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영업하기 바라는 쌀국수의 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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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영업하기 바라는 쌀국수의 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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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국수를 처음 먹기 시작한 게 1992 년 입니다. 

올해로 27 년차 입니다

 

그 세월 동안 최고의 베트남국수를 먹었던 기억으로 남는 식당은 네 곳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식당들은 베트남 본토가 아닌 북미에 있습니다. 

맛의 명가들이 소재하고 있는 도시를 주관적인 평가로 나열하면 토론토-뉴욕-캘거리-에드먼튼 순 입니다. 

 

베트남에 가서 과연 본토 쌀국수는 무엇이 다른가, 경험할 기회를 가졌는데, 

놀랍게도 북미 쌀국수와 다른 점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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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 Bo (소고기 쌀국수) vs Pho Ga (닭고기 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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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베트남) 북부를 여행하는 동안 알려진 맛집을 몇군데 돌아보았습니다.  

하노이 올드쿼터에 있는 '퍼 지아 쭈엔' 역시 세계적으로 알려진 베트남 국수의 명가 입니다.

 

이 식당에서 가장 기본적인 퍼보 (소고기 쌀국수)와 쿼이를 시켰습니다.

미니 유타오라고 부르면 적당한 크기의 튀김빵 쿼이는 국물이 뜨거울 때 담궜다가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사실 이 튀김빵을 국물에 적시는 이유는 국물의 깊은 맛을 돋구기 위해서인 듯 합니다. 

일본 본토 덴푸라 우동 명가의 국물처럼 그 맛이 예술적으로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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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방문한 집은 닭고기 쌀국수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밤 아홉 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어 10 분 가량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깊은 곰탕맛이 났던 퍼 지아 쭈엔의 소고기 국수와는 달리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역시 베트남국수는 쫄깃하고 딱딱함 보다는 부드럽고 축 처진 면의 식감이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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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분짜 vs 동네분짜 


분짜는 북미서부 동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 입니다. 

버미첼리하고 하면 '아하~' 하고 알아들으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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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구이 고기와 마른국수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분짜와 버미첼리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음식입니다. 

분짜에는 숯불구이 고기가 미지근한 냉면육수 비슷한 국물에 담겨져 나옵니다. 

저 국물에 붉은 고추로 매콤한 맛을 가미하고 마른국수를 적신 다음 국수 위에 숯불구이를 얹어 먹습니다.  

 

하노이 분짜골목에는 분짜식당들이 몰려 있습니다. 

사진 위는 오바마가 다녀갔다고 해서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고 

사진 아래는 외국인들은 거의 없는 대신 로컬고객들이 줄을 서는 식당입니다. 


어느 곳을 가야 좋은지 묻는다면, 

두 군데 다 가보시라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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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버미첼리는 (아시다시피) 이런 모양 입니다. 

취향에 따라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 스프링롤 등 다양한 조합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늑맘소스를 부어서 잘 섞으면 됩니다. 

식당에 따라 늑맘소스의 염도가 다르므로 맛을 보아가며 붓는 양을 조절합니다. 

 

 

 

 

Edmonton vs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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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르니아의 4 년 단골 터베이 (에드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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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르니아의 27 년 단골 퍼 파스퇴르 사이공 (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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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그 중에서도 캐나다에 '본토 뺨치는' 베트남 맛집들이 많은 이유는 베트남 전쟁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주로 남베트남에서 탈출해 북미로 밀려들어온 엄청난 규모의 전쟁난민 주류는 그 나라 상류층이었습니다. 

그 탈출행렬에는 사이공(지금의 호치민)을 비롯한 남부 대도시 유명식당들의 오너, 주방장, 요리사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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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그 탈출행렬에는 이 작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Nguyễn Ngọc Loan 이라는 이름의 이 시가전의 도살자는 당시 (1968 년 음력설 공세) 공군소장으로 사이공 치안책임자이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통일 직전 미국으로 탈출한 이 자는, 

위싱턴 DC 근교 버지니아 주 Burke 라는 마을에서 'Les Trois Continents' 라는 이름의 식당(베트남식-서양식)을 경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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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쌀국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며칠 전 캘거리 시내에 있는 유명 쌀국수 맛집 한 곳이 알버타 주 보건부 (Alberta Health Services) 위생기준에 미달되어 영업정지를 당한 일로 온 도시가 실망과 슬픔에 잠긴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https://calgary.ctvnews.ca/mobile/cockroaches-mouse-droppings-and-unsafe-food-handling-closes-calgary-restaurant-1.4592721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일수록 왠지 내부가 너저분 ~ 한 느낌이 나는데, 

일면 노포의 관록이 스며있는 분위기로 봐 줄 수도 있기는 합니다. 

 

아무쪼록 싸르니아의 두 단골 쌀국수집은 영업정지 당하지 않고 오래오래 영업하기 바랍니다. 

 

  

 

15 Comments
아임셀럽 2019.09.20 10:06  
우와 사실 저런 분위기에 취해 오는 맛도 있는 거 같아요ㅠㅠ
너무 청결하지 않아도 좋으니 오래오래 영업해주길
sarnia 2019.09.21 08:48  
그저 바퀴벌레와 쥐만 출몰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 주기만 바랄 뿐이지요.
그나저나 영업정지 당했다는 저 식당은 제가 아주 오래 전 가 본 적이 있는것 같은데,
프로그램 이수하고 보건부에서 하라는 조치 다 하고 문 열려면 몇 달 걸릴 것 같군요 ㅎ
niraya 2019.09.20 13:02  
역시 쌀국수는 태국보단 벳남이죠~~~~양도 많고.ㅋㅋㅋ
sarnia 2019.09.21 08:49  
저도 솔직히 태국 쌀국수가,,, 저한테는 별로 였어요.
팟타이 정도를 제외하면 말이죠.
그래도 다른 요리들은 태국음식들이 좋았어요 ^^
sarnia 2019.09.21 08:50  
씨애틀에서도 쌀국수 먹어봤어요. 벳남 거리가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포틀랜드에서는 뭘 먹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뉴욕 차이나타운 수전 서랜든과 빌 클린턴 부부 단골집이라는 곳은 좁고 너저분하고 국물도 뜨겁지 않아 실망했는데,
다른 곳에서 먹은 쌀국수 맛은 정말 잊혀지지가 않아요.
토론토 던다스 스트릿에 있는 식당 쌀국수도 좋았고요.
담뽀뽀 2019.09.20 17:24  
베트남 쌀국수 탑 10에 드는 가게들은 호주에 많다고 여행책에서 읽었는데요. 세계 최고는 프랑스라는 글도 봤었고요. Nguyễn Ngọc Loan은 도살이 아니라, 양민학살한 베트공을 정당하게 죽인건데, 저 사진 때문에 미국에서 정착하면서 어려움 겪었다죠.
sarnia 2019.09.21 08:53  
여행책을 믿지 마시고 본인의 입맛과 취향을 믿으세요.
그게 더 정확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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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도,
님의 덧글을 읽고 이 말은 안 할 수가 없는데,,
세상에 ‘정당한 죽임’ 이라는 건 없어요.
더구나 저 사진 속 주인공의 경우라면 더 말 할 나위도 없구요.
전투 중 사살한 게 아니고 다른 부대원들에 의해 이미 체포되어 연행되는 포로를 불러세워 불문곡직 죽인 거예요.
제네바협약은 전투력을 상실한 적국 교전단체 포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 준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요.
피살자는 NLF 소속이기 때문에 적국교전단체 포로는 아니지만,
재판없이 공무원이 포로를 제멋대로 사살한 건 명백한 불법이고 반인륜적 행위죠.
사진작가 당사자가 뚱딴지같이 뒤늦게 후회하며 변명한대로 이 사진이 사건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건의 핵심은 완벽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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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에서 딴 소리해서 미안해요 /o
세인트신 2019.09.20 19:57  
여담에서...사진에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 졌습니다. 사진 작가도 나중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Two people died in that photograph," Adams wrote following Loan's death from cancer in 1998. "The general killed the Viet Cong; I killed the general with my camera."(사진에서 두 사람이 죽었다. 아담스는 1998년 장군이 암으로 사망 한 후 다음과 같이 썼다. 장군은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카메라로 장군을 죽였다."

"이사진은 절반 만의 진실을 담고 있다."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42864421
https://3magazine.tistory.com/40 (한글 요약 블로그)
sarnia 2019.09.20 21:28  
생포된 전투상대(북베트남 정규군이 아닌 민족해방전선 요원이었으니 적군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에 대한 즉결처분은 사실이었지요. 사진에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사건에 대한 해석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사건이 나중에 크게 재해석된 이유는 사진기자의 극단적 후회와 관계가 많습니다.
 
AP 통신 Eddie(Edward) Adams 가 1998 년 도살자가 죽고나서 했다는 율러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general killed the Viet Cong; I killed the general with my camera. Still photographs are the most powerful weapon in the world. People believe them, but photographs do lie, even without manipulation. They are only half-truths. What the photograph didn't say was, "What would you do if you were the general at that time and place on that hot day, and you caught the so-called bad guy after he blew away one, two or three American soldiers?

예전에 읽은 적 있는데, 많은 경우 포토저널리스트와 피사체(인물) 사이에는 특별한 감정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찍은 사진이 스스로 살아서 제멋대로 변형을 이루어 작가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메시지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며 확산되어 나갈 때 작가들은 그 부담과 중압감을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지요.

소개하신 율러지 외에 사진기자는 저 사이공 치안책임자에 대해 이런 글도 남겼습니다.

"The guy was a hero. America should be crying. I just hate to see him go this way, without people knowing anything about him.

좀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A Sudanese Girl and Vulture’ 라는 유명한 사진을 남긴 포토저널리스트는 결국 자살의 길을 택하고 말았죠.

애덤스의 경우가 지신의 피사인물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여론을 감당하지 못한 경우라면, 자살의 길을 택한 캐빈 카터의 경우는 반대로 작가 자신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여론에 좌절한 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겠죠. 물론 그가 자살한 원인은 조금 더 복합적이긴 합니다.

이야기하다보니 포토저널리스트의 고뇌를 주제로 한 글을 오래 전 태사랑에 올린 적이 있다는 게 떠오르는군요. 링크해 볼까요..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88848&sfl=wr_name%2C1&stx=sarnia&sop=and&spt=-20769&page=6
담뽀뽀 2019.09.21 10:32  
A Sudanese Girl and Vulture 사진을 찍은 사진 작가가 자살한 이유를 사진에 대한 비난때문에 알고 잇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람은 사진작업이 힘들어서 마약을 많이 했고 그 스트레스로 죽은 겁니다. 일본작가가 쓴 책에 나옵니다.
sarnia 2019.09.21 11:48  
일본작가의 책을 믿지 마시고, 캐빈 카터의 바이오그래피라도 찾아 읽어보시면서 자살동기의 복잡성을 곰곰히 추론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포토저널리즘, 그 중에서도 분쟁지역 취재기자들의 고뇌에 특별한 관심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다음과 같은 기사 한 문장이 그의 자살동기에 대해 가장 겸손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잘 정리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Authorities discovered Kevin Carter’s body and a suicide note which showed that he suffered from depression and was haunted by the horrifying memories and nightmares that came with his career.

그를 괴롭혔고, 결국 자살로 이끌었던 함정인 디프레션을 유발한 그 ‘악몽같은 기억들’이 무엇인가. 그의 작업에서 비롯되었을 그 악몽같은 기억들이 어떻게 그를 디프레션으로 몰아넣었느냐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은, 옆에서 콩이네팥이네 떠들어대는 해설가들은 고사하고 캐빈 본인 스스로도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말이죠.
나이미띵 2019.09.20 23:47  
이번에 베트남 가는데 국수성애자라 다먹고 싶네요!!
베트남이 음식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해서 너무 기대됩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sarnia 2019.09.21 08:55  
아,, 여행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봄에 또 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음식 맛 있습니다.
사람들이 태국보다 친절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는 그런 거 전혀 못 느꼈어요.

제 사진 이야기들은,, 정보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접하고 단촐해서요 ㅎㅎ
쨈뚜껑 2019.09.23 09:14  
오 ~ 도움이 되는 정보네요
아직 베트남 가보지 않았지만
간다면 참고하겠어요~~
푸른밤새벽 2019.09.29 17:27  
태국쌀국수도 너무 좋아하는데 역시 베트남 쌀국수가 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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