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없는 삼선짬뽕에 대해 느끼는 섭섭함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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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없는 삼선짬뽕에 대해 느끼는 섭섭함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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꿔바로우 탕수육을 잘하는 집은 홍제동에 있다.

이 집 메뉴판에는 꿔바로우가 아닌 '꿔빠우'라고 써 있다.  

주인 아줌마는 한국에서 산지 무척 오래됐는데도 아직 한국말이 서툴다. 

차이니스 타이베이계 화교다. 

 

테이블이 여섯 개 밖에 없는 작고 허름한 이 집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약도 받지 않기 때문에 

식사시간에 가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거나 식사를 포기해야 하기 일쑤다. 

 

탕수육과 더 어울리는 음식이 짬뽕인지 짜장면인지는 각각 입맛 나름이겠지만, 

우리는 짜장면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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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간직한 사람은 추억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사실 오늘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처음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지난 번 여행에서 카메라 메모리에 기록한 이 사진들을 다시 가져온 것이다.  

생각해보니 추억과 음식의 관계에 대한 그 분의 말은 맞는 것 같았다. 

 

다만 나는 추억이라는, 다소 끈적임이 남아있는 단어보다는 

기억이라는 용어를 더 선호한다.  

나의 경우 '기억과 음식'을 대표하는 메뉴는 삼선짬뽕이다. 

내가 기억하는 삼선짬뽕 맛의 양대 핵심은 해삼과 죽순이었다. 

 

일부러 종로구 북촌의 오래 된 집을 찾아갔지만, 맛의 기억을 재생해 내는데는 실패했다. 

죽순은 있었는데 물컹거리는 해삼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여기서 죽순은 '어디 어디 죽순이' 할 때 그 죽순이 아니라, 대나무 싹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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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蘇東坡)는 '복어의 맛은 죽음과도 바꿀만한 맛'이라고 했다지만,

나는 복어를 먹을 때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과 바꿀만하기는 커녕 저 식당 복어국 + 복어튀김 일인분 가격 2 만 원과도 바꿀 마음이 들지 않았었는데, 

극단적인 담백함과 깔끔함이 그 맛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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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푸라는 정식보다는, 

밥 위에 얹고 그 위에 덴푸라 간장소스를 듬뿍 뿌려서 주는 덮밥 형식의 텐동을 선호한다. 

몇 년 전 도쿄에서 그 맛에 반한 이후 내가 심심치 않게 찾는 음식 리스트에 올라있다. 

 

라멘은 1995 년 경엔가 캘거리에 있는 동네 라멘집에서 처음 먹어 본 이후 줄기차게 찾는 음식이다. 

1995 년이라는 연도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 집 주인이 고베 출신인데 마침 그 해 그의 고향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서 그 이야기를 서로 나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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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ridge over a troubled guy.. lol

난젠지 소스이바시, 201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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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을 먹을 때 식초와 겨자는 육수에 뿌리는 게 아니라 면에 발라서 먹는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몇 달 전 김정은 조선 국무위원장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평양 토박이가 하는 말이니 그가 냉면을 먹는 법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실제로 그런 방법으로 냉면을 먹었는데, 확실히 달라진 맛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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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교차로 부근에 가면 가성비가 가장 뛰어나다고 소문난 고기집이 있다. 

가성비가 뚸어난지는 몰라도, 

고기타는 연기와 술이 거나해진 손님들이 대화 도중 질러대는 고함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던 곳이었다. 

어쩌다 가기는 했는데, 한국여행 중 고기는 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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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 Porta 상가 지하에 있는 이 식당은 경양식집과 제과점을 겸업하고 있는 곳인데, 

동양정이라는 간판 옆 숫자가 말해주고 있듯이 올해로 121 년 째 영업하고 있는 업소다.

 

지난 봄, 114 년 역사를 가진 '이문설농탕' 이란 곳을 소개했었는데 이 집은 그보다 7 년 빠른 1897 년 개업한 모양이다. 

햄버거나 케잌을 먹자고 30 분을 기다리는 게 그래서 포기했는데, 

이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저렇게 앉아있는 긴 줄을 보고 좀 질리기도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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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치도 사람도 다 가물가물하고, 

먹은 것들과 먹을 거리 구경한 것, 그리고 기대에 못 미쳤던 메뉴에 대한 섭섭함.. 

이런 것들만 똘망하게 기억에 남는다.   


 

12 Comments
고구마 2018.12.02 09:01  
허걱...아침에 이런 미식테러를 당할줄이야..^^
진짜 맛있는거 한가득이네요.
sarnia 2018.12.02 09:40  
저...... 실은 그런 게 아니고요.
혹시 해삼넣은 삼선짬뽕 파는 중국집 아시면 소개 좀 해 주세요.
크고 물컹한 맛이 나는 큰 중국해삼 있잖아요.
옛날엔 삼선짬뽕에는 그게 다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은 찾기가 어려워서요..
고구마 2018.12.02 11:08  
ㅎㅎ. 저 그런거 몰라요. 중식은 그냥 집근처에 홍콩반점이랑 중식집 이렇게만 다닐뿐이에요. 뭘 소개할 주제가 안되요. ^^
비육지탄 2018.12.02 11:47  
저 사진의 남자분이 사르니아님 인가요? ^^
pf13님과 더불어 태사랑 최고명필께서 저런 외모셨군요 ㅎㅎㅎ
요샌 해물짬뽕보다 교동짬뽕같은 클래식한 고기육수가 인기입니다
저도 뭘 소개할 주제는 아닙니다만 드라이브 갈때 들러보세요
경기 포천 신북의 차이나 - 짬뽕,삼선고추짬뽕
강원 철원 지경리의 고향식당 - 간짜장,짬뽕
실패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해삼이 많이 날때는 짬봉재료로 많이들 썼습니다.
그당시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요리안주로 양장피,팔보채보다 유산슬을 많이드실 정도였으니까요.
해삼 수확량이 바닥이라 단가가 올라가니 건삼이라고 말린해삼을 한동안 수입해서 쓰다가
역시 단가가 만만치 않으니 지금은 잘 못쓰는것 같습니다
sarnia 2018.12.02 12:41  
결국 문제는 해삼가격이었군요. 

교동짬뽕도 먹어봤는데, 맛이라는 게 기억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새 맛에 쉽게 매료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식의 명가들이 최고의 과제로 여기는 게 어떤 조건에서도 음식의 맛이 변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하죠. 오늘 먹는 맛과 내일 먹는 맛이 다르면 그 맛이 더 좋아졌든 어쨌든 위험하다는 겁니다.

하동관 곰탕이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도 그 맛을 50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하고, 오장동 함흥냉면도 덜 매워진 걸 제외하고는 맛이 계통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삼들어간 삼선짬뽕을 먹을 수 없다면 할 수 없지요.
말씀대로 다른 맛을 찾아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는 수 밖에요. 

근데.. 좀비싸더라도 해삼들어간 삼선짬뽕 파는 집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예요.
비육지탄 2018.12.02 13:08  
교동짬뽕은 예로 든겁니다.
교동은 본점의 원사장에게 배워온게 아니라 배워온 제자들이 분점을 내고
또 그분들이 분점을 내고 하는 과정에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본래 예전의 짬뽕은 돼지고기 볶다가 야채넣고 국물을 낸 고기육수라고 해요.
그러다가 누군가 홍합을 잔뜩넣은 해물짬뽕을 내서 히트친 후부터
시원한 맛의 해물짬뽕이 지금까지 흔해진거라 하더군요.
현재는 삼선짜짱,삼선짬뽕이란 메뉴가 아예 없는 식당도 많습니다 ㅠ
죽순과 양송이 등은 업소용 케찹통만한 통조림 형태로 식재료상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데
해삼은 비싸게 받는 전가복에나 쓰려고 하는것 같습니다
하찮은 짬뽕ㅠ 따위에 넣을 여유들이 없나봅니다.
여담으로 짬뽕에 들어있는 큰 오징어살은 가급적 안드시는게 좋습니다.
"무라사끼 오징어"라고 불리우는 그건 대왕오징어라고 크기가 몇미터씩 하는건데
정작 그걸 잡는 중남미의 국가들은 안먹는답니다
sarnia 2018.12.02 13:25  
철원 고향식당이라는 곳은 주택가 골목에 있는 일반 가정집 같은 모습이네요.
간판이 없다면 식당인줄 모르겠어요.
고기짬뽕이면서 조개도 많이 넣는것 같구요.
철원에는 수 십 년 전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로동당(노동당)사 건물도 기억나네요.
어랍쇼 2018.12.03 17:02  
중국집 해삼이 방송한번 타더니 사라진 집들이 좀 있더라구요.
말린 해삼을 양잿물에 넣어 불린다던데...
그럼 2~3배가 불어난데요.
그후로 해삼 먹기가 뭔가 좀 찜찜하더라구요.
한국오셔서 구지 해삼짬뽕을 찾아 다니시지 않아도 되실듯-_-;;
여전히 평냉을 사랑하시는군요~( 저는 다시 먹어봐도 여전히 물맛 ㅜㅜ)
sarnia 2018.12.04 04:19  
흠 . 이렇게 해 보세요.
동교동 삼거리에 애경백화점이 새로 생겼어요. 거기 5 층이 식당가인데 경의선 숲길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굿의 타이 레스토랑도 있구요. 오장동흥남집 지점도 있어요. 함흥냉면집이지만 물냉면도 파는데 육수가 평양냉면과는 달리 좀 진해요. 우선 거기서 시작해 보시면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한데..
jjjay 2018.12.04 13:07  
갑자기 냉면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몇주전 캄보디아 소재 북한식당에 갔다가 물냉면을 말씀하신데로 식초와 겨자를 발라 먹어 보았거든요 ㅎ
평소에 물냉면이 걸레 빤 물갔다고 혹평하던 사람들도 맛나게 먹는걸 보았구요
식사중 공연도 대단해서 감탄하며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ㅎ

두루 다시시며 찾아드시기도 하시는군요~
 
사진이나 감상평이 아주 맛갈스러보여서 맛칼럼을 보는듯 합니다 ~~
sarnia 2018.12.04 13:20  
방넘어오니 들어오셨네요.
실은 제가 태사랑 어느 분(또는 분들)께 삼선짬뽕을 사드리겠다고 공약을 하고야 말았는데요.
혹시 잘 하는데 아시면 소개해 주세요.
유쾌한 jjjay 님 오랜만이예요^^
jjjay 2018.12.04 17:07  
넵...그전에 포스팅 해주신 제가 자란 세검정 산골 옆동네 형님 사진같으셔서  늘 즐겁게 보고 있어요...전 혀끝이 저렴버젼인지라 ㅋㅋㅋ  맛을 잘모르고 먹을때가 많답니다..
걍 예전에 아부지 따라 기사식당 설렁탕 먹던때의 아저씨들의 후루룩 소리정도의 연상이 혀에 침고이는 정도랍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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