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의 모습
요즘에는 조금 여유가 생겨 여기 저기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국내 모 포탈사이트의 여행동호회에서 가끔 질문에 대해 답글도 달아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놀랄것도 없는 당연한 진리(?)를 하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통계적으로 정확히 추정은 못하겠지만, 여행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질문은 바로 다음페이지에 답이 있는 질문이더군요. 즉,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은 게시판을 검색하거나 읽는 것을 싫어한다 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간혹 심심하거나 할 경우, 대화방에 들어가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여행가는 사람에게 몇 가지 대답도 해주곤 했지만, 그때 역시 느낀 일은 여행을 처음 가려는 사람이 대화방에 와서 묻는 것은 방금 전 사람이 묻는 것이랑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순간 비즈니스 마인드가 동해서, 차라리 이렇게 자주 물어보는 걸 정형화 해서 이걸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서비스 하면 어떨까 하는 망상도 들더군요. 하지만 이 망상에서 깨어나는데에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서비스의 주된 고객은 게시판 글을 읽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일텐데 어찌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새삼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케텔에서 코텔로 그리고 하이텔로 넘어가다 이제는 역사의 저편으로 묻어져 버린 그 곳에서 여행동호회가 있었고, 그 동호회에서도 항상 나오던 이야기 였습니다. 공지사항으로 질문을 올리기 전에 LT로 검색해 보라고 이야기 했지만, 항상 다음페이지에 있는 질문이 올라오곤 했었지요.
정말로, 귀차니즘은 이제 대세인거 같습니다. 강문근님이 여행일기를 묶어서 낸 동남아 가이드 북을 여행 6개월, 1년 전에 사서 전철에서 시간 날때마다 읽어서 미리 여행지의 분위기를 익히고 하면서 준비하던 그런 시절은 이제 더이상 돌아오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외여행자유화 된 것이 내년이면 정확히 20년이 되네요. 제가 알기론, 89년에 40세이상에게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고, 92년부터인가 대학생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어서 여권만들고 나면 대학로에 있는 모 기관에 가서 소양교육 안받아도 되는 것으로 바뀌었던거 같습니다.
지난 20여년간의 여행의 경험은 이미 축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활용도는 그렇게 높지 못한가 봅니다. 그래서, 제가 가끔 사용하는 여행을 준비하는 법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함께 나눠주셨으면 좋겠네요.
제일먼저 교보문고에 가서 고등학교 사회과부도를 삽니다. 몇 천원 했던거 같네요. 그리고 손에 닿기 쉬운곳에 둡니다. 가급적 근처에 포스트잇과 형광펜을 같이 둡니다.
인터넷 게시판을 읽다가, 아니면 TV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거나, 가고 싶은 곳이 나오면 그곳의 위치를 사회과부도에 형광펜으로 표시합니다. 그리고 간략히 포스트잇으로 설명을 적어 붙여 둡니다. 물론 귀차니즘의 반발이 강력할겁니다. 하지만 습관들면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하나 둘 붙이다 보면, 언젠가 시간과 돈이 허락되는 시기가 옵니다. 예산에 맞춰서 여행목적지를 정합니다. 그리고 사회과부도 펼쳐서 형광펜 찍힌 곳 중심으로 루트 잡으면 됩니다.
하지만, 당장 갑자기 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과부도에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은 곳을 갑자기 가야 한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게시판에 질문 올리기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올려야 하겠지요.
질문 : 저 태국가야 해요. 도와주세요.
내용.
저가 다음달에 태국가야 하거든요. 얼마가 필요할까요? 어딜 가야 하나요? 하나도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가 너무 너무 힘들다는 것이지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요.
정말 시간 없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패키지를 가거나, 아니면 여행을 포기하는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1. 여행기 게시판을 읽는다.
여행기에서 이미 다른 누군가가 한 여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겁니다. 이미 좋다 나쁘다가 나와있기 떄문에 실패할 확률은 낮아집니다. 다만 개인의 취향차이가 있겠지요.
2. 가이드북을 읽는다.
가이드북을 처음부터 읽을 시간은 없을겁니다. 여행기에서 좋다고 나온 곳을 몇 군데 메모해서 그 부분만 읽습니다. 2,3개 정도 가이드북을 읽으면 감이 잡힙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미리 여행갈 곳의 지도를 한 번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대충이나마 가는 곳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라도 알아두면 여행할때 길 헤멜 확률이 줄어들 것 같더군요.
3. 일정표를 만든다.
대충이나마 언제 뭐한다를 정리하면 좋습니다. 장기간 여행이고, 여행경험이 별로 없으면 처음 3일정도는 꼼꼼히 작성해 보십시오. 그리고 나면, 여행 패턴이 생겨서 몸이 움직이게 됩니다.
너무 길어졌네요. 여행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주저리주저리 길어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