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네번째 여행 (홍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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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네번째 여행 (홍릉산)

티티도그 5 568


여행을 시작한지 어언 50년이다.

이제 여행의 이력도 조금은 붙었고

노하우도 조금 생겼다.

돌이켜 보면 참 즐거운 여행이었다.

거친 음식이나 부드러운 음식이나

쓴 음식이나 단 음식이나

나름의 맛과 에너지를 주었고

작은 토굴이나 멋진 호텔이나 그 순간순간 마다

편안한 쉼을 주었다.

때론 달구지로 때론 침대 비행기로

지구 곳곳을 옮겨 다니는 것도 신나는 경험이었다.

두툼한 점퍼나 살이 비치는 셔츠나 아름다운 패션이었고,

어둠 속 별빛이나 눈부신 햇살에 비친 수평선이나

지구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작은 몸을 덮을 듯한 거대한 해일이나 살을 에일듯한

눈보라도 매우 짜릿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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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여행의 기회를 주신 신께 진심 감사 드린다.

이제 지구 여행 30년 남짓 남았을 것이다.

육체를 떠나 영혼이 갈아타는 새 열차를 타고 지구를 떠나

새로운 형태의 신비한 여행이 시작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지난날의 여행을 되새겨 보며

단 한번뿐인 나머지 지구여행을 다시 한번 계획 해본다.

생애 네 번째 여행 (홍릉 산)

삶은 여행의 연속인 것 같다.

집을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한다면

이 경우도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에겐 가장 좋은 규칙이며 때론 혹독한 규칙이 되기도 하는 왕따규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변변치 못한 불구인 주제에 술주정까지 겹친 아버지는 석관동 마을에서도

왕따되어 홍릉 산으로 찾아간다.

홍능산에는 많은 왕따들이 움막을 치고 거주 한다.

강아지 잡아먹고 사는 폐병쟁이 아저씨도 우리가 움막치고 살 바로 옆에

이미 움막을 치고 살고 있었다.

지리적으로 높은 곳을 선호하는 아버지는 산 정산 가까운 곳에 움막을 쳤기에

나는 지게를 지고 산아래 우물에서 물을 날라 올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 물지게를 지고 올라 왔을 때 엄마의 산통이 시작되었고

나는 물지게를 던져두고 마구 달려 내려가 전방에서 닭 알 두 알을

사가지고 달려 올라오다가 넘어져 아까운 닭 알 깨뜨리고는

다시 달려 내려가 두 알을 장부에 달아두고 달려 올라왔다.

그 닭 알 두 알을 먹고 내 사랑스런 막내둥이 숙이는 태어나 지구여행이 시작 되었다.

막내와 나는 9년 차니까 그 때 내 나이 열살이었다.

홍능산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지금의 과기원 깊은 숲에 가면 버찌나무가 많았고 버섯이 많아

아버지를 따라 버섯을 따러 가서 늑대 같은 승냥이도 보았고

홍능산 너머 이문동 가는 샛길에는 파헤쳐진 작은 산소들이 많아

지구여행을 마치고 떠나며 남겨둔 두개골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의 모습에 매료될 무렵에 홍능산 여행은 끝나게 되었다.

여행의 다음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 많은 경찰병력과 군 대형트럭들이 산아래 진을 쳤고 전투가 시작 되었다.

방패와 몽둥이를 휘두르며 전진 하던 전투병들이 쏫아지는 똥박아지와 돌멩이에 밀려나고 만다.

1차 전투에서 똥세례와 돌멩이 투하에 밀려난

병력들 사이에 금테 두른 모자를 쓴 모습의 사람이 나타났다.

경례가 쏬아지고 호위를 받으며 나타난 그 사람이 종로 경찰 서장 이라고 어른들이 쑤군댄다.

잠시 후 서장의 지시를 받은 경찰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매운 연기폭탄을 터트리며 일제히 2차 공격이 시작 되었다.

내 역할은 물지게 대신 똥 지게를 지고 공동변소에서 똥을 퍼 나르는 역할이었다.

공동변소의 똥도 얼마 되지 않아 바닥이 보였다.

1차 전투에서 쏫아부은 똥물도 거의 바닥이 났고 돌멩이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는 밀리고 밀려 점령 당하기 시작 했다.

항아리가 깨지며 괘 짝이 부서지며 옷가지들이 널 부러지며
마구잡이로 트럭에 던져진다.

트럭에 던져진 나는 패배한 전쟁에 분함과 치욕스런 눈길로

세단 차 옆에서 씩 승리의 기분을 만끽하며 흡족히 웃는
서장의 눈동자를 쏘아 보았다.

승리의 기쁨으로 환하게 웃던 서장의 안면이 굳으며
비열한 모습으로 미소가 가시며

입 꼬리가 올라가던 그 서장의 모습과

이제 갓 태어난 막내여동생을 꼭 끌어안고 있는 엄마와
놀라서 어안이 벙벙하던 두 남동생의 모습을 보고
가족을 지키지 못한 마음이 들며
흐르는 물에 눈꼬리에 힘이 빠지고 말았다.

행군을 하듯 줄지어 늘어선 트럭들이 청량리로터리를 회전하여
중량교를 지나
멀고 먼 망우리 공동묘지를 넘어
지금의 딸기원 산속에 버려졌다.


군에서 쳐준 임시천막 한 쪽 구석에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리고
누어있는 엄마와 두 동생을 보고

냄비에 보리쌀을 담아 언덕아래로 보리를 씻으러 내려오다
부슬부슬 내리는 황토빗길에 넘어 졌지만
다행히 보리쌀은 쏫지 않았다.

요새 인기 있는 외식상품이기도 하지만 보리를 끓여
조선간장으로 간하여 먹는 맛은 참 맛이 있다.


보리방구 두 번이면 배가 꺼졌고
동생을 데리고 원주민 밭에 들어가
콩을 뿌리 체 몇 단을 뽑아
불을 놓아 구웠다.
입가가 시커멓게 된 동생이 형 마싯다.
엄마하고 용이도 갔다 주자고 한다.


몇 단 더 뽑아 굽다가 원주민이 오는 걸 보고 들고 튄다.

천막으로 몰려온 원주민들이 눈발이 벌건 철거민들의
기세인지 동정인지 돌아갔고

우리 가족은 그렇게 구운 콩으로 저녁을먹고 잠들었다.

그 죄로 난 밤새 아래로 쏫아 냈다.


날이 밝고 오후가 되어
국가 권력반역죄로 끌려갔던 아버지가 돌아 왔다.

냄비 하나 들고 뒤를 따라 다니며
아버지가 휘두른 회초리에 쪽쪽 뻣은 개구리를

주워 담는 재미,
구운개구리의 고소한 맛과
기름이 동동 뜨는 개구리국에
보리밥 말아서 먹는 그 맛

여행에 먹는 즐거움은 치를 떨 듯 즐거운 맛이다.

천렵의 즐거운 맛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든든한 아버지와 천렵여행은
세상 그 어느 나들이 보다 즐거운 것이다.


이번 홍콩여행 푸켓여행도 즐거웠지만 그 때의 여행은 잊을 수 없다.

여독에 오늘은 이만 줄이고 다음 시간이 있으면
동구릉 여행 양평동 뚝방여행을 올려 보겠습니다.

5 Comments
봄길 2007.04.20 09:15  
  읽기좋게 조금 행수를 줄여주면 좋겠습니다. 붙여 쓰시거나 해서요. 그리고 생각할 게 좀 많은 글이라 양을 조금 압축도 해주시고요. 옛날 생각나.......네요.
봄길 2007.04.20 09:16  
  근데 요새 사람들은 뭔 얘기하는지 잘 못 느낄 것같고요. 그래서 글 내용에 비해 독자층이 좀 엷을지 모르겠네요. 매니아들이 있다는걸 생각하시고...분투하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티티도그 2007.04.20 16:50  
  봄길님의 말씀 참고 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글 읽어 주심 감사 하고요,
덧니공주 2007.04.21 00:47  
  개구리,구워먹는건 알겠는데요,국도 끊여요?
전,안먹어본걸 절때루 못먹는데요,개구리국은 어떤맛일지 몹시 궁금해요. 악어는,닭고기맛이라던데...
개구리국...어떤 맛일지~
독자층이 엷을까요?ㅋㅋㅋ 읽어두,리플안다시는분들이 의외로 많은거같더라구요~
티티도그님 여행기 보면요,옛날 할머니가,떡찧던 그때가 생각나서,포근해져요~
참새하루 2007.04.27 18:18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의 수필을 읽은 듯합니다
티티도그님 아이디는 자주 뵈었지만 평소 덧글에서 약간의 장난끼가 있어서 잘되야 20대 중반으로 생각했엇는데...
의외로 저보다 지구여행 대선배님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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