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수녀가 되었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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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수녀가 되었겠지.. 아마도

barley 0 339
1995년 인가 6년인가 한 아녀자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친구가 되었고 그녀는 내게 이따금 안부 전화 와 함께 이런 저런 내가 모르고 있던 소식들을 전해 주었다.

그녀는 그렇게 내게 아주 소중한 친구가 되어 갔지만, 나의 무덤덤한 성격과 퉁명스런 목소리 탓인지... 아니면 진짜 그녀가 세상과 하직하고 수녀가 되었는지 어느날 부터 연락이 끊겨 버렸다.


그녀는 스스로 말하길.

돈 걱정은 없는 집안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정작 돈으로도 해결안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그녀는 평생 짊어져오고 있었다.

아버지의 병환,

아주 오래된 지병인데다가 국내 의료술로는 도저히 치료가 안되는 난치병인지라 거의 일년의 대부분을 아버님을 모시고 독일을 왕래 한다고 했다.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을 시달리시며 이동하시는 아버님을 보노라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힘겹고 괴로운 치료와 처방을 묵묵히 견뎌내시는 아버님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당하는 그 모든 것들이 고되거나 힘들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돈을 쏟아붇고 정성을 쏟아 부어도 치료되지 않는 아버님 걱정만 했다.

그리고 여전히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또다시 새로운 치료를 시도해 보고자 비행기를 타야하는 여정이 그녀 앞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한탄하거나 푸념하지 않고 맑고 또롱또롱한 명랑한 말투로 나와 대화하곤 했었다.

그때가 한참 컴퓨터 통신 들이 활성화 되던 때 인지라 통신 채팅이나 전화 통화로 불이나게 대화를 하는 새로운 문명이 도래하던 시대 아니었던가?

해서 그녀와 나는 운명인지 우연인지 모니터 상에 떠오르는 컴퓨터 통신 터미날 모드의 무미건조한 흑과백의 미디어 메세지만을 부여잡은 채 만나게 되어 서로의 얘기를 주고 받았던 것인데....


그녀는... 재산이 얼마냐고는 묻지 마세요. 그냥 걱정없을 정도로 있어요. 하하.. 라고 농담하곤 했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녀도. 삶의 무게의 짖눌렸던 탓이었을까.

그녀의 꿈은 수도원의 수녀가 되는 것이라 했다.

아버님을 완치 시켜 드리고 수녀가 될것이라고....

그녀는 내게 아주 좋은 사람들도 소개 시켜주었고 나는 말하자면 서민 .. 아니 천민 계급일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난한 하루살이에 불과한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레벨의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구경시켜 주었고 그들 삶 속에도 동일한 무게감의 삶의 지난함들이 뿌리깊이 박힌채 무겁게 짖누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물론 그것이 그녀가 내게 주려햇던 선물이 그것이 아니었는지 혹은 그것이었는지 몰라도 나는 그녀에게서 그런 삶의 허망함을 선물받았다.

십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도 간간히 생각나는 내 친구들.. 중 한 사람 . 그녀.

그녀는 수녀가 되었겠지... 아마도.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녀의 깊은 마음 속에 여전히 내가 아직도 친구로 담겨져 있는지 훔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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