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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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에 대한 기억

향고을 26 543

 

 

난 지금 옥수수 동동주를 한잔하고 있는중이다,

내곁에 명월인 없지만 그래도 유튭에서 흘러나오는

70년 가요를 들으며 옥수수 동동주 한잔 하는 맛이란,

45년전 앵두나무가 있던 형목이네 뒷곁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기억을 추억하는 맛이 아닐런지,

 

형목이는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 같이 다니던 친구지만 국민학교를  

아홉살에 들어가서 나보다 한살 많은 국민학교 동창이다. 
형목이네 엄마는 형목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우리 동네 삼거리에서 
막걸리 주막집을 하면서 어린 자식들을 키우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형목이는 국민학교 동창인 나를 볼때마다 나를 자기집 뒷곁으로 
오라고 하고선 찌그러진 양은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 반주전자를 부엌 안쪽 
땅속에 막걸리가 시원하라고 묻어 놓은 장독에서 퍼놓고 대신 우물물,맹물 
한바가지를 술독에다가 쏟아 부어놓고 완전 범죄다 확신을 하는양 
힌이빨을 드러내며 한번 씨익 웃고 막걸리가든 주전자를 들고 짠지 한접시 하고 
주섬주섬 뒷곁으로 들고 왔다. 

이런날은 분명 형목이 엄마는 볼일보러 밖에 나가고 집에 없다는것을 
나는 짐작으로 눈치 채고 형복이가 사기그릇에 따라 주는 달콤한 막걸리 맛에 취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마시고 있으면 농사철이 아닌이상 막걸리 받으러 오는 사람도 드물고 
형목이네 앵두나무가 있는 뒷곁은 아방궁이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나와 형목이는 죽이 잘맞아던지 같이 붙어다니는 시간이 많았다. 
형목이네는 논골 방죽 위에 뙤알밭이 있었고 뙤알밭 뚝방에 커다란 밤나무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 동네는 집집마다 감나무는 많았지만 밭에 밤나무가 있는집은 
아주 드물었다. 그래서 밤한톨 맛이라도 보려면 산밤을 따러 산으로 
올라가야 했던 시절이다. 
형목이는 항상 자기밭 뙤알밭 뚝방에 커다란 밤나무가 있다는걸 
자랑스러워 했고 언제나 가을철 밤이 벌어져 떨어질때면 누가 알밤을 주워갈까봐 
학교만 갔다오면 책보따리를 마루에다 집어 내팽개치고 지개를 지고 
뙤알밭 밤나무 밑으로 가서 밤나무를 지키며 어깨에다 잔뜩 힘을 주고 
자기가 벌써 어른이라도 된양 으시대면서 그때만 해도 비싸서 아버지들도 
피우지 못하는 아리랑 담배 궐련 한개피를 뽑아 물고 성냥 불에 불을 그어 
담배 연기 한모금 그럴싸하게 내뿜는데 형목이는 같은 또래들 보다 덩치가 커서 
그런가는 몰라도 나는 마치 형목이가 어른 같이 느껴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 형목이는 국민학교를 졸업 하고 객지 밥을 먹으며 도회지를 떠돌았다. 
철공소에 다닌다고도 했고 주물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내가 군대 제대후 집에 와보니 형목이는 고향집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형목이는 사람이 많이 변해 있었다. 

형목이는 한때 주물공장을 다니며 착실히 일해서 목돈도 만져봤다고 
하는데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정신적 충격 때문에 도회지 이곳저곳 
떠돌다가가 벌어논 돈도 다까먹고 할수없이 고향집으로 돌아왔노라고 말했다. 
형목이는 항상 고향집에 돌아와 술에 취해 살았다. 
땅떼기라도 일궈야 먹고 사는데 형목이는 뭐라도 하려는 의욕을 잃고 
방황속에서 술만 마셔대는 날이 많아 보였다. 
그후 나는 고향집을 떠나 되회지로 취직을 해서 나왔는데 몇년이 흐른후 
형목이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죽었다는 형목이를 떠올리면서 그옛날 뙤알밭 밤나무 밑에서 의기양양 
호기를 부리며 궐련 연기를 멋지게 내뿜던 형목이를 그리워 하였다. 

 

 

26 Comments
동쪽마녀 2019.08.30 18:41  
저도 국민학교를 다녔고
꼬마 적 십년 정도는 지방에서 살아서 향고을님 정서를 잘 이해합니다.
7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기억 속에 '일그러진 영웅'들 이 하나씩은 있나 봐요.
날도 선선한데 막걸리 한 잔 생각납니다 그려.
지금은 냉장시설도 참 잘 되어 있고 양조기술도 그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발전했을텐데
막걸리 심부름하며 돌아오는 길에 쪼꼼씩 홀짝홀짝 마시던 그 시원한 맛이 워찌 안 나는지 몰러요.
그 많던 막걸리 거르던 술도가집들은 또 다 어디로 갔을까요. 
주변에 높은 건물 하나 없이 올망졸망 야트막한 집들이며
집으로 걸어 돌아오는 길 양옆 모두 논두렁 밭두렁이었던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향고을 2019.08.30 19:11  
유천동,철공소가 있고,
시골에서 대전에 나와봐야 비빌언덕은
그래도 그당시 중학교를 졸업하고 유천동 철공소에서
기술을 배우던 동네 친구였구요,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짬뽕국물에 소주한잔은
최고의 명품이였지요,
그당시 여인숙 골목을 기웃거리던 스믈 갓넘은 동무들은
지금은 60줄 바라보는 나이,ㅎㅎ
하여간 동쪽마녀님 유년의 기억과 저의 기억들은 동질감,같다입니다,
언제 유년의 기억을 찿아떠나는 막걸리 한잔은,ㅎㅎ
동쪽마녀 2019.08.30 19:29  
어머!!
유천동을 아시네요.
세상에.
국제극장도 아시겠어요 그럼.
너무 반가워서 어우.ㅠㅠ
할머니 할아버지 다 돌아가셔서 대전 가 본 지 20년은 족히 되었는데
대전 갈 일 있으면 꼭 향고을님께 말씀드릴게요.
아, 정말 반갑습니다!!
향고을 2019.08.30 20:05  
유천동,유천동 이야기를 하자면 아마 단편소설 분량은
넘을겁니다,열아홉,스믈 이야기니까요,
제 기억속 국제극장은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어요,
지금은 없어진 성보극장에서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대전극장에서 단체관람했던 "닥터지바고"기억은 확실하구요,
하여간 저도 동쪽마녀님 반갑고반갑습니다,
언제 대전 내려오실때 미리 쪽지 주시면
제가 술한잔 사리다,ㅎㅎ
진파리 2019.08.30 19:36  
국민핵교 2학년때 안성에서
술찌께미 먹고 취했던 기억이~
향고을 2019.08.30 20:07  
ㅎㅎ저도 유년의 기억속 술찌게미는 달착지근 했어요,
술지게미에 취했던 기억이,ㅎㅎ
하여간 그시절만해도 인정이 살아있었지요,
천억맨 2019.08.31 04:58  
저는 서울에서 살아서 술지게미를 몰랐는데 군데가서 양조장에가서 막통 막걸리 사면서 얻어먹은 술지게미 은근히취하고 막걸리의 원액인 모래미는  먹기에는 달달하니 좋은데 그것은 완전한 죽음 이던데요.엄청취해요.작전 나가서 밤에 몰래 사다 먹고서 소대전체가 취해서 새벽에 기상 못해서 소대장이 엄청깨지고...
향고을 2019.08.31 19:01  
모리미 먹고 취하면 애미애비도 몰라본다는 전설이,ㅋㅋ
그옛날 구식결혼후 잔치국수에 모리미탄 막걸리 한잔이면
배가 빵빵했었지요,ㅎㅎ
타이거지 2019.09.01 02:52  
국민핵교 2학년때..
할머니댁 널러 갔다가.."묵는거..아니다.."
배고팠던 그 당시..야곰 야곰...집어 먹다..
별들이 헤롱~헤롱~
마당 평상에 대자로 누워..아웃! ㅡ.ㅡ'
향고을 2019.09.01 20:37  
ㅎㅎ하여간 전천후 타이거지님일세,
그시절 술찌게미먹고 헤롱헤롱
마당이 빙글빙글 돌아갔다는 전설이,ㅎㅎ
쓴소주 2019.08.30 21:47  
전 오늘 오돌뼈에 소주한잔 했네요
오랜만에 연탄불에 구워주는 오돌뼈가 불내가나서 좋더라구요
그옛날 연탄불 돼지 갈비 생각나는데 소주한잔 걸치니 ^^
저무는 저녁 소주에 오돌뼈먹었는데 막걸리 이야기 들으니  또한잔 하고 싶은데요^^
향고을 2019.08.31 18:53  
쓴소주님 술한잔 즐기는 풍류가 눈에 보입니다,
쓴소주님 닉넴을 달착지근 소주님으로 개비해보실만도 한데요,ㅎ
아,옥수수동동주 맛은 어떤맛일까 호기심에 한병 뚜껑 돌렸더만
오늘 아침일찍부터 바쁜하루였는데 과히 속은 냉방입디다,
하여간 술이문제유,ㅎㅎ
천억맨 2019.09.01 04:56  
연탄불 돼지갈비는 마포 돼지갈비인데 재개발되어서 없어지고 마포 철뚝길옆에가야지요.아니면 소시쩍  선배네집 모래내  돼지갈비집 !그선배가 외아들이라 물려받았을텐데.
향고을 2019.09.01 20:32  
연탄불에 막창,
소주한잔 띵호와,ㅎㅎ
쓴소주 2019.09.01 22:02  
그리운  연탄냄새와그을음 가득한 실내에 소주한잔 연탄가스 한입 불고기는 덤으로 고갈비도 좋았쥬 ^^
천억맨 2019.08.31 04:49  
경기도 적성지나 리비교넘어 임진강거너 백학지나서 고랑포 제1호땅굴 앞이 군대근무중 주초소 근무지입니다.철책선 근무라서 민간인 구경은 모심기때와 벼베기때뿐 고참의 제대전날 소대회식 막걸리파티에 10 여리길을걸어서 백학의 양조장으로 막걸리  한말을 사서 등에 질머지고 가는중 목이 마르면 한모금씩 먹다보면  말통의  막걸리가 줄어들어가서 고참에게 디지게 맞을것을걱정하여 소태벙커에 도착전에 논두렁옆의 도랑물을 3손으로 퍼담아서  가득채워가지요.도착쯤에는 아리딸딸 취해서 들어가는데도 고참들이 혼내지 않치요.그이유는  소대에서 주량이 제일 약하니 그나마 믿을만한 놈이겠지요. 평생에 제일 맛있던 막걸리고.두번째 맛있는 막걸리는 산행후 정상에서.또는 암벽후 정상에서 딱한잔의
막걸리가 두번째의 맛 입니다.
향고을 2019.08.31 18:55  
억맨이형 군대에서 막걸리 푸던 시절
전 삼척해안에서 오징어 회무침에 소주를 마셨다우,ㅎㅎ
천억맨 2019.09.01 05:12  
80년대 후반 새벽 3ㅡ4시에 출발 해서 동해안 속초 문암2리.삼척 촛대바위.고성쪽으로 잠수다니고.설악산적벽쪽으로 암벽다닐때  항에들려서
아침식사가 오징어 10 마리 만원정도에 회썰면 물바가지 한바가지 입니다.이것에 초고추장 비벼서 수저로 퍼먹다  질리고 배불러서 먹다남은것은 버리고 출발합니다.향고을님 우리들수준은 ㅣ접시가 아니고
바가지에요. 한 열접시될걸요. 3ㅡ4 명정도가...아침밥대신 먹고서 출발합니다.약올르시죠?
향고을 2019.09.01 20:19  
억맨이형 무슨말씀을,ㅎㅎ
저 소싯적 오대산 다닐적 양양해변에서 오징어 만원
빨딱빨딱 뛰는것 회무침에 소주 한잔,
묻지마 한잔에 홍콩갔다오곤 했는데요뭘,ㅎㅎ
향고을 2019.08.31 18:58  
깜따이님도 60줄 바라보는 나이군요,
전 내일이면 60줄인데 근력도 떨어지고
술빨도 떨어지고 더군다나 여행감각도 떨어지는것이
회춘에 좋은 비암한마리 고아먹어야할듯 합니다,ㅎㅎ
하여간 깜따이님이 여행 고수중 고수가 확실함,
향고을 2019.09.01 20:25  
저는 걷는게 취미인데 호춘은,ㅎㅎ
누구나6개월이상 여기저기 허대고 다니다보면
여행은 뭐다 감은 오는듯 합니다,
전 몇년 떠돌았지만 아직 올챙입니다,ㅎㅎ
타이거지 2019.09.01 03:01  
콧물 좀 흘렸던..국민핵교 저학년인 듯 시퍼요.
얼라 막내고모(고딩)가 다니던 교회에서 안성으로 일박이일 캠프.
그때부터 방랑기가 있었던지..쭐래쭐래~쫓아 갔다가..
뱜을 잡아..코펠에 넣코..고추장 양념..무쟈니~맛났어요!!! ㅡ.ㅡ'
고을님~화이튕^^.
향고을 2019.09.01 20:28  
타이거지님 뱜,ㅎㅎ
뱜을 못먹어본 전 뱜이 무서워요,ㅎ
타이거지님도 "파이팅"
타이거지 2019.09.01 02:48  
ㅋㅋ.
산악음료^^.
기막힌 표현이십니다!!! ^.^
향고을 2019.09.01 20:30  
오잉,막걸리가 산악음료,ㅎㅎ
쓴소주 2019.09.01 23:19  
전 술 못합니다^^
가끔 곡차를 즐길뿐~~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