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새벽,
샤이닝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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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05:13
스토브에 주전자를 올렸다.
가루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고 파스퇴르 우유를 부었다.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며칠 전 밤처럼,
나는,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홀짝 홀짝 커피를 마신다.
홋카이도 밀크가 듬뿍 담긴 커피는 정말 고소했다.
새벽침대에서 아직 눈을 감은 채,
오타루를 선택했다.
일찍 숙소를 나와 JR삿뽀로역으로 가는 길
나카지마 공원을 들렀다.
눈 덮인 하얀 공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얀 호수 하얀 나무 하얀 벤치 하얀 길.
순백의 감동. 가슴 떨렸다.
그곳에 북해도립문학관이 있었다.
200미터 앞,
열람실을 찾아
서간에 꽂혀있던 동화책 두 권을 꺼내 책장을 조용히 넘겼다.
이상과 이효석과 몇몇 작가들의 모음집 한권도 있었다.
그 시간 그 방에 한명의 직원과 나만 존재했다.
한참을 지체했다. 오후 3시까지 다이마루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했다.
스맛폰없는 나는 순전히 지도나 메모나 사람에 의존한다.
JR삿뽀로역에서 잠시 헤매다가 지나던 여학생에게 길을 물었다.
그녀는 일본어에 서투른 나를 위해 꽤 긴 거리, 오타루 창구까지 동행해줬다.
고마웠다.
눈이 그친 삿뽀로와 달리
오타루행 기차 너머 눈이 펑펑 내렸다.
올해 첫 바다 구경이었다.
우연히 첫 칸에 타게 된 나는
하얀 기찻길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멀리 검은 두 평행선이 아득하게 선명했다.
그날 오타루에는
끝없이 눈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