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ATM ..
치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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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16:13
일부 국경출입국 관리들에게 여행자들은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ATM, 즉 현금 자동 입출금기-이 경우는 출금만 되지만- 가 된다. 간혹 몇십불씩 뜯겼다는 운나쁜 여행자들의 이야기도 듣기는 하지만 대개의 여행자들은 1,2불 정도의 소액?을 기부하게 된다. 특히 악명놓은 곳은 태국에서 캄보디아 들어가는 국경-물론 캄보디아 쪽이 말썽이다- 과 베트남과 라오스 사이 중부와 북부 등으로 대개의 여행객들은 여행기분을 망치기 싫어
서 혹은 소액이니까 또는 위압감에 순순히 돈을 내주고 만다.
그런데 내가 진짜 참을 수 없는건 마치 빚 받으러온 사체업자 똘마니 같은 그들의 강압적이고 무례한 태도다. 많은 경우, 그들의 앉아있는 위치를 고려해 만들어진 작은 접수 창구로 인해 상대편은 거만하게 앉아서 썬글라스까지 -대체 건물안에서 왜 썬글라스를 끼는가?!- 낀 자세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반면 여행객은 항의라도 할라 치면 훨씬 아래 위치한 좁은 창을 향해 잔뜩 허리를 숙이게 된다. 결국 시작부터 기죽이고 들어가는 싸움이 된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나는 여행만 떠나면 정의감에 불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누가 내돈을 불합리하게 강탈하려 할때 말이다 ^^;; 그래서 이번에도 항의를 좀 해보기로 했다. 캄보디아 국경에서 말로 항의-라고 할 것도 없는게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보내줬고 -사실, 뒤에 순순히 돈 낼 사람이 떼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나 하나 붙잡고 시간낭비 하는 게 손해라는 건 그들도 잘 안다- 베트남, 라오스 국경에서는 좀더 조직적으로 항의를 해보려 했으나 - 수도의 상부기관의 주소와 전화번호 따위를 적은 종이와 통화목록에 그곳 전화번호가 뜨게 만들어놓은 핸폰 따위로 무장을 하고 - 사실 별로 필요가 없었다. 준비해온 멘트-
예를 들어, 그쪽 상부기관에 문의해봤는데 국경에서 이런 웃돈을 줄 필요가 없다더라, 만일 그런일이 생기면 바로 신고하라 했다는 등등..- 를 다 끝내기도 전에 그냥 보내줬으니까 조금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
말했듯이 이거 별로 어렵지 않다. 이런 경우, 별수 없이 돈을 내다 한다는 학습된 무력감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얼마든지 국경의 atm 신세는 면할 수 있다!! 참고로, 예전에 국경을 좀더 빨리 통과하려고-결국 새치기다- 웃돈을 쥐어주곤 했다는데 이게 지금은 일부 국경에서 완전히 정착이 되어서 모두에게 다 삥을 뜯게 된바 이제는 돈을 내도 빨리 통과할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 삥 뜯기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