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간다고 엄마한테 한소리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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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간다고 엄마한테 한소리 듣고...

슬슬이 19 1316
해외 여행은 학교 다닐 때 일본, 작년에 유럽에 이어 이번 겨울에 태국, 캄보디아를 가게 됐습니다. (일본은 그냥 친구 집에 머물다 온 거라서 여행이라기엔 뭐한 거였지만.)

우리 엄마는 여행에는 관대한 편이였어요. 두번 밖에 안됐지만 여행 가는 것 자체에 대해선 반대가 없었죠.

이번에도 처음엔 그래 잘 갔다 와라 하시더니 언젠가부터 갑자기 이상한 소릴 하시는 겁니다.

여행이란...으로 부터 시작해서...
여행은 40대나 돼서 가는 거다. 그 전에는 눈코뜰 새 없이 일만 해야 되는 거다.
미국 애들은 대학생들이 여행 하는 줄 아냐, 방학 때도 공부하고 일하고 하느라 바빠 죽는데 우리 나라 대학생들 해외 여행 가서 흥청망청 쓰는 거 보면 기도 안찬다고 한다... (이런 기사 났다고 스크랩까지) (나는 유럽 여행에서 흥청망청 쓰는 대학생 여행자들은 본 적도 없는데...)
요즘 애들은 어쩌구 저쩌구...
벌써 가기로 다 준비했다니 어쩔 수 없지만 너 잘하는 짓 아니다.
(순화한 표현으로 썼습니다;;;)

결국... 저는 여행 간다고 했다가 죽을 죄를 지은 자식이 됐고
이번 여행을 끝으로 40대가 될 때까지 여행은 무슨! 일이나 해라!!
가 됐습니다.

아니 첨엔 안그러시더니 갑자기 왜 이러시나... 생각해봤더니.
아하 그 때 부터였더군요. 여행 경비 좀 내어 주셈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는 다 내가 번 돈으로 간 거였는데 (학교 다닐 때도)
이번엔 제가 손을 벌리더라...
이거밖에 없더군요.

근데 사실은 저도 나이도 있고(28세임다.) 낯짝이 있지, 쌩돈 달라고 한 것도 아니였습니다.
이번에 달라고 한 것도 사실은 제 돈 이거든요. (부모님한테 내돈 니돈 하는 것도 우리 정서상 별로지만)
회사 다닐 때 벌어놓은 돈을 엄마가 보관하겠다면서 가져갔는데, 그 돈 중에서 일부를 여행자금으로 쓸테니 100만원만 꺼내 주셈 했더니, 딴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그냥 솔직하게 한 번 가져간 돈 다시 주기 싫다고 말씀하시지.
여행에 대한 생각은 옛날의 엄마가 본심인지 지금이 본심인지.
이 상황에선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울 엄마야 그렇다 치고... 애들 여행하는 꼴 못봐주겠다는 저런 기사... 다른 나라 대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눈코뜰새 없는데 배부른 것들이라는 저런 기사...
나이도 어린게(28이면 어린 것도 아니지만 -_-;;) 여행하고 다니는 게... 나쁜 짓인가요. -_-
패키지도 아니고, 배낭여행, 조금 나이 먹었다고 조금 더 써서 2주동안 항공권까지 총경비 100만원 들여서 여행 하려고 하는 것도 배부른 사치일까 싶군요. (명품 쇼핑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최소한의 비용인데)

여긴 나이 좀 있으신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집안 분위기상 엄마한테 개기면 죽는다 라는 룰이 있어서 반항은 못하지만,
넘 열받은 건 어쩔 수 없네요. 같이 가는 친구는 집에서 돈 줘가면서 여행하라고 한다던데 ㅠㅠ

그냥 여행 가겠다고 했다가 사치와 방탕만 일삼는 탕아로 찍혀버린 녀석의 하소연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19 Comments
봄길 2004.11.27 17:18  
  님의 글을 볼 때 님은 벌써 답을 아실 듯... 그리고 어머님도 답을 아시는 분이실 듯... 알콩달콩 좋은 가족들 같으신데요. 사랑이 가득한 가족들. 근데 님, 남자세요. 여자세요.

어쨌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리고 여행을 통해 이국을 알기보다 자기 것을 뚜렷이 알게 되기를 바래요. 내 나라, 내 가족, 무엇보다 내 자신이 누구인가를...

그럴 수만 있다면, 여행은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기회이기보다... 자신을 재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겠죠.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여행이 사치도, 낭비도 아니라는 걸 입증하게 되겠죠.

님의 글을 읽다 보니 문체가 참 깨끗하고 건전해보이네요. 다녀오시면 영양가득한 여행기 올려주세요.
슬슬이 2004.11.27 17:52  
  어이쿠 봄길님한테 간파당했습니다;; 답을 내놓고 질문을 해버렸으니 넘 속 보이는 글이였어요;;

충고 넘 감사합니다. 치열하게 살면서 우리의 여행을 입증한다. 정답인 것 같네요. ^^ (40대가 되기 전에 알아주셨으면 좋겠지만 ㅠ_-)

문체가 좋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는데 부끄... (^///^;;)
님 답글 하나로 기분이 풀리는 것 같에요. <-단순빵;;
여행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 전 한떨기 여인.. 푹-)
초코땡 2004.11.27 19:29  
  40대에 여행을 과연 할수 있느냐가 문제겟지요,  보통은 결혼하고 아이도 있을나이에  생활과 직장에 매여서  넉넉하게 버는분 아니면  여행하기가 힘든게 보통이 아닐까요.
전 30대 인데요 제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했는데 정말 꼼짝마 입니다. 3박4일만 빼라고 해도 몇년째 엄두도 못냅니다.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왜 학생때, 대학교때,  시간많은때 나가보지 않았을까... 후회 많이 하고 있어요.
늦바람이 무섭다고 이제사 여기저기 못가서 안달이 났지만요... 
많이 나가지않았지만 대략 22개국 정도 보고나니  확실히 시각이 넓어지는것을 느낌니다.  젊어서 여행은 빛을 내서라도 나가라고 그랬습니다.
절대로 노는거 아닙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보고 아이템을 우리나라에 접목해서 돈번분들도 많지 않습니까?

꼭 나가세요...  그리고 봄길님 말씀처럼... 입증해 보이시면 될껍니다.
^^ 2004.11.27 20:59  
  저역시 이번겨울 2개월간의 동남아 여행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슬슬이님의 어머니와 우리어머니의 반응이 거의 흡사합니다. 저와 연배도 비슷하시군요.저역시 회사생활동안 모았던 적금은 부모님꼐 넘어가있지요..ㅋㅋㅋ
이런반응을 예측해 저는 3달간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했어요. 젊을때 열심히 일해야..한다..하하하하..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인걸요.
즐거운 여행하시구요. 어머니 마음도 이해해주세요.
나니 2004.11.27 22:30  
  저두 초코땡님 말씀에 동감...시간 될때 나가야 하는데 그땐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아쉬움이 많이 남더군요. 결혼하구 직장 때문에 어려워지고..애 태어나니 더 어려워 지네요 한해라두 젊을때 나가보는게 좋을듯...요즘 대학생이 젤~~~부러워요 ^^
hyo 2004.11.27 22:49  
  저도 어머님이 가끔 그러시거든요... ^^ 이 나이 아니면 못 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꼭 해야죠. 여행도 지금 아니면 놓쳐버릴 그 무엇인가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이해 하시던데... ^^;;; 어쨌건 홧팅!
Frankia 2004.11.27 23:48  
  저는 장남이라 해외여행 못가보신 부모님 두고 여행가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출장이다. 등등해서 가긴 하지만. 여행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인것은 아닌가봐요.
크게 마스터 플랜 함 세워보세요. 부모님과의 여행 플랜. 나만의 플랜. 등등. 부모님도 함께 다녀오시고 여행중에 여러 생각을 나누신다면 수월하게 다가서실수도 있지 않곘어요?
제가 그러질 못해서요.. 항상 계획만 세우는데.. 언제쯤 부모님 모시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다 해봐드리나요...
슬슬이 2004.11.28 00:33  
  Frankia님// 음 마져요. 그래야 되는데... 부모님이 여행 같은 거 좋아하시지 않기도 하고, 부모님 모실라면 또 돈 많이 벌어놔야 되니까 아직 어렵네요. (나이 드신 분들 고생시킬 수도 없으니;;;) 더 나이먹게 전에 그렇게 해야 될텐데 ^^
hyo님// 울 엄니 말씀으로는, 그게 니 나이에 할 일이 아니라는데 어쩌겠어용 ㅠㅠ;;;
나니,초코땡님// 그런 말씀도 많이들 하시더군요. 결혼하면 땡이당. 일도 많지만 눈치 볼 일도 많을테니..-.-;;
^^님// 역시 그랬어야 했나봐요 ㅠ.ㅠ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알바비가 시원찮아서...;;; 갑작스레 결정되기도 했고 말이죠.
Frankia 2004.11.28 00:50  
  님이 좋아 하는 일이라면..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거(젼 그래요) 모시고 가보세요. 전 많이 해드리고 싶네요 보엳리고 싶고. 제가 좋아하는거 느께시게끔 하기도 하고. 쉽진않지만. 돈.. 또 다른 딜레마... 전 전 벌면 모시고 함께 가고 싶네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도 경치도 상황도 같이하고 싶고. 그러지 못하는 놈이 한이죠.. 흐흑
Frankia 2004.11.28 00:51  
  근데 부모님 연세되시면. 여행. 많이들 좋아하세요. 아니라고는 하시지만. 생각보다 무척..
40대 2004.11.28 13:07  
  전 진짜 40대 입니다. 제 주위에 보면 패키지 여행은 즐길지 몰라도 이런 배낭여행은  거의 못하죠.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여행은 젊을 때  해야 한다고 봐요. 가능한 젊은 나이에 많이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나름대의 삶의 질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마음도 조금 이해하세요....
나의 경험 2004.11.28 16:13  
  저두 맨날 혼자 놀러 다니는데.. 작년에 첨으로 엄마 해외여행 시켜 드렸습니다. 거창한건 아니구 홍콩 출장가는 길에 모시고 갔는데.. 뭐 길 안잃어 버리고 말 잘 하구 다니니까 오히려 든든해 하시는 듯^^ 약을 좀 쳐야 하는듯 싶습니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2004.11.28 21:16  
  영화 추천합니다...왜 젊을때 여행을 가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재미도 있고요....
슬슬이 2004.11.29 04:52  
  모두 충고 감사합니다 ^^
아무래도 조만간 부모님과 여행가기 계획을 세워야 겠네요. 아, 근데 정말 어색하기 그지 없는 게... ^^;; 우리집은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가족 여행도 한 번도 안가본 집이거든요; 그 흔한 바닷가 피서 조차 가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끼리도 신혼여행 말고는 나들이 한 번 한 적도 없고. (아부지 성격이 좀 그래서...)
그래서 가족끼리 어디 간다는 거 자체가 참 상상 안되는 분위기에요. 그래도 어색함을 깨고 함 모셔야 할 거 같네요. ^^; (사실 이 글 쓰고 약간 죄스럽기도 했습니다;)
땡땡 2004.11.29 10:07  
  제가 한 세번 정도 해외 여행을 하고 나니까 엄마를 모시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생 둘과 일본 배낭여행 계획하면서 같이 가시자 했더니 펄쩍 뛰면서 절대 안간다고, 떠나는 날 아침까지 그 돈이면 어쩌구, 저쩌구 하시더군요.  그런데 일본에서 우리보다 더 열심히 구경하고 좋아하시더군요.  그 뒤에는요?  사이판, 태국 갈 때 우리끼리 갈까봐 걱정하시더군요.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리고 이젠 중국 가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부모님 모시고 가 보세요.  젊은 우리야 남은 세월이 있지만 나이 든 분들은 한해 한해 기력이 다르더군요.  건강할 때 보내드리는 여행만한 선물이 없습니다.
Tommy 2004.11.29 11:41  
  저도 학창시절이나 지금도... 너무 제 자신만을 위해 여행다닌다는 숙연한 생각이 드네요~ 부모님 세대는 배낭여행이 힘들거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혼자 즐기기에 바빴고...
땡땡이님처럼 가까운 나라를 여유있게 일정 잡고, 자식이 안내 해 준다면, 다소 숙박 시설이 불편하더라도 즐거워 하실거 같군요~ ^^
슬슬이님도 무작정보다 혼자 떠나기 보다, 가족하고 계획을 세워보심이...
다만 여행을 갈 때 가더라도, 학생이고, 뭐고~ 부모님께 손 벌리고 여행하지 맙시다. 여행다니면서 독립심도 키울수 있는건데~ 시작부터 신세지면 그렇잖아요 ㅋㅋ
자신이 고생해서 번돈으로 떠난여행 더욱 값진 여행으로 돌아옵니다. 저 같은경우 다른것보다 지금까지 여행을 제가 번돈으로만 다니고, 적금까지 부어서 다녔다는게 그래도 뿌듯하더라구여~ ^^;;
슬슬이님이야 좀 애매한 상황이지만... 암튼~
슬슬이 2004.11.29 14:40  
  ㅎㅎ 그래요. 인제부터 부모님 모시고 여행가기 적금 들어서 내년 겨울엔 같이 가야 겠어요. (가서 잘 해내면 왠지 뿌듯할 듯! ^^)
시나브로 2004.11.30 16:54  
  전 해외여행 이야기만 나오면 참 좋은 직장 가졌교, 정말 좋은 아내 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지금 40대고 결혼 11년차지만 언제부턴가 시작된 여행. 방학마다 나가게 되었거든요. 약 3년 6개월 전부터 나가게 되었는데 이번에 또 나간답니다. 직업이 교사라서 방학을 이용해서 보름 정도 있다가 옵니다. 더 있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서리. 제가 이럴진데 다른 직장 가지신 분들은 더 맘이 타시겠죠.
여행 젊을 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늙으면 나가기도 힘들 뿐더러 더더욱 모험적인 여행은 못하겠어요.
전 울 아들 둘 모두 대학생되면 백만원씩 줘서 한 달간 집에서 쫓아낼 예정이랍니다. 그래야 여러 경험들 다 하니까요.
화이팅~~~~~~
엘레강스 2004.12.01 23:31  
  남 얘기 같지가 않네요..-_ㅜ
저도 지금 부모님의 반대로 막다른 길목에 다다랐어요..
정말 대판 싸웠죠.. 왜 이해를 못하실까요..?
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첫 월급으로 해외여행 보내드린다니깐 그것도 다 필요없으시다고 하시고..
걱정하시는건 알겠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내마음도 간절한데.. 에고.. 그래서 저도 걱정이랍니다.
어떻게 설득시켜야 할지 모르겠어서.. 지금 이렇게 올라온 글들을 프린트 해서 보여줄 생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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