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이상의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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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이상의 그 무엇~

도꾸리 6 1365
기억 저편에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내기가 쉽지않다.
가끔씩 떠오르는 단상들...
친구들과의 대화..
책에서 본 문구들...
머 이런걸 통해서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들....

하지만 이 친구들과의 유쾌했던 기억은 그런 수고를 덜듯...
그만큼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간 이들..

캄보디아에서 앙코르왓 세번째 방문하는 날이였다.
오기전에 이것저것 많이 준비했지만, 같은 모양의 구조물을 3일 연속 본다는 것은 역시  조금 지루했다.
그런 와중에 이 친구들을 만났다.
나에게 성큼 다가오더니 당당히 말하더군.
'give me one dallar'
어찌나 당돌하고 똘똘하게 말을 하는지, 내가 약간 당황할 정도였다.
당연히 줘야하는 1달러..

1달러짜리 지폐가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내가 주게되면 계속해서 이런 구걸을 멈추지 않을꺼란걸 알고 있기에, 한국에서 가져온 전통문양 북마크로 대신했다.
하지만 이들의 집요한(?) 1달러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급기야 이들을 떼어놓기로 마음먹은 나는 약간의 으르름도 놓아보고, 험한 표정도 지어보였지만 이들을 떼어놓기에는 역부족이였다.
그제서야 웃음이 나오더군여.
이들의 집요한 1달러 공세때문이아니라, 이들의 천진난만함에...
과연 이들이 1달러의 가치를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그래서 생각했어요. 우선 1달러는 주지않겠다고 결심했으니까, 그 이상의 다른 무엇인가를 줘야겠다고.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따스함,포근함 머 이런 감정들을...
같이 앉아서 이들이 이잡듯 머리를 뒤적여도 가만이 있고,
내 앞에서 자기들끼리 머라고 쑥덕쑥덕 거려도 가만히 웃고만 있고,
관리원인 듯한 사람이 와서 이들을 쫓아내려고 하면, 내가 막아주고.
따뜻한 사랑이란걸 전해주고 싶었어요.
1달러 가치보다 큰..
그 무엇인가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 자리를 이동할려고 일어섰다.
이놈들도 이런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나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쫄래쫄래 가방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무엇인가를 끄내어더군요.
네모로 접은 쪽지를...

나에게 선물로 주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어서 펼쳐보라고 하더군요.
호기심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2장의 그림이더군여.
손으로 직접 그린 자그마한 메모지 크기만한 곳에 그려진 꽃그림..
재료가 부족한지 몇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그림 인물그림..
분명 학교 수업시간에 그렸을 법한 그림들...
그런데 이걸 왜 나에게?

이유는 나중에 알게되었네요.
이들에게 줄것이라고는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뿐...
즉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였쬬..
나의 1달러 이상의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1달러 이상의 무엇인가를 주려다가, 오히려 제가 이들에게 커다란 사랑을 받았네요.

이들이 그립습니다...

6 Comments
초코땡 2004.10.02 00:21  
  아름다운 이야기이군요... ^^

저같은 경우는 일부러 씨엠립에서 재래시장을 찾아 가봣죠... 시장의 참모습을 한바뀌 돌아 보고 집에 가는데
꼬마 한명이 다가와서 돈달라길래.. 줄까 말까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한명인데 머.. 하고 한장 뽑아 줬어요... 그순간... 그광경을 여기 저기 떨어져서 보던 아이들 수십명이 갑자기 자기도 달라고 마구 달려오기 시작... 아우... 정말 아이들이 무서운건 그때 알았어요... 포위되기 전에 일행이랑 저는 무조껀 눈에 보이는 성태우를 잡아 타고... 줄행랑을 쳤죠... 흑흑 무서운 아이들...
봄길 2004.10.02 09:00  
  10여년전에 필리핀을 갔었습니다. 친구들 십수명과 어느 해변을 놀러갔지요. 짓궂은 친구들이 해변의 떠도는 개들을 보고 동네 쳥년들에게 한 마리 잡아줄 수 있느냐고 했죠. 8천원을 달라더군요. 그리고 조용하던 해변은 공포에 울부짖는 개들의 외침과 동네 아이들의 떠들석함으로 소란해졌죠.
부끄러웠습니다. 특히나 아이들 앞에 부끄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 가운데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가 없을지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그리고 우리네 문화가 그들 속에 추하게 비쳐질까 염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을 싸매고싶어, 그것을 감추고싶어 해변의 아이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가진 것은 돈밖에 없어(?) 아이들과 짧은 얘기를 하고 십수명의 아이들에게 약간의 돈을 나눠주었습니다. 브끄럽지만 사랑이 아니라 잔돈 얼마를 말입니다.
눈속임인가 마음에 부담을 느꼈습니다. 그 때 그아이들 이제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요.
도꾸리 2004.10.02 12:38  
  초코땡님~
중국에서 비슷한 경험을...
북경역앞에서 한 녀석한테 돈을 주었더니, 그걸 지켜 보구 있던 다른 녀석들이 우르르 달려들더군여. 처음에는 웃음띤 얼굴로 돈을 달라고 하드니, 나중에 내가 돈을 안 줄것 같으니까 욕을 하고 가더군요. 그 여린 입으로...
아마 그때부터 '아이들에게는 돈을 주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듯..
도꾸리 2004.10.02 12:40  
  봄길님~
너무 염려치마시구요~
그 친구들도 그냥 어릴적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을꺼에요~
좋은 하루~
초코땡 2004.10.03 02:48  
  그러게요...  저도 그 도망 사건 뒤에 아이들한테 돈을 안줘야 겟다 생각을 했었는데...  아이들을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맘을 사는법을  하나 배웠네요...
우간다 2004.12.03 21:54  
  앙코르가 우간다로 이사를 갔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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