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17분 전
사라지고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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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6 17:48
이제 17분 후면 gate가 열린다.
게이트 바로 옆 인터넷존에서 노트북을 열었다.
공항의 기운은 언제나 차가우며 활기차다.
이상하게 이 곳은 항상 짙푸른 회색빛을 가진 공간이지만
냉정함보다 침착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어제 1년 간의 세계일주를 마치고 귀국한지 채 열흘도 안된 후배와의 통화.
"언니.. 사실 여행가기 전에 여러 고민을 떠 안고 가지만
갔다와도 해결되는 건 없어요 .. 후 .. "
"야, 너 지금 그거 무지하게 우울한 소린 거 알지?!"
오늘 공항가는 길에 문자가 왔다.
"언니 가는 사람 마음 넘 무겁게 만든 거 같아 자꾸 맘에 걸리네요. 미안해요."
하지만 난 누구보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누구나 무거운 배낭의 무게와도 맞먹을
심심찮은 생각을 쑤셔넣고 가지만 정작 돌아올 때가 되어도
현실은 떠나기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걸..
통장 잔고가 불어나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의 깨진 우정이 되살아나 지지도 않으며
아픈 지인이 다시금 회복되어 있지도 않고
떠나간 연인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며
연봉 상승된 직장이 다시 확 잡힐 것도 아니라는 걸 ..
심지어 또 다른 빚마저 떠 안고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은 발이 너무도 떨어지질 않는다.
몇 번이나 가는 태국이 두려운 것은 물론 아니리.
그래도 나는 간다.
길 위의 방황만큼 잡생각을 사라지게 해 주는 건 어디에도 없기에.
굿바이 코리아, 헬로우 타이.
배낭 없는 배낭 여행의 시작 ..
my first 찌질 story ..
-_- ;
늦었다! 후다닥 =3=3=33333
Lorenzo Matto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