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행을 갑니다
 
  그리고 아무 계획 없이 갑니다
  아무 계획 없음은 넉넉치 않은 여행자가 가질 수 있는 커다란 권리입니다
  아무 계획 없음에 가는 날짜가 가까울수록 못난 주머니가 내심 더 불안해집니다.
 
 여행을 왔습니다
 아무 계획 없음에도 머리 쓸 일이 생기면 처음에 계획이라도 있던 듯 차질이 생겼다고 착각합니다
그럼 여행을 건강히 잘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욕심을 부렸구나 깨닫습니다
 짐이 많아지면 힘듭니다
 짐이든 욕심이든 계획이든 버려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지의 세계는 불안마저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고, 결국 버림이 즐거운 여행의 묘미인 듯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옵니다
 좋은 이불에 텔레비젼과 욕조가 있는 욕실같은 소유물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돌아온 밤 이불 속에서 이미 여행이 그립습니다
 버리는 지혜를 일상에서도 연습하면 좋겠습니다
 생각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인생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