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짧은기억(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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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짧은기억(4)

광팔이 2 359
상병달기 보름전쯤에 길고긴 4개월간의 통신지원병 파견생활을 마치고, 자대로 복귀. 그때는 중대장도 바뀌고, 행보관도 바뀌고, 그때 권력을 휘어잡고 있던 다소 인간쓰레기에 가깝던 선임병들도 다 전역하고 없었다.

 내 위에는 30%밖에 안남았고, 내밑으로는 60%이상의 후임병들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풀리지는 않았다. 이제 짬좀 먹고 편해질라니까 바뀐 중대장이 선임병들을 조지고, 짬안되는 밑에 애들을 기살려주는 사람이라, 상병달고 더 피곤하게 군생활 했다. 젊은 양반이 너무 개념이 없었다. 나이도 나랑 두 살 차이 밖에 안나고, 중대장 처음 맡는 양반이라, 경험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대위로 진급한지 1년도 안돼었다. 처음에 중대장으로 부임해 올때 계급이 제법 밥좀 되는 중위였다.

 흔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그걸 군대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젊은 양반이 패기만 넘쳐가지고, 오바를 하는게 영 쌩쑈가 아니다. 하여간 그 양반이 하는 짓거리에 짜증이 날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휘하는 데도 문제가 많고, 무엇보다 선임병에 대한 예우를 눈꼽만큼도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말년들은 개념없는 중대장하고 마찰을 많이 빚어서, 트러블이 생겨서, 분대장 견장 떼버리고 싶다고,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소리를 밥먹듯이 해댔고,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뭐같아서 빨리 여기를 나가야 겠다는 말을 입이 마르고 닳도록 들 해댔다.

 전에 있던 사람은 성격이 다소 다혈질이고 성질이 급했지만, 병사들하고 거리낌없이, 친하게 지내려는 노력을 많이 했고, 그다지 권위적이지 않았다. 또 사람이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 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선임병에 대한 예우는 철저히 해줬다. 말년이 되면 흔히 하는 모든 것을 열외타는 관행도 별로 신경 안썼다.

 하지만, 중대장하고 행보관이 깐깐하고, 고지식한 양반들로 바뀌구서, 짬먹은 이후의 내 군생활이 정말 더럽게 꼬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미래의 말년병장때의 모습이 될거라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끔찍했다.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짬 안될때는 지금 이렇게 후달릴때 고생하고, 나중에 짬먹으면 지금보다 형편이 많이 나이질거라는, 좀더 편하게 생활 할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다들 힘든 일이등병 시절을 버텨나간다.

 더구나 나는 서열상 풀린 군번이어서, 상병달고 물만 빠지면, 그렇게 나 건드리는 사람도 없겠거니 싶었는데, 젊은 중대장 이 양반이 나만 걸핏하면 건드려댄다. 아주 싸이코틱한 양반이다.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권위적이고 앞뒤고 꽉꽉 막혔는지... 자기는 사병들한테 뭐 하나 베풀어 주는게 없으면서, 무조건 자기를 따르라고만 하고, 일방적으로 충성을 다하기만 하라나 뭐라나...
정말이지 전쟁나면 그 놈이 사병들 총에 제일 먼저 죽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양반하구 떨어져서 더 이상 내 평생에 볼일이 없게 됐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내가 복귀하구 부터는 군대가 가면 갈수록 거꾸로 돌아가는 양상으로 계속 급속하게 변해갔다. 구타 및 가혹행위, 집합행위는 물론, 폭언 욕설도 일절 금지다. 그걸 하다가, 간부한테 걸리거나, 그것을 당했던 후임병중 누군가가 몰래 헌병대에 찔르기라도 하면, 그 부대는 뒤집어진다. 지휘관 바뀌고, 그걸 한 선임병은 무조건 영창가고, 심하면 구속되서 호적에 빨간줄 간다.

 실제로 내가 파견생활 마치고, 복귀하기 직전에 그런류의 악성사고가 터져서 부대에서 30명이 넘게 영창을 갔다오는 사례가 있었다. 그 일 때문에, 대대장이, 중대장이 일주일 내내 부대원들 모아놓고, 정신교육을 하기도 하고, 그 사건을 계기로 간부들의 터치가 가면 갈수록 심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구타가 없어지고, 집합도 못하게 하고, 소위 말하는 ‘까라면 까라는’ 분위기가 많이 없어지다 보니까, 밑에 애들은 가면 갈수록 선임병들한테 개기고 말안듣고, 군대가 가면 갈수록 거꾸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내가 파견가기전 이등병 생활 할때 하고는 바뀌어도 너무 바뀌어서 적응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사실 그때가 육본에서 ‘병영생활 행동강령’ 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짬먹으면 으레히, 당연시 여겨졌던 선임병의 특권을 없애버리고, 밑에 놈들만 기 살리기 위해서, 구타는 물론, 집합행위, 후임병을 괴롭히는 일체의 행위를 못하게 만들어서 전군에 확산시키고 이의 시행여부를 부대마다 검열돌면서, 감독하던 시기였다. 그 ‘병영생활 행동강령’ 에는 분대장을 제외한 선임병이 후임병을 간섭하거나, 교육명목으로 집합시키는 것을 못하게 하고, 구타 및 가혹행위 금지, 병상호간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분대장을 제외하고는 지시행위 금지, 병상호간에 얼차려 금지, 욕하는것도 못하게 하는등... 실제 군생활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솔직히 군대라는 곳이 그런거 없으면 개판된다.
한마디로 윗대가리들 때문에 요즘 군대가 가면 갈수록 개판이 되고 있다. 요새 군대는 거의 뭐 기숙사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좌우간 작년말부터 바뀌기 시작한 이런 경향은 해가 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처음에 복귀해서 상병을 갓달았을때는 한창 애들 관리할 짬밥이어서, 바뀐 분위기에 적응이 안된 나머지, 개념없이 구는 이등병애들 귀싸대기 때리고, 몇 대 쥐어 박고, 욕하다가 어느날 지나가던 개념없는 중대장한테 걸려서 반성문 일주일동안 10장씩 쓰고, 1주일내내 하루종일 완전군장으로 뺑뺑이 돌았던 안좋은 기억도 있었다. 난 뭘해도 재수가 없어서 항상 걸리더구만... 이때부터 밖에 나가면 절대로 나쁜짓 안하고 착하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신호위반도 하지말고, 세금낼건 떼먹지 말고 다 내고, 술취한체 배회하다 노상방뇨도 하지말구, 카드도 함부로 긁지말구(그 사건 때문에 카드를 다 짤라버려서 더 이상 긁을 카드도 없다.) .... 그 사건 때문에 난 절대 그 이후로 애들한테 욕도 못하고, 갈구지도 못하고, 때리지도 못하는 힘없는 선임병이 되어 버렸다. 또 자꾸 그런사건이 터지고 하니까 맨윗밥들도 잘 안때리고, 집합도 거의 안걸고... 다들 집에 갈 때 되니까 모든게 귀찮은 거지.
좌우간 나 이등병때에 비해서 요새 애들은 너무 호강에 겨운 생활을 하는거 같다.

물론 나도 이등병때 너무 많이 얻어맞고, 인간이하의 취급을 당해봐서, X같고, 서러웠다. 그래서 난 중대장한테 걸린거 아니더라도, 짬먹어가면서 밑에애들 안 건드리고, 나한테 피해안주면, 터치안했다. 또 애들을 편한 분위기속에서 군생활 할수 잇도록 배려를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밑에 애들은 그걸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많이 서운했다.

지금은 그때 그애들, 나를 무지하게 괴롭혔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냈던 동생같던 선임병들 다 보구싶기도 하다.
2 Comments
인천 2004.12.23 14:03  
  군대도 이젠 군기가 다 빠져 위아래가 없어졌군요. 학교에 있는 교사들도 아이들 눈치를 보잖아요. 때리지도 못하고 야단치면 초딩도 쨰려보며 욕하는 애들도 있다니까요. 정말 선생도 이젠 하기 힘들어졌죠.그나마 방학이 있어 아이들 안보게되어 좋답니다. 방학이 없음 돌아버릴 선생이 많을 것입니다.
좋은.. 2004.12.27 16:59  
  인천님의 글을 읽으니 많이 슬퍼지는군여..누구의 탓으로도 돌리기만은 할수없는 슬픈현실. 차후에 제자식의 교육부터 잘시키겠습니다. 현직선생님들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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