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권유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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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권유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런이름 20 562
뉴스를 보니 비행기 안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잡힌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네요. 한국도 담배값이 아주 싼 나라는 아니죠. 게다가 금연구역이 늘어가면서 애연가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이제는 돈이 상당히 많이 드는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흡연자가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담배 끊으라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는데 '담배 끊으세요' 하는 말을 들으면 이마에 십자모양의 핏줄이 빠지직 솟아 오르는 만화의 한 장면처럼 된다나요. 담배를 기호품이라고 하는데 담배를 끊으라고 하는 것은 기호가 무시당하는 모양새가 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의별 것에 '님의 취향은 존중합니다'는 말을 남발하다시피 하면서도 유독 흡연에 대한 취향은 존중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흡연의 폐해에 관해 모르는게 아닐테니 상황에 따라서는 담배를 끊으라는 말이 주제넘는 오지랖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담배를 끊으라고 말하는 이유로는 "걱정이 되는 마음에서..." 혹은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으니까..."가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그런데 저는 이런 이유들이 선뜻 이해하기가 되지 않습니다.

걱정이 되서...라는 이유는 상대가 불편하게 받아드릴 정도의 친분이라면 오지랖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상대와의 친분도를 시험해 볼 목적이 아니라면 '정말 정말 아주 아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면 금연을 종용하는 말은 상대방에게 불쾌감만 느끼게 할 것 같습니다. 드물지만 '너의 건강이 걱정되서 말하는데 왜 못받아 들이느냐'는 식의 강압적이거나 스토커적인 기질을 갖고 금연을 강요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으니까...라는 이유는 (흡연이 허용된 장소라면) 내가 피하는게 맞을테고 (흡연이 금지되어 있는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그 곳에서 흡연을 하지 말라고 요구할 문제인지 담배를 끊으라고 말하는 건 주제넘은 참견이 될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건강을 챙겨주고 싶을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는 사람 중에는 흡연자가 없고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담배보다는 매연과 같은 대기오염에 관심을 갖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흡연에 관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지만 저는 그저 담배 냄새가 싫습니다.

간혹 호텔에서 논-스모킹 룸에 들어갔는데 방안에서 담배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지요? 흡연과 관련해서 가장 맞닥드리기 싫은 상황 중에 하나입니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 사고를 낸 운전자가 있다고 모든 운전자들 비난할 수 없듯이 이런 문제로 흡연자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지만 꽤나 속상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이 많은 민족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의료소견도 아니고 공익광고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담배를 끊으라는 소리를 꽤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얼핏 다른사람의 삶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려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말입니다.

(뉴스 보다는 댓글이 더 재미있어서 읽다가 생각나서 두서없이 끄적여 봤습니다.)
20 Comments
sarnia 2019.12.03 10:10  
그러고보니 저는 누구에게 담배끊으라고 말 한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친구들 중에서도 한 명 정도 이외에는 담배피는 사람도 없구요.
저는 담배를 스스로 끊은 사람이라 남한테 그런 권유를 할만도 한데,
여전히 주제넘은 권유란 생각이 들어요.
담배를 피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흡연자에게 담배 끊으라고 말하면 되게 기분나쁠 것 같아요.

전 담배 끊은 게 2003 년 9 월인데, 그 이유가 화가 나서였지요.
뜯은 담뱃갑이 주머니에 들어 있는 걸 모른 채 다른 옷들과 함께 세탁기를 돌렸어요. 엉망이 된 옷가지에서 담배 피스들을 일일이 제거하고 다시 라운드리를 마치는 데 몇 시간 걸렸습니다.
젖은 상태에서는 담배 피스들을 제거할 수 없어 우선 dryer에 넣고 한 시간쯤 돌려 완전히 말리기부터 했는데 그 바람에 드라이어까지 개판이 되었지요.
필터에 낀 피스도 있지만 대부분 드라이어 안에 남았어요. 카튼에 남은 담배들을 길거리에 있는 어느 홈리스 에게 주어 버렸습니다.
그 날 이후 담배를 입에 대 본 적이 없어요.

요즘은 마리화나가 합법화되어서 그런지 그 냄새를 맡아 볼 기회가 가끔 있는데, 담배냄새보다는 나은 것 같더군요. 질색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요.
이런이름 2019.12.03 17:23  
마리화나를 레크레이션 용도로 합법화한 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담배광고를 제약하는 것처럼 마리화나 판매업소광고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주에서 마리화나가 합법화 되었음에도 화학첨가물을 넣은 마리화나가 여전히 음성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효과면에서 차이가 클테니까요. 이런 종류의 마리화나는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뇌를 망가트리더군요. 해시시(hashish)도 화학첨가물을 넣은 마리화나 중에 하나이고요. 마리화나를 코케인으로 가는 전단계로 보는 이유가 괜히 있는게 아니겠지요.

그나저나 담배끊기가 힘들다던데 단번에 끊으신 모양이네요. 그후로는 담배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안나시던가요?
sarnia 2019.12.04 09:20  
이상하게도 저에게는 금단증상이 거의 없었습니다. 비교적 쉽게 담배를 끊은 편 이예요.
참, 제가 그때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드렸던 기억은 납니다.
Please God if I ever get all these fucking cigarette debris out of my fucking dryer in few minutes, I will never smoke again!

제 기도를 들어주셨나봐요^^
이런이름 2019.12.05 06:02  
금단현상을 심하게 겪지않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모양이더군요. 의지력도 의지력이지만 체질적으로도요.
역시 어떤 변화에는 계기가 필요한 듯 해요. 전 세탁기에 전화기를 넣고 빨았었는데 아직 전화기를 못끊었어요.
비육지탄 2019.12.03 11:10  
너무나도 많은 무지의 소치들이 언론의 호도에 최면이 걸려
병신같이 호들갑들을 떠는거죠.
우리 어릴적에는 각 가정 안방마다 어른들을 위한 큼직한 재떨이가 있었고요,
남자들이 가는 거의 모든 실내외 장소가 흡연구역 이었습니다.
그럼 그걸 고스란히 마시고 자란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슨 병을 안고있어야 하는데
그런가요?
시민의식도,사회시설도 준비안된 상태에서 무조건 유럽이나 미국을 따라하다보니
엉망진창 좌충우돌 아주그냥 곳곳에 난리입니다.
준비없이 거리의 휴지통을 싹 치운일과 매한가지죠.
전 핸드롤링 토바코(각련)을 피웠던 사람인데 여행중에 뉴스를 보다
한국에서 흡연자를 거의 살인자 취급을 하길래 귀국과 동시에 끊었습니다.
더럽고 치사하다며 ㅠ 그게 2~3년쯤 됐네요.
아직 누구에게 금연하라고 얘기를 꺼낸적도 없고
옆에 있으면서 불쾌한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은적도 없습니다.
기호고 취향이며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건.
이런이름 2019.12.03 17:35  
저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자리를 피하는 쪽인데... 대인배이신데요.

롤링 타바코는 번번히 말아야해서 꽤 귀찮을 것같아 보이던데요. 갖고 다니기에 부피도 크고 씨가렛 페이퍼 갖고 있으면 오해받기도 쉽고요. 요즘은 내추럴 씨가렛이라고 해서 화학첨가제를 넣지 않았다는 담배가 나오기도 하더군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필터까지 끼워서 롤링 타바코를 말아주는 큰 기계를 갖춘 가게도 있어요.

이유야 어떻건 담배를 끊으신 건 아주 잘한 일일겁니다. 늙어서 코에 산소호스를 꽂고 다니면서도 여전히 담배를 태우는 노인분들을 보면 담배의 무서움(?)을 다시 느끼곤 해요.
비육지탄 2019.12.03 17:54  
롤링이 귀찮으면 담배를 피지 말아야겠죠 ^^
롤링 토바코보다 고급은 파이프 담배인데 그 경우
조금씩 넣어야하고,불 붙이기도 힘들며,매번 잘 털어서 청소해주는 일들이
귀찮다면 애초에 피우질 말아야겠죠.
사람이 담배를 피워야지, 담배가 사람을 피우는 장면처럼 꼴사나운것도 없습니다.
그 왜 니코틴 섭취만을 위해 중독자마냥 쪽쪽 빨아대는..ㅋ
아시다시피 토바코는 100%내추럴이라 캐미컬을 함유하지 않기때문에
맛에서부터 시가렛과는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토바코 피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담배가 없음 안피우지 시가렛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이러면 꼭 담배 못끊은 사람처럼 보일수도 있을텐데...
안핍니다 ㅎㅎ
이런이름 2019.12.04 04:55  
파이프룰 언급하시니... 아버님께서 한동안 파이프 담배를 태우셨어요. 냄새가 꽤 좋았고 연기가 흩어지는게 아름다워 보였었지요. 그래서 아버님이 파이프를 피우시면 뺏어서 저도 한모금씩 빨아봤었어요. 이외로 괜찮았어요. 어린것이 하는게 귀여우셨는지 두어번은 그냥 놔두시더니 어느날 파이프를 건내주시며 빨아보라고 하시길래... 아! 그 충격... 청소하지 않은 빈 파이프에서 나는 댓진내... 그후론 담배라면...
충격요법(?)을 통한 조기교육이였던 셈이죠.
진파리 2019.12.03 14:03  
바지속의 동전주머니.
여행할때나 평상시나
나에겐 꽁초보관함.
쓰레기통이 잘 없는관계로
발바닥에 비벼끄고 꽁초는 동전주머니로 직행.
착한 우리 마눌님.
빨래할때나 세탁소에 맡길때
돈이 나오던 꽁초가 나오던 아무말 안한다.
이런이름 2019.12.03 17:40  
흡연자들 중에는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려 본 적이 있는 분들이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휴지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도 많으니 흡연자에게만 뭐라 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 주의를 해서 나쁠 건 없지요. 특히 차창 밖으로 꽁초를 휙 집어던지는 행위는...
jjjay 2019.12.04 02:11  
담배 끊은지 12년 이네요...
아직도 그냄새와 한숨의 느긋함이
그리워요 ㅠㅠ
이런이름 2019.12.04 04:45  
12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그리우시다니 누가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평생동안 참고 사는 거'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모양이네요.
제에므 2019.12.04 22:11  
jjjay 님 저도 담배끊은지 그정도 됬는데
전 담배냄새 너무 독해서 옆에서 담배연기 나면 정말 싫던데요
담배는 평생 참는거 라는데...이제는 피래도 안피고싶네요
jjjay 2019.12.05 18:01  
예전엔 담배를 피우고 차에 타면 옆사람이
창문을 여는걸보고 유난떤다고 기분나뻐하
긴 했는데...
이젠 옆사람이 담배냄세에 제가 창문을 연
다던가...대화중 고갤숙이고 냄새땨문에
토할뻔 한다던가...
입장이 바뀌니 저도 어쩔수 없나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식사후 먼곳을 처다보
며  멍땨림과 같이 한숨을 후~~ 내 쉬던
그때의 기억이...그리워요.....ㅎㅎㅎ
이베로 2019.12.07 13:07  
담배 끊어보니 담배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고 불쾌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주위사람들이 불편했을지 미안합니다...
이런이름 2019.12.07 15:58  
담배를 태우다가 끊으신 분들이 꽤 많네요. 어쩌면 금연/절연이 통상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미안해하실 것까지는 없을 것 같아요. 위에서 비육지탄님도 언급했지만 예전에는 흡연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였으니까요.

그런데 과거에는 담배가 일종의 의약품 역할을 하기도 했다더군요. (기생충으로 인한) 횟배에 담배를 피우거나 상처에 담배의 독성을 이용해서 이차감염을 막는 용도로요.
비육지탄 2019.12.07 21:06  
우연히 글 다시읽다 첨언 드립니다.
칼 등에 베였을때 담배한개비 부러뜨려 담배잎을 빼서
상처에 덮으면 아무리 깊은 상처도 즉시 지혈이 됩니다 ^^
이런이름 2019.12.08 06:21  
감염방지보다는 지혈이 목적이였던 모양이군요. 출혈에는 숯가루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담배잎도 사용하는지는 몰랐어요.
어렸을 때 머리통이였는지 이마였는지 깨졌을 때 동네 어른이 담배잎을 뭉쳐서 붙혀주신 적이 있었는데 이게 지혈을 하려고 하셨던 모양이였네요.
미미씨 2019.12.08 11:14  
비흡연자로써 담배냄새가 싫을뿐이네요
건강쪽은 직접 와닿지가 않아서 ㅡ
그래도 안피는게 좋다고는 하니
이런이름 2019.12.09 00:56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냄새는 싫다더군요. 씨가는 흡연이 허용된 곳에서조차 금지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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