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걸로 기분이 더러워 질 수도 있구나..
오늘 웨스트에드먼튼몰에 가서 묘하게 착잡한 느낌이 드는 광경을 목격했다.
곧 문을 닫는 Forever 21 웨스트에드먼튼몰 지점 바로 윗층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니클로 매장이 새로 개장했다.
아시는 분을 알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겠지만,
한국계 미국기업 Forever 21 이 파산절차(Chapter 11)에 따라 전 세계 700 개 매장 중 상당수 매장들을 폐점했거나 폐점한다.
웨스트에드먼튼몰 지점도 폐점 대상들 중 하나다.
Forever 21 은 어떤 기업인가?
1981 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당시 나이 27 세의 동갑내기 한인 부부가 나타났다.
군사독재정권이 지배하는, '사우스코리아'라는 나라에서 온 그 초라해 보이는 젊은 커플은 잔뜩 주눅든 모습으로 커다란 이민트렁크를 힘겹게 끌고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LA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주유소 잡일, 세차, 식당 주방 설겆이, 한인상점 점원 등 온갖 종류의 허드렛일을 하며 힘겹고 고달픈 미국이민생활을 시작했다.
3 년 후, 약간의 돈을 모은 그들은 한인타운 골목에 30 평 남짓한 작은 옷가게를 열었다.
그 젊은 부부는 이 가게 이름을 Forever 21 이라고 지었다.
개점 첫 해,
영업이익이 1 만 불이 될까말까하던 이 영세 옷가게는 30 년 만에 revenue 38 억 달러 (약 4 조 4 천 억 원) 규모의 미국 5 대 의류업체로 성장했다.
송강호 가족이 사는 밑바닥 동네에서 출발해, 박사장네 집 따위는 거들떠 볼 겨를도 없이, 미국 400 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미주한인이민사에 기록될만한 '장벽넘기 끝판왕'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얄궂게도 이런 시기,
즉 미국과 일본이 합동으로 문재인 정부을 향해 무자비한 압살행보를 자행하고 있는 이 가뜩이나 암울한 시기에,
한국계 동포 기업 매장이 쫓겨나듯 내가 가장 자주 다니는 샤핑몰을 떠나게 되고,
그 바로 윗층에 한국 본토에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유니클로가 대규모 매장을 새로 개장했다.
오늘 대충 둘러봤는데,
이 매장은 지난 10 월 내가 가 본 한국의 유니클로 홍대지점은 물론이고,
부산 센텀시티 롯데타운에 있는 매장보다도 규모가 큰 것 같았다.
매장이 아니라, 아예 샤핑몰 한 블럭 전체를 차지해 웸(웨스트에드먼튼몰의 줄임말)안의 유니클로 타운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물론 내가 떠나는 기업을 한국계라고 해서 슬픔으로 전송할 이유도 없고,
새로 개장한 매장이 일본계라고 해서 빨리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거나 저주를 퍼 부을 이유도 없다.
근데 오늘 한 장소에서 그런 광경을 목격한 기분이 유쾌한 것은 아니다.
묘하게 기분이 더럽고 착잡하다.
웸에서 가장 위치가 좋은 노른자위 아이스링크 광장
1 층에 곧 문을 닫을 한국계 Forever 21 웸 지점이 있고,
2 층에 새로 개장한 일본계 유니클로 매장이 있다.
이제 Forever 21 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북미 패스트패션 의류시장에서 조차 유니클로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웨스트에드먼튼몰의 Forever 21 지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NY 브로드웨이에서 우연히 싸르니아의 앵글에 집힌 Forever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