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정말 뒷북도 이런 뒷북도 없을만큼
류시화님 책을 이제서야 시간 가는지 모르게 읽고 있습니다.
한장한장의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 아껴읽고 있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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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서지기 직전의 나무침대에 누워
천장에 뚫린 큼지막한 구멍으로 하늘을 보았다.
그 구멍으로 별들이 유성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우주 전체가 쿠리 마을과 바냔나무와 5루피를 떼어먹은
노인처럼 집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진 게 없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의
토담집 위로 별똥별이 하나둘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내렸다.
지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역시 저 하늘 호수로부터
먼 여행을 떠나온 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구멍 뚫린 방이 나는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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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이 이야기의 제목이 뭐가 좋겠냐고 물어본다면.
전 생각할 겨를도 없이.."은하철도 999요!"라고 외치고 싶네요.
지난 여름에 혼자 태국을 다녀왔습니다.
일주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자유의 맛이 너무 강렬해서..
가을에도 혼자 일본에 다녀오고, 틈만 나면 나갈 궁리만 하다가.,
결국 남은 휴가를 돈으로 안받고 모두 써서 연말에 라오스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전 정말 소심쟁이에다가 겁도 무진장 많고 뭘하든 어리버리~~한데,
대체 이 혼자 떠나고 싶다는 근원 모를 의지는 어디서 나는걸까요.
혼자 동남아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다들 용기가 넘친다고 하는데..
전 한 번도 제가 용기있다고 생각해본적이 없거든요.
김형경님의 '사람풍경'이란 책을 읽다보니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혼자 여행을 하는 용기에 대해 여행을 추진하는 내면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건 두려움보다 더 큰 호기심이었을 거라고.
두려움을 참으며 낯선 여행지를 걸어갈 때, 좌절감을 안은 채 어떤 일을 해낼 때
온몸에 힘이 들어가도록 애쓰던 그 느낌이 바로 용기였구나 싶다고.
어리석음을 닮은 단순함, 현실감각이 결여된 무모함, 둔감함에 가까워보이는 초연함...
이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일상에서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이면 어때요..
낯선 곳에서 순간순간 온전하게 자신을 만나고
스쳐가는 바람을 기분좋게 느끼는 자유로운 여행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