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데 가벼운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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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데 가벼운 이야기로

울산울주 3 447
나이를 먹으면서
남자로서 상당히 공감했던 영화는
김고은이 나왔던 '은교'

육체는 세월따라 늙어가지만
마음은 20대로 청춘이 엊그제 같지 않는가

산업연수로 3년째 일하는 30대 태국 남자
내가 태국 간다니까 부탁을 합니다

장인이 뇌졸중으로 누웠으니
급히 병원비도 전해주시고
자기 아내와 자식도 들여다 봐달라

그러면서 아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가 한국에 온 첫 해에 바람이 났었대요
롯뚜 (봉고 버스) 운전기사하고

하지만 아이가 둘이니까 다 용서했다고 해요
31살 여자가 수절하기도 쉽지 않음을 알기에

그리하여 나는 태국에 와서
부리람에서 그 친구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카페 라떼 마시면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미색이 있는 외모에 대화도 막힘이 없어요

잠깐 내게 스쳐가는 생각으로
시골에 묻히기는 아까운 여자 같은데...

여자를 만나서 어떤 느낌이 읽힐 때가 있죠
이 여자가 남자를 원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기운과 분위기는 미묘한 것입니다
풍선이 부풀어서 바늘만 대면 터질 것 같은

얼만큼 이해를 하죠
결혼생활 10년에 아기를 둘 낳았고
남편없이 혼자 지내는 게 그야말로 인내의 실험

적어도 남편이 만나보라고 허락한 사람이고
내가 나이도 있으니까 마음 편했을 수도

아무튼 그녀의 손만 끌어버리면
사고가 날 것 같은 카페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짐승은 아니니까
잘 추스리고 헤어져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밤에 라인으로 문자가 왔고
저녁식사는 했느냐고 안부를 묻는 내용

어찌어찌 해서 화상 채팅을 좀 했습니다
그건 19금이라서 생략를 합니다

한국의 남편과 화상 채팅으로
부부관계를 한다고 설명도 해주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부리람을 떠나오는데
거의 내내 그녀의 생각만 했습니다

내가 잘 넘겼지
아니 잘 한 건가...

다만 명확한 것은 있죠
우리 집사람 전화오면 꺼리낌없이 받을 수 있고
그 태국 남편에게 떳떳이 안부를 전할 수 있고

이제 내 나이도 생각하며 살자
그러나 은교의 환상은 늘 그치지 않죠

한국 돌아가기 전 며칠간
불과 대여섯 시간 거리의 부리람으로
내가 고개를 돌리지 않기를 바라며

너무 삭막한 바이러스 시국에
태국에선 이런 소소한 스캔들도 있었다는...
3 Comments
향고을 2020.02.28 09:33  
남녀관계란것이 둑이무너지는건 순식간
노털도(본인) 붙는 마당에 피끊는 젊은
청춘들은 오죽할까요,
난 분명 알고 있지요,
내주변 사람들의 과거 터널(?)행적들을
울젊은 청춘들은 특히 위생,안전에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네요,
하여간 울산울주님 무사고에 안심입니다,ㅎ
비육지탄 2020.02.28 11:17  
근래 보기드문 명문입니다
짧은 글을 읽고도 나를 대입시켜도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요새 주변 모두 솔직하지 못한데 대단히 솔직한 감정표현이 멋있습니다
여사모 2020.02.28 13:27  
ㅎㅎㅎ
대단한 필력이세요
울주님의 태국관련 글은 언제 봐도 감탄이 나옵니다
바늘과 풍선
한국에서온 남정네를 코로나 걱정도 없이 만나주신 그분
두분다 대단하십니다
오래전 사우디에서 2-3년 일하는 남편한테
이런 편지가 온답니다
"아빠 밥만 먹고는 못살겠어요"
이런 편지 받으며 일하던 남편은 강력하게 휴가 요청을 한답니다
불끄로 가야되니까요?
뭐 대단히 상식적인 생각 아니겠어요?
자연 스러운 일이구요
그냥 자연 스럽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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