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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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영화!!

필리핀 26 985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조건은 이렇다.

 

1) 로드무비일 것

2) 음악이 괜찮을 것

3) 1960~70년대의 풍경을 담고 있을 것

 

이런 조건을 한 가지 이상 지닌 <와일드> <더 웨이> <위대한 개츠비>

<보헤미안 랩소디> 등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이다.

그런데 최근 위의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영화가 개봉되었다.

개봉 첫날부터 벼르고 벼르다가 마침내 극장에 갔다.

재미와 의미를 두루 지닌 영화는 13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빨려들게 만들었다.

 

<그린북>1960년대 미국의 인종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헬프> <언터처블 1%의 우정> 등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에는

대체로 잘난 백인못난 흑인이 등장해서

잘난 백인의 선의에 의해 못난 흑인이 구원받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그린북>에는 잘난 흑인못난 백인이 등장한다.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특별한 남부 투어를 시작하는데

-<네이버>의 영화 소개에서 인용

 

흑인과 백인, 우아함과 막무가내, 천재 피아니스트와 떠버리 건달,

전혀 어울리지 않던 두 사람이 미국 남부에 만연해 있던 인종차별을 함께 겪어나가는 과정을

휴머니즘 가득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담아내고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때로는 분노하고 헛웃음을 짓기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린북은 당시 미국에서 흑인전용 식당과 숙소를 소개해놓은 책자이다.

영화 속에서도 흑인은 백인과 같은 호텔에 투숙하지 못하거나

같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도 사용하지 못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게다가 자막에는 흑인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실제 대사는 블랙이 아니라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깜둥이)’라는 표현이 줄곧 등장한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지만

불과 수십 년 전 미국에서 엄연히 존재했던 현실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함께

난민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행해지고 있는 걸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이 영화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폭력적으로 행해지는 인종차별에 역시 폭력으로 대항하는 토니에게

셜리는 폭력에 같은 폭력으로 대항하면 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장면에서 나는 간디의 비폭력주의를 떠올렸다.

못난 놈들이 하는 방식으로 맞서면 결국 같은 못난 놈이 된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이기는 것보다 영원히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밖에도 자동차 바퀴가 펑크 나서 잠시 쉬고 있는데

도로변 목화밭에서 목화를 따던 노예 수준의 흑인들이

멋진 승용차 속에 앉아 있는 셜리를 발견하고 얼어붙는 장면...

 

백인에게는 여전히 흑인이라고 차별받고

흑인으로부터는 자신들과 다르다고 따돌림 받는이중의 고통에 시달리는

셜리가 절규하며 빗속을 걸어가는 장면...

 

처음에는 철자법도 숱하게 틀리던 토니가 셜리의 도움으로 아내에게 편지쓰기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훌륭하게 편지를 써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 장면 등등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미 올해 골든글러브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의 후보에 오른 <그린북>

올해 최고의, 아니 어쩌면 인생 최고의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26 Comments
비육지탄 2019.01.23 17:43  
반지의제왕 시리즈에서 아라곤 역을 맡았던 비고 모텐슨이 눈길이 가네요.
참 케릭터 특징없는 배우인데 연기력으로 모든걸 덮습니다.
아마 미국이란 나라가 존재하는 동안 인종차별은 없어지지 않을겁니다.
그래도 유색인종의 대통령도 나오고, 이런 소재의 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되는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겠죠.
현재도 미국내에는 백인전용 화장실도 존재하고,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의 바탕색이 짙습니다.
필리핀 2019.01.24 11:01  
제 눈에는 비고 모텐슨은 생김새부터 타고난 배우던데...
역시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군요^^;;

비고는 배우이면서 시인, 사진가, 화가로도 활약을 하고 있지요.
시집을 3권이나 출간했으며
LA의 화랑에서 사진전과 그림 전시회를 열기도 했대요.

비고가 주연한 <캡틴 판타스틱> 보셨나요?
안 보셨으면 추천합니다~^-^
비육지탄 2019.01.24 16:22  
넵! 꼭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기대했던 더 로드,히달고를 그저그렇게 봐서요 ^^;;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2019.01.23 23:28  
그린북 꼭 보고싶은 영화인데 조만간 한번 봐야겠네요. 기대되는 영화입니다ㅎㅎ
필리핀 2019.01.24 11:03  
꼭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sarnia 2019.01.24 01:47  
음악이 전혀 안 나오는데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어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 인종갈등이 주제가 아니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리고 있는 영화는 어메리칸 갱스터
글고보니 이 두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가 있네요.
필리핀 2019.01.24 11:06  
사니아님이 언급하신 두 영화는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한때는 <대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이런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폭력을 미화한 영화는 점점 멀리하게 되더군요ㅠㅠ
비육지탄 2019.01.24 17:03  
그 두 작품의 출연자인 죠슈 브롤린 때문에 우연히 시카리오를 봤는데
그때는 하비에르 바르뎀과 베네치오 델 토로가 같은 사람인줄 알았어요 ㅋ
조슈 브롤린은 어벤저스의 타노스이기도 하지요 ^^
maui 2019.01.24 05:45  
요거 아주 괜찮은 영화임.
필리핀 2019.01.24 11:11  
오홍! 이미 보셨군요~^-^
루나tic 2019.01.24 10:15  
저두 지난주에 보고 왔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날 바로 ost 구매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그린북의 의미와.. 배경이 1970년대라는 점이 놀라웠어요. 70년대면 얼마 안된것 같은데 그런 차별이..그나저나 아라곤이 토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깜짝놀랬어요.ㅎㅎ
필리핀 2019.01.24 11:13  
저도 OST 구입하고 싶어요! 셜리 박사의 연주가 참 멋졌어요~^-^
아라곤께서 토니역을 위해 체중을 20키로 가까이 불렸대요~^^;;
필리핀 2019.01.25 10:52  
니그로는 ‘검은색’을 뜻하는 스페인 ·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미국에서 흑인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1900년 인구조사 때 처음 등장했으며,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과 더불어 사장(死藏)되다시피 했지만 미국 인구조사국은 2010년까지 피설문자의 인종에 대한 질문의 선택지에 이 단어를 포함해 논란을 빚어왔다. 2013년 미국 인구조사국은 전국 350만 가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2014년 연례 미국 커뮤니티 설문 조사를 시작으로 향후 모든 설문지에서 ‘니그로(Negro)’라는 표현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니그로 대신 ‘블랙(Black)’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American)’만 쓰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니그로 (트렌드 지식사전 2, 2014. 5. 23., 인물과사상사)
필리핀 2019.01.25 20:11  
친구들끼리는 이놈 저놈 해도 문제가 없겠죠
근데 별로 안 친한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니그로라는 단어도 그런 케이스 아닐까 싶네요
호루스 2019.01.25 09:52  
아직 1월도 안갔는데 벌써 금년 최고의 영화라니, 성격 넘 급하신듯.
그냥 좋은 영화, 베스트로 꼽을 영화라면 모를까 ...
어게인투어 2019.01.25 10:57  
좋은 영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나중에 시간이 될때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필리핀 2019.01.25 11:07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볼만한 영화입니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 넘넘 좋았어요~^-^
eesu 2019.01.25 11:51  
오오 그린북 괜찮나용 한번 봐야겠어요! 저도 올해 최고의 영화는 랩소디..!
필리핀 2019.01.25 20:12  
그린북도 좋았고
보헤미안 랩소디도 좋았어요~^-^
JB79 2019.01.25 21:01  
보고싶은데 영화관이 없네요
필리핀 2019.01.25 22:04  
허허 우짜 쓰까요ㅠ
Universe 2019.01.27 20:30  
실존인물의 (박사쪽)가족이 영화를 촬영하는데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제작했다고 잡음이 있었다고 하네요..일단 어떤 영화인지 상영관을 찾아서 보기는 해야할 듯합니다.
필리핀 2019.01.28 05:36  
박사의 가족이 살짝 부정적으로 묘사되긴 했어요
그닥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Universe 2019.02.02 15:36  
부산엔 상영관이 없어요ㅜ;;..최근 개봉한 이것이 치킨인가 아닌가 뭐 이런 영화는 상영관이나 횟수가 장난아니네요;;;...
필리핀 2019.02.02 17:14  
헐~부산의 1/5 규모인 전주에도 상영관이 있는데ㅠㅠ
서비륌 2019.02.27 15:48  
꼭 봐야겠네요-0 재미 있어보입니다.. 어제 집에서 알포인트 봣는데 재미있더라고여-0-못보신 분들 있으시면 꼭보세영-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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