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산로드에서 가방 도난주의하세요.
저는 지난 1월18일부터 2월 13일까지 태국 남부 섬들로 짧지 않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초중반은 아주 좋았습니다. 코타오에선 바다수영, 스노클링, 스쿠바다이빙, 트레킹등을 하면서 등이 두번이나 까맣게 벗겨져 버릴만큼 레포츠에 흠뻑 빠져있었구요. 코피피에선 정말 영화 비치의 주인공이 된것처럼 섬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특히나 코피피의 태국여성들은 유난히 미인이 많더군요. 한번 눈만 마주쳐도 아주 기분이 좋아질 만큼....
아뭏튼 갑작스런 육체활동 탓이었는지 단지 귀국을 위해 방콕으로 돌아올땐 정말 피곤했습니다. DDM에 옷가지와 책이 들어있던 큰 가방을 맡기고 비행기 탑승수속시간까지 남은 6시간은 태국식 방석및 재미난 티셔츠등을 고르며 쇼핑할 계획이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그냥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 천천히 둘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뭏튼 겨우 DDM에 도착해 가방을 맡기고 작은 캠코더 가방에 중요한 물건들만 담아 메고 나왔습니다.
일단 배가 고파져서 람부트리를 지나 카오산로드로 건너는 큰 길을 건넜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큰 가방을 메고 걸어오던 길 (비엥따이 호텔 근처)에 맛있는 노천식당들이 많아 보였거든요. 그중 두번째 노천 식당에 유일하게 빈자리가 있어 앉았습니다. 메뉴를 꼼꼼히 보고 여지껏 먹어보지 못한 수끼와 국수를 시켜놓고 음식을 기다렸습니다. 조금 떨어져 옆좌석에 앉은 외국인 커플이 앉아있었는데 남자의 헤어스타일이 참 재밌었습니다. 아주 어려보이는 여자 친구를 기다리게 하고는 어딜 계속 왔다갔다 하더군요. 예상보다 음식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저는 비행기 티켓을 확인하고자 가방을 옆의자에 올려두고 티켓을 꺼냈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와 티켓을 살펴보며 잠시 얘기하던중 음식이 나왔고 한두젓갈씩 서로 시킨 음식의 맛을 체크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티켓을 다시 넣어두기 위해 옆을 돌아본 순간 가방은 이미 사라졌더군요. 불과 2분여의 시간이었습니다.
당황한 우리를 보고 식당종업원이 눈치를 챘는지 우리 바로 뒤에 앉았던 외국인이 맥주를 시켜놓고 마시지도 않고 방금 사라졌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순간 옆에 앉아있던 외국 커플이 생각나 찾아보니 자리를 저 앞쪽으로 옮겨 앉아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혹시 우리 뒤에 앉아있던 사람의 인상착의를 봤는지 물어보았지만, 모자를 너무 깊이 눌러쓰고 있어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급히 식당 종업원들의 도움을 받아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물론 헛수고였습니다. 가방엔 여권, 돈, 캠코더및 중요한 물건들이 가득했고, 순식간에 모든게 뒤죽박죽이 되버린거죠.
그 이후엔 경찰서, 한국대사관, 이민국들을 돌며 2일, 마침 성수기에 놓쳐버린 비행기 스케쥴을 다시 잡고 기다리느라 5일, 이렇게 일주일을 꼬박 더 기다려야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거지만, 옆에 앉았던 외국인 커플들도 우리가 주변을 뒤지러 떠난뒤 얼마뒤에 음식엔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자리를 떳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한팀이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나름대로 배낭 여행의 경험도 적지 않고, 그간 이런 저런 사기를 당하면서도 아슬아슬 마음을 열고 여행을 즐기는 요령이 생겼던 터라, 제겐 더욱 데미지가 컸던 사건이었습니다. 너무 익숙한 카오산로드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더 방심했던것 같기도 하구요.
창피하게 이런글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곧 방콕에서 한국 들어오실 분들께 부탁할일이 생겨 태사랑 사이트를 다시 찾았다가 이런저런 글들을 접하며 작은 정보나 경험을 공유하는게 중요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글 남겨봅니다.
일단 그런 꾼들의 타겟이 되면 저처럼 되기 쉬우니 번잡한 곳, 특히 카오산로드에선 주의가 필요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