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한 달 살기 - 꼭 한달짜리 숙소를 구하지 않아도 좋을지도...
노동환경과 사회구조의 변화,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양식도 바뀌는데요,
여행자들의 여행 패턴도 변하는 것 같아요.
한때 저예산 배낭여행이 주를 이루다가 오지여행도 잠깐 유행한 적이 있었던 것 같고, 요즘은 일명 호캉스로 불리는 호텔 즐기기, 그리고 먹거리 여행, 카페 여행을 주제로 다니는 여행자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곳에 숙소를 잡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지내다 오는 ‘한달살기’도 많이 보이네요.
저희의 떠돌이 이력을 찬찬히 살펴보면... 같은 지역에서 대략 한 달 남짓 지냈던 때가 몇 번 아로 새겨져 있습니다.
방값을 하루씩 지불하는 것 보다는 금전적으로 훨씬 낫기도 하고, 계속된 장기여행에 심신이 지쳐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짐 싸고 풀기 귀찮아서 등 뭐 이런 저런 이유로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한 도시에 4주 남짓 지낸다 할지라도 예전처럼 한 달 짜리 숙소를 구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심정으로는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한 달 간 지낼 숙소를 찾다보니 뭔가 그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아주 잘 구해야만 해. 그래야 한 달이라는 기간이 망쳐지지 않지...”라는 중압감이요.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또 뒤지고 여기보고 저기보고 본데 또 보고...
그리고 숙소(보통은 콘도나 아파트)가 결정되면 우선 영어로 몇 장 씩 되는 임대계약서 쓰는 것도 꽤나 신경 쓰입니다.
미리 한달 치에 속하는 보증금을 맡기는 것(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받는게 당연합니다만)도 떠돌이 여행자 입장에선 조금 부담감이 느껴지고요.
숙소에 따라서는 침구가 제공되지 않는 곳도 있었는데 이럴 때는 따로 추가금이 들기도... -_-
콘도의 경우 일반적인 여행자용 숙소 같지 않고 침대와 낡은 옷장 만 덩그러니 있는 곳도 있긴 했었는데, 이건 뭐 숙소마다 상황이 다르죠.
대부분 수도와 전기를 퇴실 때 정산하는 방식이다 보니... 여행 와서도 에어컨도 전기값 많이 나올까봐 아껴가며 틀고... 정말 쉬는 여행 아닌 뭔가 각박한 생활을 그대로 이어 가는 것이 되어버리더라고요 -_-;;
무엇보다도 한 달 간을 한 숙소에서 지내는 건 좀 ‘지루’했어요.
비교적 선선한 아침이 지나면 금세 달구어지는 한낮의 열기에 기운을 뺏겨버려서
집이 있는 동네를 떠나 다른 구역으로 가기 위해 걷거나 썽태우 타는 게 급 귀찮아져서는 되도록 집 근처로만 돌다보니 이건 여행을 온 건지 아니면 공간만 바뀌었을 뿐 집안에서 소파랑 한 몸이 되어가는 건 비슷해져가는 듯하고...
예컨대 치앙마이의 경우에도 올드타운 / 님만해민 / 창푸악 / 나이트바자 구역 / 싼띠탐 / 치앙마이대학교 정문 / 후문 등등 지역마다 느껴지는 감흥이 다 달랐거든요. 아침의 풍경, 저녁의 모습 조금씩 달라요.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도요.
물론 몇 달씩 지내게 되면서 학원 수업을 듣는다거나, 각종 액티비티 강습을 하는 경우에는 붙박이 숙소를 마련하는 게 효율적입니다만
그게 아니고 쉬기도 하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적당히 섞여 있는 한달 여행이라면 애써 한 달 용 숙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기보다는 다양한 구역에서 그리고 각각의 숙소가 가지고 있는 차별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여행의 감흥을 북 돋아 주지 않나 싶습니다.
한 도시에서 한 달을 지낸다고 한 숙소만 생각 할 것이 아니라 1주일씩 나누어 지낸다거나 더 쪼갤 수도 있고요...
그리고 예산이 아주 빡빡하지 않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좀 지내다가, 아침뷔페와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도 좀 지내고 이렇게 주거환경을 강약강약으로 변화를 주는게 리프레쉬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우리 성향때문인지... 대략 2주 정도 한곳에 있다보면 어디 좀 갔다 오고 싶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치앙마이라면 빠이나 아님 좀 더 시골의 작은 마을들로 며칠 갔다오고 싶은 맘이 불쑥 들 때가 있는데요
한달용 숙소를 정해놓으면 그렇게 짐을 후다닥 싸서 며칠간 이동하는 것도 방값이 아까워 자연스레 포기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방콕이든, 치앙마이든, 푸켓, 깐짜나부리, 끄라비 등등
그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도시에서 한 달 정도 지낼거라면 숙소를 한달 잡지 않고 그냥 이곳 저곳 옮겨다니면서 지내는게 좋더라고요.
물론 이건 우리의 성향과 인원구성 그리고 나이에 맞춘 저희만의 이야기고요,
또 다른 궤도에 존재하는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이 분명히 많을거에요.
여러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