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영화 한편 소개합니다~^^;;
광주 모 중학교의 교사가 얼마 전 “성비위”라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당했다. 성비위(性非違)는 성과 관련된 말이나 행동 등으로 불쾌감을 일으키는 행위인데, 이 교사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서 광주시교육청의 결정에 반박하고 나섰다.
배이상헌 교사는 지난해 9월, 10월과 올해 3월 중학교 2학년 ‘도덕’ 수업의 ‘성윤리’ 단원에서 <억압당하는 다수>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상영하고 성과 관련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발언들을 소개했다.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불쾌감을 느껴서 자신의 부모에게 말했고, 학부모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자 광주시교육청은 해당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직위해제를 한 것이다.
<억압당하는 다수(Majorite Opprimee)>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을 반대로 적용한 미러링(mirroring) 방식으로 젠더문제를 다룬 10분짜리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를 만든 엘레노르 푸리아(Eleonore Pouriat) 감독은 영화를 유튜브에 공개했으며, 여기에 누군가 한국어 자막을 붙여놓았다.
이 영화에는 여성이 (남자처럼) 상의를 벗은 채 조깅을 하면서 (여자처럼) 유모차를 끌고 가는 남성 옆을 지나치는 장면, 여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남성이 조사과정에서 여성경찰관에게 자신이 당한 성폭행 과정을 진술하면서 수치심을 느끼는 장면 등이 나온다. 보는 사람에 따라 통쾌한 풍자로 느낄 수도 있고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장면들이다.
모 언론사에서 <억압당하는 다수>를 만든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에게 이 사태를 설명하고 의견을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엘레노르 푸리아 감독은 해당 교사의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보내는 영문 글을 보내왔으며, 언론사에서는 그 글을 번역해서 공개했다.
학생 여러분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 저는 예술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작가와 관객들이 세상에 관해 질문할 수 있도록 하거든요.
프랑스 여성으로서, 저는 제가 살아가는 사회가 불평등한 것이 늘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10대였을 때부터 불평등을 경험해 왔죠. 10대이신 여러분들은, 특히 그 반의 여학생 분들은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제 관점을 남성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남성들은 때때로 여성들이 무엇을 경험하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저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제가 알고 지내는 멋진 남성들, 특히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남성들조차도 여성들이 매일 겪어야 하는 일상의 경험들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실을 뒤집어서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남성들이 자신의 몸을 통해서 차별이 뭔지 느끼도록 하고 싶었던 거죠.
저는 매우 짧은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제게 자신감을 주었고, 저는 이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인기가 많아요. 세계 여러 곳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모든 메시지들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차별에 지칠 대로 지쳤다고요.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여성들만이 아니랍니다. 키가 너무 작은 사람, 너무 뚱뚱한 사람,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 등등등, 가부장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제가 찍은 몇몇의 장면들 때문에 충격을 받은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알아차리셨으면 해요. 제가 촬영한 이미지들은 결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보다 충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요. 그 이미지들은 그저 불평등한 사회를 비추어주는 거울일 뿐입니다.
부디, 의미 없는 싸움을 멈춰주세요. 대신 차별과 싸우세요. 여성들을 희롱하는 것에 대항해 싸우세요. 여성을 향한 폭력과 성차별에 대항해 싸우세요. 강간의 문제와 싸우세요. 하지만 당신에게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정보를 주고자 했던 사람과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이야말로 당신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분들이니까요.
다정한 안부를 담아, 엘레노르 푸리아 드림
*<억압당하는 다수>를 보고싶은 분은 아래를 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