 소설 속의 영웅처럼 참기름향이 입 속을 통채로 지배한다. 두어 번을 씹고 나서야 참기름향에 가려져 있던 차돌박이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참기름과 차돌박이, 서로 다른 두 개의 고소함이 어우러질 때 살짝 탄 듯한 살코기의 맛이 불향을 안고 쭈뼛쭈뼛 다가온다. 기름이 중첩되어 살짝 느끼할 지경이였는데 살코기는 비계와는 또다른 씹는 감각을 더해준다. 아마도 소금이 고소함과 느끼함 사이에서 드러나지 않게 조율을 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맛있다."
찢은 상추와 파채 위에 간장드레싱을 끼얹은 채소무침을 조금 집어 입 속으로 넣어 본다. 드레싱에 들어있는 식초의 새콤함으로 인해 까슬까슬한 새 샤워타올로 목욕을 하고 나와 두툼한 목면수건으로 물기를 막 닦아낸 듯한 상쾌함이 입 속에 생겨난다.
"처음 먹는 것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겠는걸."
불판 위에서 잘 구워진 마늘을 양념된장에 찍어 씹어 본다. 마늘향도 없고 알싸한 맛도 없다. 찐 듯 구운 듯한 식감에 된장이 주는 구수함이 살짝 얹혀진다. 마늘 몇 개를 더 집어 디핑소스에도 찍어 먹어보고 참기름소금장에도 찍어 먹어보고 그냥도 먹어 본다.
"앞으로는 밤 대신에 마늘을 구워 먹을까?"
밥을 작게 떠서 입 속에 넣어 본다. 그리고 천천히 꼭꼭 씹는다. 익숙하다. 부드럽다. 달다. 밥은 참 겸손한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차돌박이 한 점을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입에 넣고 밥과 같이 씹는다. 밥 때문인지 느끼함이 훨씬 덜하다. 그럼에도 땅 속에 묻어 두었던 독에서 갓 꺼내 썰은 시원한 김장김치 한 쪽이 정말 아쉽다. 아쉬운대로 무생채나물을 한 젓가락 집어 든다. 입 안에서는 단맛, 짠맛, 고소한맛, 매운맛이 일렁거리며 섞여져 간다.
"역시 밥이 주는 편안함이란..."
우거지된장국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푹 삶은 후에 한 입에 들어가기 좋게 듬성듬성 썰은 배추잎과 덜 으깨져서 같이 떠진 메주콩 반쪽. 소고기다시다를 넣었는지 달달하다. 다시다를 넣었으면 어떻고 미원을 넣었으면 또 어떠랴. 한 숟가락을 더 떠먹는다.
"구수하다."
내침 김에 폭탄계란찜도 먹어 본다. 차왕무시의 부드러움은 개나 줘버리라지. 약간 성긴 듯하게 씹히는 질감이 오히려 만족스럽다. 저 뚝배기 안의 계란찜을 얼추 다 먹으면 밥을 조금 넣고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젓가락을 다시 불판 위로 가져간다.
"아! 배고프다."
"맛있다!"
이번에는 참기름소금장을 찍어 입에 넣어 본다. 엄청난 기세로 전장을 뒤덮는 소설 속의 영웅처럼 참기름향이 입 속을 통채로 지배한다. 두어 번을 씹고 나서야 참기름향에 가려져 있던 차돌박이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참기름과 차돌박이, 서로 다른 두 개의 고소함이 어우러질 때 살짝 탄 듯한 살코기의 맛이 불향을 안고 쭈뼛쭈뼛 다가온다. 기름이 중첩되어 살짝 느끼할 지경이였는데 살코기는 비계와는 또다른 씹는 감각을 더해준다. 아마도 소금이 고소함과 느끼함 사이에서 드러나지 않게 조율을 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맛있다."
찢은 상추와 파채 위에 간장드레싱을 끼얹은 채소무침을 조금 집어 입 속으로 넣어 본다. 드레싱에 들어있는 식초의 새콤함으로 인해 까슬까슬한 새 샤워타올로 목욕을 하고 나와 두툼한 목면수건으로 물기를 막 닦아낸 듯한 상쾌함이 입 속에 생겨난다.
"처음 먹는 것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겠는걸."
불판 위에서 잘 구워진 마늘을 양념된장에 찍어 씹어 본다. 마늘향도 없고 알싸한 맛도 없다. 찐 듯 구운 듯한 식감에 된장이 주는 구수함이 살짝 얹혀진다. 마늘 몇 개를 더 집어 디핑소스에도 찍어 먹어보고 참기름소금장에도 찍어 먹어보고 그냥도 먹어 본다.
"앞으로는 밤 대신에 마늘을 구워 먹을까?"
밥을 작게 떠서 입 속에 넣어 본다. 그리고 천천히 꼭꼭 씹는다. 익숙하다. 부드럽다. 달다. 밥은 참 겸손한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차돌박이 한 점을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입에 넣고 밥과 같이 씹는다. 밥 때문인지 느끼함이 훨씬 덜하다. 그럼에도 땅 속에 묻어 두었던 독에서 갓 꺼내 썰은 시원한 김장김치 한 쪽이 정말 아쉽다. 아쉬운대로 무생채나물을 한 젓가락 집어 든다. 입 안에서는 단맛, 짠맛, 고소한맛, 매운맛이 일렁거리며 섞여져 간다.
"역시 밥이 주는 편안함이란..."
우거지된장국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푹 삶은 후에 한 입에 들어가기 좋게 듬성듬성 썰은 배추잎과 덜 으깨져서 같이 떠진 메주콩 반쪽. 소고기다시다를 넣었는지 달달하다. 다시다를 넣었으면 어떻고 미원을 넣었으면 또 어떠랴. 한 숟가락을 더 떠먹는다.
"구수하다."
내침 김에 폭탄계란찜도 먹어 본다. 차왕무시의 부드러움은 개나 줘버리라지. 약간 성긴 듯하게 씹히는 질감이 오히려 만족스럽다. 저 뚝배기 안의 계란찜을 얼추 다 먹으면 밥을 조금 넣고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젓가락을 다시 불판 위로 가져간다.
"아!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