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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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일기.

[자주빛고양이] 3 405
해가지는 바다를 보며 저녁을 먹는다.
일하는 소년은 습관적으로 초를 켜고 불을 밝힌다.
손입도 없는 조용하고 작은 해변은
그에게는 무척 지루한 삶일것이다.

행복하고 싶었다.
active하고, dinamic한 멋진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늘 찢기고 가슴 아팠다.

삶이란 원래 지루하고 아픈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행복하게 사는 법을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원래 지루하고 아픈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지루하고 더딘걸음으로 밀물과 썰물은 바다를 이룬다.
바다가 지루하다 하여 밀물과 썰물을 거부한다면
썰물에 남겨진 생명체는 다 죽을것이고,
파도에 물결로 남겨진 바닷가 자국도 사라질것이다.
이처럼 내가 그저 지루한 삶을 벗어나서 여행자로 살아간다면..
삶 그자체를 거부한다면,
그건 결국 이방인이 되고 삶을 거스르는것일게다.

삶이란것은 원래 그렇게 아프고 지루한것이라..
우리는 꿈을 꾸고.. 행복을 추구하고...찾아다니는 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은 나에게 drama를 원하시는것이 아니라..
작은 나무, 구름, 파도들처럼
조용히 주어진 시간에 내 몫을 다하길 원하시는걸지도 모른다.
조용히 하나님 세상의 하나의 그림이 되어.

당신이 말했던 자유의 나라. 태국.
과연 이들의 삶은 자유스럽기만 할까.
그것은 당신이 이곳에서 여행자로, 이방인으로만 살았기 때문에
자유의 나라라고 당당하게 말할수 있는것은 아닐까.
나는 이제 당신이 말한 자유의 나라가
자유의 나라가 아니라고 반언할수 있을거 같다.

다시는 도망치지 않을수 있을것 같다.
더이상은 억지로 스스로를 강아지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그럴수 있을것 같다.

*

돈이 많아서 원하는것을 마음껏 가지면
건강이 좋아서 삶에 지장이 없다면
좋은 직장이 있어서 남들에게 명예롭다면
평온한 가정이 있고, 삶의 벗이 있다면
원없이 사랑할수 있다면 행복하겠는가.

그 열기의 사라짐 없이 나 마음껏 행복하겠는가?

나.. 그보다는..

내 가슴이 뛰고, 마음이 열려있고 머리가 찼으면..
조금 힘들고, 부대끼더라도 내 가족, 친구들과 더불어살았으면,
오감이 원하고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일수 있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을 줄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내 몫에 맞는 사람이 되었으면..
나아지은 사람이 되었으면..

그럼 화려하진 못하더라도
내세울만한것은 없더라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유롭고 평온한 영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2004. 06. 19 - 06. 20

-자.묘.
3 Comments
봄길 2004.08.23 09:57  
  일기이기보다는 인생관 또는 신앙고백처럼 보이는군요. 마르틴 부버와 에리히 프롬이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감고 있던 눈을 떠보는 그럼으로써 습관처럼 굳어져 있던 내 삶의 껍질에 충격을 던지는 체험을 해봄으로써 일단 변화의 단초를 얻게 된다면, 여행은 썰물과 같은 효과를 인생에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여행이란 밀물과 같은 새로운 충만을 누리게 하는... 그 시작점.
문제는 열려진 틈새로 비워진 우리 삶의 공간에 채울 수 있는 그 무엇이 어떤 것일는지...
그것은 지식일런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새로운 헌신일런가, 아니면 인류를 향한 더 넓어진 사랑의 봉사일런가, 혹시나 하나님에 대한 경외의 마음이든가...
바로 이것들이 여행의 참된 에필로그가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님에게...!! 2004.08.23 15:21  
  너무 깊은 마음의 생각은 접어두세요!!
나쁘다고... 그들보다 더나은 삶이라고 아파하지마세요!!
우리도 그들처럼 아팠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 시절을 헤어나오기위해 많은 희생이 있었으니...
감사히 여기세요!!
시작된 여행과 끝으로 마무리된 여행을 모두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점은 너무 회고록 같더군요...
여행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만끽하였으면 좋았을 것을..
님의 여행기를 읽으면 우리가 너무 많은 혜택속에서..
너무 편한 문명의 혜택을 받아..
너무 죄인처럼 되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힘든이에게도 행복이있어요....
벼랑끝에선 사람도 한가지의 희망이 있기에...
다시 발길 돌릴 수 있는 거구요!!!
우리보다 비록 많이 아프고 가난(?)해보인다하여...
불행하다 여기지마세요...
그들도 우리도... 아마 행복함속에서 사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요!!
비록 팔다리가 없다해도...행복하게 웃잖아요...

힘내시구요... 언제나 행복함의 미소를 지을수 있길...

너무... 지나치게... 깊이 생각친 마세요.
꼬봉 2004.08.25 01:32  
  내 몫에 맞는 사람....
이 구절이 저의 욕심을 부끄럽게 합니다.
또한 저를 겸손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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