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여행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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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성 여행이 아니길...

발악 12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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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30대 중반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그렇다고 후반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좀 억울한 나이...

보통 제 또래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던지,
미혼이라도 안정된 직장생활을 영위하면서 여유롭게 지내는게 일반적인데요..

전 아직도 사춘기적 고민을 하고 있는 철부지...ㅠㅠ
직업도 프리랜서라 한 작품이 끝나면 백수..
학교 졸업하고 이 길만 달려왔는데 사실 일한 시간보다 
불안한 마음으로 다음 일을 기다려온 시간이 더 많았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지는게 사실입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결혼한 친구들은 든든한 지원군일 것 같은
남편이 부럽고, 월급쟁이 친구들은 경제적 안정이 부럽고...
사실 제 몸 하나 스스로 건사하는 건데도...왜이리 힘든건지..
지친건지... 사실 몸은 힘들 것 하나 없는데...

미래란게 원래 본질적으로 불확실한건데..
그래서 궁금하고 설레였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 불확실성 때문에 많이 두렵고,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저도 모르게 현실에 물든 건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정신적인 만족감보단
당장 먹고 사는 경제적 고민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진
저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생각을 하니 우울해지네요..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반복해야 할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떠난 태국 배낭여행은 매번 제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었지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도 된다, 될 것 같다. 괜찮다라는 안도감과 용기.. 
여행의 길에서 만난 스쳐가는 인연들이 제게 많은 위안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세번째 떠나는 긴 여행...
매번 같은 고민을 가지고 태국으로 떠나는 저...
이번에.. 지칠때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러 간다고 했던 건
내 변명이고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현실 도피성으로 도망갔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는 구호가 제겐 되려 참으로 잔인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세상 잣대로 치면, 전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거든요..
외길을 달려왔음에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지도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이뤄놓은거 하나 없고...

태국은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그대로 있는데...
제가 중심을 못잡아서 흔들흔들 위태위태...
그래도,,, 태국의 따가운 햇볕이 제게 행운을 줄꺼라 기대하며,
여행길에서 만나게 될 방랑자들의 건강한 기운이 내게 전염되길 갈망하며..
도피라해도 어쩔 수 없다며 떠나려 해요...

어김없이 이번에도 무거운 숙제를 안고 떠나는 저의 여행...
행운을 빌어주세요..
12 Comments
포맨 2012.02.17 09:59  
그 안정되어 보이는 지인들도 실은 불만스럽고 불안하긴 마찬가지일겁니다.

님과 똑같이 구름 낀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이지요.

도피면 어떻습니까.
재충전이면 어떻습니까.
꼭 부담스런 타이틀을 부여하려 안하셔도...

그것이 거기있는 존재만으로도 ...
...가는것만으로도 충분한겁니다.
영맨영발 2012.02.17 10:52  
인생을 살면서 꼭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이루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것같아요. 불안한 마음 버리시고, 세상의 잣대말고 스스로의 잣대를 세워서 열심히 즐겁게 사는게 제일아니겠어요. 저는 회사에 얽매여서 (용기부족)장기여행을 떠나지 못하기때문에 님같은 프리랜서가 정말 부럽습니다 ^^
Nino 2012.02.17 13:09  
오랫만에...천천히 자세히,글을 읽었습니다.
님, 아무 문제 없어요.  아니 뭐가어때서요?
원래 여행이 그런것 아닙니까?
잠시..가끔의 일상탈출.
가이드 깃발따라다니며 단체로 비슷한 옷차림하고...헤헤호호 ..하는여행만 여행인가요?
팩키지로 여행가도...군중속의 고독이라고,
내면의 속사정들은 다~다를수 있습니다.
도피(?)하시고 싶으실땐..100번이고 200번이고 여행다녀오세요~!!
(답글 적다 보니~은근히..님이 부러워 집니다 그려.^^)
라후라 2012.02.17 13:21  
비슷한 연령대와 배경으로 공감 백배입니다.
힘내자구요~홧팅! ^^
발악 2012.02.17 14:33  
아.. 여행 사이트에 어울리지 않는 푸념 가득한 어두운 글이라 걱정했는데...
되려 따뜻하게 격려해주시는 포맨님, 영맨영발님, nino님, 라후라님..
정말정말 감사해요..엉엉.. 님들 주시는 따뜻한 기운 가득 받아
씩씩하게, 즐겁게, 신나게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고마워요..^^;;
메튜 2012.02.19 01:21  
지극히 공감되는 글입니다..
떠나고 싶을땐 떠나야죠.. 복잡한 마음 털어버리시고 즐거운 여행 하셔요
응원합니다
깜따이 2012.02.19 18:29  
저도 도피성 여행, 호기심여행, 문화탐방여행, 유흥여행, 취업여행등등 수 많은 목적으로 여행을 하였습니다. 만일에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불행해 졌거나(결혼유무, 재산유무 관계없이) 한국의 불명예스러운 세계 제 1위인 최악의 선택(?)으로 갔을지 모릅니다. 돌아다니면 정신건강 육체적인 건강에 많이 도움이 됩니다. 힘 내시고 행복을 위해 발악도 하세요~
동근이지 2012.02.27 22:29  
저랑 비슷한나이인듯..
이렇게 떠날수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삶이아닐까요? ㅎㅎ
저는 카오산이구 곧 캄보디아가요!

심심하면 카톡alliswell123
좋은친구가 될듯^^'
동근이지 2012.02.27 22:31  
도피성이란 말에 뜨끔했다는 ㅋㅜㅜ
물우에비친달 2012.02.29 01:28  
저는 태국갈땐....언제나 도피성...
ben folds 2012.02.29 02:02  
luvluvsick입니다 저도 친구해요 ^^
몽연화 2013.05.26 23:17  
저도 37세 점점 마음에 상처 입고 자신감이 없어져요 카톡 친구해요utrt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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