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선명해지는 풀문 아래서 피자 온 더 비치
태국 남부의 어느 섬...
마침 우리 숙소가 해변에서 걸어서 불과 5분 남짓이어서
마침 숙소에서 해변으로 가는 길 중간에 피자컴퍼니가 있어서
마침 피자 컴퍼니에서 1+1 행사를 하길래
마침 둥근달이 둥실 뜬 풀문 저녁이라 색감 묘한 하늘아래에 있고 싶어서
마침 누군가의 생일이기도 해서,
태국에서 거의 먹지 않는 더피자컴퍼니에 들러서, 미디움사이즈 한판가격에 2판을 득템해서는 해변에서 먹을 작정을 하고 자박자박 바다 쪽으로 걸어갑니다.
둘이서 한 번에 다 먹어치우려면 두꺼운 도우는 양이 너무 과하므로, 제일 얇은 크리스피 씬으로 주문. 피자컴퍼니는 도우의 두께에 따라 요금이 달라요. 얇을수록 싸다는...
사실 이렇게 1+1 할 때는 가성비가 좋고요, 원래 가격이라면 먹을 생각이 별로 안들어요. ^^ 그냥 식당 피자가 낫죠.
이 해변에는 진짜로 바다 조망 식당들... 그러니까 바로 해변의 모래사장 위에 앉을 자리를 마련해놓은 식당과 펍이 즐비한데, 그런 업장에서 줄 맞춰 자리를 만들어 놓은 구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다 우리의 싸롱을 펼치고 앉았어요.
어딘가에서는 저 둥근달을 바라보며 둠칫둠칫 광란의 풀문파티를 슬슬 시작하고 있겠죠.
동쪽 하늘에서는 보름달이 막 떠오르고 있고 서쪽 하늘은 해가 막 진 후 빨간색, 주황색, 자주색, 보라색으로 바꿔가며 마지막 커튼을 내리고 있네요.
섬 사이 점점이 떠있는 배, 그리고 해변을 거닐며 연신 스마트폰의 셔터를 누르는 연인들의 행복한 표정...
게다가 손에는 갓 구워진 바사삭한 피자도 있고 말이에요.
‘한적하고 예쁜 해변에 앉아 피자 먹기’는 우리가 여행하면서 찾은 꽤나 기분 좋은 식사법입니다.
근데 이렇게 맞아 덜어지는 환경(피자집이 가까운 곳에 있는 한적하고 예쁜 해변)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숙소 근처에 딱 있지 뭐에요.
어떤 곳에서는 겨드랑이 퍼득거리는 갈매기가 와서 위협적으로 피자조각을 보챌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순한 검은 개 한 마리가 얌전히 우리 옆에 드러누웠네요.
태국 여행하다보면 간혹 태국인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살짝 짜증날 일도 생기고, 변화 된 여행지의 모습에 윤색된 추억이랑 현재가 비교가 되면서 ‘그때가 좋았었지...’ 이런 생각을 할 때도 문득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퉁치면 ‘다른나라에 비해 여행하기는 그래도 태국이 여러모로 좋구먼~’ 싶기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