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낭싸기-2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베낭싸기-2

7 661

카오샨 중심길을 걷는다. 손엔 5밧짜리 비닐병 정수된 수돗물을 들고서.길거리를 본다.낮에도 여행자들은 술을 참 많이 마신다. 2시간 전에 봤던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신다. 한국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까지 와서 한국사람들하고 노닥거릴라고 온건 아니니깐 혼자 위로를 해본다.

의지가 많이 필요한 젊은이 1. 외롭고 심심하다고 절대 인정하기 싫은 어린이 1. 난 괜찮아 혼자 위로하는 청년 1.

하루에도 두세번씩 카오샨을 무턱대고 걷다가 물을 사먹고 담배를 사고 태국음식 무서워 볶음밥만 시켜먹다가 다시 하루에 두세번씩 샤워를 하러 숙소로 들어가고,밤이 되고, 맥주하나 사다가 길거리에 앉아서 그냥 놓여있다가 숙소로 들어가서 일기를 쓰고 또 침대위에 놓여있다가 잠이 든다. 덥다. 목마르다.심심하다. 꿈을 꾼다.꿈의 끝자락 마지못해 놓으면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도 구지 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수도 해야하고 이빨도 닦아야 하고 수돗물병엔 꽁초만 가득하다.그렇게 사 마신 물병이 침대 주변 어지럽다. 마음은 바쁘다.별로 가고 싶은곳도 없고 아무런 정보도 없고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다.

배를 채우러 또 나간다. 매일 배는 고프다. 히루종일 걷고 배고프고 배설을 하고 배설물이 션찮고 3일만에 약도 안통한다. 포기가 빠를수록 편해지는 뱃속.후천적으로 편할수 없는 뱃속.신경성 대장증후군.숙소 1층에 마련된 간이 식당. 주인장은 오늘도 채크인하냐고 묻는다. 응. 다른데 갈데도 마땅치 않다. 일박 오늘도 카오샨에서 빈둥 거리면서 보낼터이다

다들 혼자 앉아서 간단한 아침을 한다. 맥주를 시키고 책을 보고 계란후라이를 칼로 썰어먹는다.안익은 노른자를 칼로 먹는 법을 배웠다. 많은 여행자들의 론리플레닛. 그리고 아직 술에 덜깬 카오샨의 아침. 나도 론리플레닛.

돈주고 머리결을 무지 상하게 만든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바로 건너편에서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봤다. 봐주었다.미소를 띄워주었다.고맙게도 생까지는 않는다. 은근 자리를 보고 은근 자리를 자연스럽게 욺겨앉았다. 합석.지금도 어딜가든 일본사람들과의 만남은 참 편하다.영어를 못할것 같으니깐. 그들의 특유의 억양 그리고 단어나열. 조합.대화.

'하이'='하이' 참 뻘쭘하다. 그건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일본인?'- '넌 한국인?" 대화의 소통. 그리고 그 편해지는 지름길.

'내 이름은 xx야' ='내 이름은 vv야' '반가워'='반가워' '어디서왔니?'-'일본'
이거 말고;자네 사는 동네 !참 어려운 단어조합. '아 요코하마' '이제 어디 가니?' -'나 여행 이제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어디서 왔는데?' 젠장 결국은 이런식밖에는 안되는 단어조합. 다 이해해주는 나름 여행한 일본인. '인도' -'인도? 좋아?'='좋아 무지 좋아'=+='정말 좋아?"+++'응 정말 좋았어' 과거형으로 말한다. 그는 자기 방으로 뛰어올라가서 인도에서 찍었던 몇장의 관광엽서같은 사진을 가져와 보여준다.

이.쁘.다.

인도에 가기로 했다. 비--자가 필요하고 인도대사관에 가야 하고 비자를 신청하고 시간이 일주일이나 남는다. 카오샨.4일 지겹다.그렇게 일주일 카오샨을 지겹게 더 느끼고 나서야 난 카오샨을 떠났다.
뒷골목 식당 25밧 볶음밥들아 안녕. 난 카레 먹으러 인도에 간다.

사진 한장 보고 인도여행. 공항을 가기전에 집에 전화를 걸었다.
호주 간다고 뻥쳤다. 부모님은 호주란 말에 안심을 하셨다. 거의 모든 우리네 부모님들은 치안이 좋고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에 대한 환상이 크시다. 여행하는 사람에겐 물가 싼게 최고다.
다큰 어린이 차조심을 해야한다.

카오샨 그 밤에 베낭을 싼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빨래감과 관광지들의 입장권들. 팜플렛.10여일 사이에 그래도 많은 것들을 채집,수집했다. 혼자서도 잘한다. 한국어 토시가 박혀있는 생활영어 포켓북은 이미 버렸다. 가계부화 되고 있던 일기장도 버렸다.

여행을 떠나면서 가지고 있던 의식적으로 계산적이던 강박증.두려움.의심 의혹. 날 가두고 있던 것들.많은 것들.떨림의 다른 모습들.조바심.어눌함.

베낭안에 다 넣었다. 빠진건 없나......

이쁜 마음으로 베낭을 쌌다.

7 Comments
소나기오면 2008.10.01 10:42  
  베낭풀기 2-1 올려주실거죠??
곰돌이 2008.10.01 17:03  
  태국 먼저 들렸다가. 인도를 가셨군요^^*

인도 여행기 다시 기대하겠습니다^^
2008.10.01 17:13  
  태사랑이다 보니 인도여행기는 없습니다.간략하게 이런식으로 베낭풀기-2를 이어가겟죠 아마 역쉬 곰돌이님 리플 소나기오면님의 리플에 힘입어 갈때까지 가봐야 겟네요
봉사랑 2008.10.01 19:17  
  뭔가 자꾸 땡기게하는글이네요.
 쭉~ 올려주세요 ^^
뽀사랑 2008.10.04 23:17  
  글재주가 넘 좋으세요~^^
eavan 2008.10.06 18:53  
  저는 화상입어서 어머니에게 여행한거 들켰어요 ㅠ ㅋ
2008.10.06 23:59  
  눈치밥의 시대가 도래햇구나 크크크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