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이좋게 놀았으면 좋겠다.
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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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5 12:00
리조트 수영장에서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유럽 아이들은 혼자서 잘 논다. 심심해 하지 않고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즐기는 듯이 보인다. 열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는 수영장에서 각종 자세로 지치지도 않고 물로 뛰어 들었다. 그냥 높이 뛰어서 뛰어들기도 했고, 몸을 비틀면서 뛰어 들기도 했다. 부모는 그가 뛰는 곳 바로 뒤에 있는 썬베드에서 평화로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날은 수영장 한편에 있는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는 날이었는데, 아이는 혼자서 씩씩하게 뛰어가 축구를 했다. 그날은 축구하는 아이들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직원한명과 둘이서 축구를 했다. 축구를 한 30분 했나, 그러고 돌아와서 또 수영장에서 뛰어들었다. 혼자서 놀기에 그만한 놀이가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있는 부모들에게 떼를 부리거나, 놀아달라고 징징거리지도 않았다. 유럽 아이들은 대부분 수영장에서 뛰어들면서 노는 것을 즐긴다. 열 두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세명이 몰려다니며 노는 것을 보았는데, 수영장을 소란스럽게 돌아다니길래, 처음에는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관찰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았다. 세명이 노는 것도 역시 물로 뛰어들기였다. 서로 괴롭히거나, 물로 밀치거나, 물을 튀겨서 상대를 괴롭히거나, 그런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순서대로 물로 뛰어 들 뿐이었다. 그것이 그들을 지치게 하지 않는 것이, 각자 재밌게 뛰어들면서 본인도 즐기고, 상대도 즐겁게 했기 때문이었다. 춤을 추면서 물로 뛰어들거나, 책을 읽는 시늉을 하면서 물에 갑자기 빠지는 흉내를 내서, 상대를 웃기는 것이었다.
무창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그 아이 크기만한 모터사이클 튜브에 올라타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수영장에 모터사이클 튜브를 띄어놓고 그것에 올라타는 놀이였다. 그러나 튜브가 무게중심이 수면에서 올라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아이가 튜브에 올라타는 순간, 그것은 뒤집어졌고 아이는 수영장속으로 빠졌다. 한 두번 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그 아이는 끊임없이 그것을 시도했다. 한시간이 지난뒤에 그 아이를 찾아서 보았더니 성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유럽아이들이 물속에서 놀 때도 서로 잠수를 하거나 함께 다이빙을 하거나 놀지, 서로 괴롭히거나 잡기 위해서 난리를 피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 아이들? 계속 비명을 지른다. ‘잡지마!’ ‘저리가!’ ‘비켜!’ ‘왜 발로차?’ 왜 그럴까? 일단 아이들이 물놀이의 본질은 서로 평화롭게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괴롭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규리는 물속에서 수영을 하면서 무창을 놀래키는 것을 즐겨한다. 규리는 수영장 바닥에 발이 닿지만 무창은 닿지 않아서 불안하다. 그 때문에 규리가 그에게 다가와서 손을 대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나 혼자서 노는 것이 심심한 규리는 무창 곁에 다가가서 무창을 만진다. 무창은 그것이 싫어서 규리가 다가올 때마다 다가오지 말라고 물을 뿌린다. 한두번은 규리가 그것을 봐주지만, 그것이 계속되면, 규리가 참지 못하고 무창에게 물을 심하게 뿌린다. 그러면 무창이 소리를 지른다.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을 격리시킨다. 그렇게 떨어뜨려 놓으면 아이들은 또 심심해 한다. 무창은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은데, 누나가 딴 곳에 가 있으니 심심하고, 규리는 동생을 집적거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손이 심심하고.
2주가 지나서 아이들이 서로 함께 평화롭게 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재밌게 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배운 것이다. 무창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 아이 세명이 튜브 타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았다. 그 아이들이 처음에는 무창이 가지고 놀던 악어튜브를 가지고 놀았는데, 그것을 무창이 처럼 한명만 타지 않고, 세명이 차례로 탔다. 한명이 타고, 두명이 탔을 때까지는 악어튜브가 잘 버텼다. 그러나 세명이 타고 조금만 이동하려고 하면 튜브가 뒤집어졌고, 아이들은 세명이 한꺼번에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그게 재밌는지, 얼른 물 밖으로 나와 다시 시도했다. 또 물에 빠졌고 또 다시 시도했다. 그것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타자, 이제는 상어 튜브로 바꾸었다. 상어튜브는 납작한 악어튜브와 달리 바나나 모양이어서 잘 넘어졌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세명이 타는 것보다는 함께 물에 빠지는 것이었다. 원래 목표는 함께 세명이 타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악어 튜브는 처음에는 그 목표에 맞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에 익숙해져 버려서 버림받은 것이었다. 그렇게 노는 과정에는 아이들은 서로 경쟁하지도, 다투지도 않고, 누구 탓도 하지 않고, 잘 놀았다.
규리와 무창이 그것을 보았다. 그래서 언제나 악어튜브를 혼자 탔던 무창이 규리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무창은 그래도 한국 아이다. 무창이 수상택시 기사이고, 규리를 손님으로 설정해서 손님인 규리를 태워가는 놀이로 만들었다. 무창이 혼자 타고 다닐때는 좀처럼 넘어지지 않았던 악어튜브였지만, 규리를 뒤에 태우니 잘 넘어질 수밖에. 규리를 태우고 조금만 가서 뒤집어졌다. 그렇게 아이들이 신나게 놀았다. 수영장에서 물을 많이 먹지 않던 무창은 그날은 그렇게 놀다, 코로 물이 많이 들어갔다고 내게 한마디 했다.
주변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아이들은 모방하려고 한다. 주변에서 싸우는 놀이를 하면 아이들은 그것을 따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주변에 있는 아이들은 전부다 평화롭게 노는 아이들 뿐이었다. 유럽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그들은 서로 얼굴에 물을 뿌려대지 않는다. 서로 얼굴에 물을 뿌려대며 노는 아이들, 어른들은 중국사람들이거나 한국사람들이다. 물을 뿌리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다. 장난이라고 하지만, 괴롭히는 장난이다. 그것을 좋아서 즐겨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이들에게 물총을 주면서 사람에게 겨누지 말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친구들에게 물총을 쏜다. 그 때문에 물총을 쥐어주면 안된다. 둘이 물총을 가지면, 서로 물총 싸움을 하고, 물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을 도망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