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 태국인 여성은 여권에 찍힌 도장 때문에 대만 입국을 거부당했다. 여성의 여권에는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 도장이 찍혀있었다. 딸이 장난을 친 것이다. 대만 출입국 당국은 보안상 문제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며 여성의 입국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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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 작은 낙서나 기념도장, 경미한 훼손이 있어 입국 거부나 항공권 발권 제한 등을 당하는 일이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이 정도는 문제없지'란 생각에 그냥 공항을 향하지만, 실제 입국 거부를 당하는 일이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22일 국민권익위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따르면 여권 훼손을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해 불편을 겪었다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지난 10월28일에는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에 "여권이 살짝 손상됐는데, 사진과 정보확인엔 문제가 없다"며 출입국시 문제가 되는지를 문의했다. 이에 주블라디보스톡대한민국총영사관은 "러시아 출입국시 여권훼손으로 인해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며 "입국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언뜻 보기엔 경미해 보이는 손상이나 훼손에도 대부분의 국가들은 엄격하게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여권 위조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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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권익위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로는 △여권에 물이 젖은 흔적이 있음 △여권에 출입국 도장이 아닌 다른 도장이 찍혀 있음 △여권에 낙서나 메모가 돼있음 △여권 일부가 찢어짐 △여권에 손상이 있음 등으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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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 국민은 유럽의 한 국제공항에서 우유를 여권에 쏟아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해당 부분을 찢어버리고 위조한 프랑스 입출국 도장을 여권의 다른 면에 찍었다가 7일 구류와 4000유로, 한화로 약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2016년 영국 여성 페이 윌슨은 태국 여행을 갔다가 여권 두어장이 찢어져있다는 이유로 입국을 금지당했다. 페이는 몇년 전 친구와 술을 마신 뒤 화장실을 갔다가 휴지가 없어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권 몇장을 찢어서 사용했다. 페이는 태국에 입국하지 못하 채 긴급 여권을 발급받아 영국으로 돌아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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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간 마틴 인스타그램

경미한 흔적들도 입국이나 출국 거부의 흔한 사유가 된다. 2014년 미스 호주이자 미스 유니버스 호주 대표로 참석했던 테간 마틴은 여권 귀퉁이 물에 젖은 흔적 때문에 항공기 탑승을 거절당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여권의 경미한 손상이 입출국 거부의 큰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여권의 살짝 찢겨진 흔적 때문에 대만 입국을 거절 당했다면서 "이전에 일본을 갔다가 면세 영수증을 스탬플러로 찍어줬는데, 이를 제거하다가 살짝 여권 종이가 찢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문제가 될 줄 알았다면 스탬플러 제거 시도를 안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모씨(30)도 "연차를 내고 베트남에 가는 길, 인천공항에서 아찔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수속을 도와주던 항공사 직원이 '이 여권으론 베트남 입국이 거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출국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모나코에 놀러갔을 때 기념으로 찍은 스탬프가 문제였다. 이씨는 "다들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여권에 스탬프를 찍는 것 같은데 홍보가 잘 됐으면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국도 이 같은 지점을 고려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0년 차세대 전자여권 도입 시기에 맞춰 이러한 내용을 '여권관리 유의사항'에 명확히 표기하도록 외교부에 권고했다.

안준호 국민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불편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