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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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이란...

스따꽁 2 500
여행에 정도는 없습니다.
누구든 스스로가 만족했다면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보편적인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작년 이맘때쯤..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를 1달동안 여행했는데...
기억에 남는 두명의 여행자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일단 저의 여행스타일을 얘기하자면....
저는 여유없는 게으른 여행자입니다. 준비도 대충하고, 그 대충 세운 계획도 내키는대로 바꿉니다. 게다가 그와중에 많은 것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버리질 못합니다. 욕심뿐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거죠. 여행경비도 아껴쓰고 싶지만, 대충 깎고, 대충 먹고싶은거 먹고, 더우면 에어콘 방만 찾습니다. 여행 가계부나 일기도 며칠 쓰다가 맙니다. 사진도 초반에만 열심히 찍다가 관둡니다. 전 제가 구제불능한 게으른 여행자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의 모습도 다르지 않죠. - -;;


한명은 제가 태국에 도착한 첫날 만난 30대의 여자분인데, 혼자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그날이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이분은 한마디로, 철저한 준비, 가장 저렴한 경비, 완벽한 여행을 추구하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일정이나 경비, 팁등을 적어놓은 노트는 너덜너덜, 꼬질꼬질. 얼마나 열심히 연구했는지 한눈에 알수 있었습니다.
같이 저녁을 먹고, 그분은 공항에 가는 일만 남았었는데... 제가 바나나쉐-이크를 하나 사서, 많으니까 같이 먹자고 했더니.. 바나나 쉐-이크 좋아한다면서도, 안먹겠다는 겁니다. 이유는... 혼자 여행을 다니면, 화장실 갈때 짐을 누구에게 맡기는것도 불안하고, 들고 가기는 불편하니까, 화장실을 적게 가기 위해서, 음료수를 자제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들고 다니는 작은 생수병을 꺼내서 한모금만 마시고는 다시 넣었습니다. 공항에 가는 일만 남았고, 좋아하는 바나나쉐-이크가 눈앞에 있는데도 말이죠. 저도 앞으로 혼자 여행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그런부분들까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기에 걱정이 좀 됐습니다.

제 일정중 캄보디아 루트에 거의 지식이 없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비자를 어디서 어떻게 받으면 가장 싸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저는 이런저런 이유로 서울에서 비자를 받아온 상태였거든요. 서울에서 받아도 비싸지 않다고 얘기했는데.... 잠깐 그분 안색이 변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곧 웃으면서, 비자피랑 왕복버스비랑 계산해보면 제가 조금 비싸게 주고 한거라더군요. 그런데 비자가 조금 틀리거든요. 서울에서 받는거랑 태국에서 받는거랑. 도장도 틀리고, 날짜부분도 틀렸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서울에서 받는 비자가 기간이 좀 길었던가, 비자를 받고 사용할수 있는 날짜가 더 길었던가 그래서 확인하려고 여권을 꺼내는데.... 굉장히 당황하면서 언른 집어넣으라는 겁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시내버스안에서였는데... 그런데서 여권을 꺼내면 어쩌냐고 혼났습니다. 제가 조심성도 없습니다.. 지금껏 한번도 털린적이 없는게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은 지난 여행에 만족하는것 같았습니다. 마지막날이었는데 무척 밝은 모습이었으니까요. 아주 열심히 준비해서,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거의 찾아본듯 하고, 가장 싸게 여행하고, 여자혼자 여행했지만 아무런 사고도 없었고, 여행하면서도 다른 여행자들과 계속 정보를 나누고.... 아마도, 한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최적의 루트를 찾아 여행했을꺼라는 생각에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여행을 할수 있다는게 부러웠지만.... 저는 그런 여행을 흉내낼수도 없었습니다... 게으르니까요..;;

또 한명은 캄보디아 씨엠리업에서 만난 젊은 남자선생님이었는데....
숙소 도미토리에서 저녁에 사람들과 얘기를 하던중이었습니다..

보통 앙코르 유적은 3일정도는 둘러보잖아요. 5일,7일 보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데 그분은 하루만 보고는 다음날 떠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하루만보면 얼마 보지도 못하고, 왔다갔다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그랬는데...
그분은.. 어디든 하루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다른곳들도 하루씩만 머문답니다.... 그런데 그말을 할때 그분 표정은..... 그 곳에서의 '하루'에 정말 만족한듯 했습니다..

저는 4일동안 남들하는대로 열심히 따라다녔어도, 못보고, 못느낀게 너무 많아서 언제 또 오나를 고민하던 터라..... 저더러 하루만 준다고 한다면, 씨엠리업까지 왔다갔다 이틀동안 이동만하면서 고생한게 억울하고, 과연 하루에 다 볼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 하루도 맘편히 다니지는 못할겁니다....


저로써는 두분다 이해하기 힘들고, 그런 여행은 흉내내기도 힘들지만....
(물론 그분들도, 저같은 여행자가 한심해보였을겁니다 ;;)
이 두 여행자가 제 기억에 남는 이유는...
자신의 여행스타일에 따라 스스로의 여행에 만족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흠... 저는 제 여행에 만족할까요?
만족하진 않지만,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대충 준비해서 대충 다니기때문에,  항상 언젠가 또 와야겠다고 다짐하거든요... 아쉬운건 그때 채우면 되니까요...

여러분은 자신의 여행에 만족합니까?
2 Comments
여행자 2003.01.12 04:30  
  한국이나 다른나라에서 캄보디아비자는 3개월안에 한달 있을수 있는비자입니다 ....여행은 남이머라해도 자신의 만족도가 아닐까하네요..모든이의 만족감은 틀리니까요...
마프라오 2003.01.13 14:52  
  만족한다면 착각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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