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낭풀기-2-1
인도는 처음부터 시끄러웠고 끝까지 시끄러웠다.
공항에 들어가면 보딩하는곳에서 표를 받고 내 자리가 어딘지 이쁜 누이들이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고 지들 안뛸라고 비행기뜨는 시간보다 더 이른시간까지 탑승준비를 마치라고 압박을 준다. 그리고 처음 하는 출국심사 한국에서 나올땐 한국말도 한마디 안하고 그냥 얼굴만 보고 도장을 찍어준다.여행관련여러 서적들을 보면 이것저것 막 물어본댔다. 식은땀.그리고 10여년간의 영어공부에 대한 회한.
십여일사이 막 늙는다. 처음 여행 나온자들의 각오.
'돌아가면 영어에 매진하리라.' 작심귀국.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다시 익숙한 생활인이 된다.
출국세가 500밧이랜다.올땐 니맘대로 왔어도 나갈땐 그냥 못보낸다는 심사다.
출국심사대 아무말 없이 내얼굴과 여권사진을 번갈아 보다가 그냥 찍어준다.면세점 살거 없다.돈없는 여행자.담배? 그래 그건 샀다. 베낭을 메고 면세점을 돌아다닌다. 명품 화장품.핸드백.양주.시계.온갖 전자제품들. 본적도 없는 신기한 요물들. 내가 돈이 얼마나 있을까 잠시 생각하는 동안 가격표를 본다.이게 싼건지 비싼건지 도통 모르겠다.나중에 비싼 양주는 사람 혀를 녹인다는걸 알았다.
태국 십여일동안 걸어만 다녔다. 카오샨에서 수쿰빗까지 인도대사관으로 왕복 몇번을 했는지 모른다.음료수도 비싸다고 길거리음식도 그렇게 필요치 않다고 아끼고아꼈다. 궁상.궁상이 맞다. 비행기표 포함 200만원 들고 감행한 이번 여행의 일정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도통 알수가 없지만 10여일 비행기표 왕복 30여만을 제외하고 약 10여만을 썼다. 비자비가 컸다.지지리 궁상. 난 태국에서 볶음밥만 먹었다. 수돗물을 돈주고 사먹었고 더운 길거리를 얆은 딸딸이(싸구려 쓰레빠의 군대식용어)를 끌고 방콕시내를 걸어다녔다.
인도대사관을 물어물어 찾아가는 길. 길을 물어보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낯익은 한국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xx식당.한인타운이란다.식당이있는데 주인은 없고 조선족아주머니께서 식탁에 앉아 있다가 날 맞았다.길을 물어봤다.여기가 어딘지.어디로 가야 하는지.온통 땀이다.아주머니 날 처다보며 더운데 고생많다면서 물을 가져다 주셨다. 자기도 중국에 나만한 아들이 있다고.갑자기 날 보니 아들생각 난다면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주방으로 들어가셔서 멸치와 나물이 든 간이 도시락을 스티로폼팩에 넣어 주셨다.김치는 사장이 채크한다고 하시면서 건 못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이근처에서 먹지말고 가면서 천천히 먹으란다.엉겹결에 받아든 도시락.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의 교차.감사하단 말씀도 못드렸는데 영겹결에 쫒기는 사람처럼 걸음이 빨라졌다.몇 분을 그렇게 걸어 수쿰빗 거리 버스정류장에 걸터 앉아서 도시락을 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휘날리지 않는 볶음밥이 아닌 밥.정겨운 밥.고마운 사람.사람들.
몇번 출구 여기 있으면 잠시후에 사람들이 비행기로 꾸역꾸역 들어갈테다.대기실. 시끄럽다.한국사람들도 목소리 큰걸로는 세계어딜가도 먹어준다는데 이건 게임이 안된다. 더 크게 자신있게 맑게. 시끄럽다. CD플레이어 짐될까봐 안가지고 온것을 한참 후회하고 있다. 대기실부터 비행기로 이동하는 통로부터 비행기 좌석을 확인하고 짐을 올리는 데 부터 비행기가 뜨고 밥을 나눠주는데로 먹는데도 화장실에 가면서도 음료를 시키면서도 그들은 참 시끄럽다.인도식 영어.알아들을것도 같다. 약간 다행인가했다.기우.그리고 오류.
스튜어디스들의 서비스는 대단히 만족이다(?!). 배가 다 보이는 사리를 입고 그 거대한 배를 내밀고 모 먹을거냐고 물어본다. 냉소.냉담.찾아볼수 없는 친절과 상냥함.미소. 이어폰이 문제가 있어도 그들은 생깐다.절라 늦게 와서는 곧 내릴거니깐 필요없을거라고 친절하게 악감정이 든 억양으로 이야기를 해준다.이어폰은 받았다.몇시간 안가니깐 밥도 안준다.4시간이나 간다.이상한 간식들.당장먹음 봉변당할까봐 일단 가방에 챙긴다.
모포도 챙긴다.이미 타이항공 모포가 들어있는 짐은 붙쳤다.타이항공에서 득템한 구토용 비밀종이팩은 중요한 비행기표나 지폐나 여권을 넣고 가방에 쑤셔넣음 방수로는 최고다.이수시게도 챙기고 이쁘게 종이에 잘 싸여있다.티나는거 말고는 다 챙긴다. 비행기가 착륙을 한다.내린다고 스피커에 대고 막 떠든다.사람들은 더 시끄러워진다.비행기가 내리자마자 활주로를 따라 정해진 곳으로 천천히 간다.사람들은 모두 일어서 자기짐을 챙기느라 분주하다.자리에 앉아 기다리시라는 말도 안한다. 승무원들은 뒤에서 지들 수다 떨기 여념이 없다.문이 열리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들어온다.
켈거타 공항 .카레 냄새가 난다. 인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