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짧은 기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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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짧은 기억(3)

광팔이 3 364
2003년 5월. 고대하던 일병을 달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병. 별거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그 계급장이 얼마나 달고 싶었던지... 내가 훈련병때는 일병이 짬밥좀 먹은 계급으로 보였다. 

 역시 일병은 말 그대로 일을 많이 해서 일병이다. 난 일병때 줄줄이 전역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서, 내 밑으로 그 만큼 들어와서 좀 편할 듯 했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밑에 그만큼 애들이 들어온 만큼. 내가 걔네들 먹을 욕까지 다 바가지로 쳐먹기 일수였다. 처음에 일병 갓달아서 물빠지기 전까지는 오히려 이등병때보다 더 많이 얻어맞았다.

 하지만, 짬안되서 짜증나고 힘들기만 하던 내 군생활에도 한줄기 빛이 들어왔다. 운이 좋게 내가 다른 곳으로 4개월간 장기파견을 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중대에서 나홀로 단독으로.

 2003년 10월 1일. 건군 55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성남비행장에서 성대하게 개최했는데, 그 행사부대에 통신지원을 해주는 요원으로 뽑혀서 장기간 그곳에 가서 내 짬밥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이건 뭐 거의 전역을 앞둔 말년병장에 가까울 정도로 편하게 지낼수 있었다. 내 주특기가 교환시설운용이어서, 교환대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부대별로 한 두명씩 뽑아 가길래.

내가 어떻게 운이 좋아서... 한참 힘들 시기인 일병 시절을 문제없이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때 파견가서, 책도 많이 읽고, 영어회화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내가 입대전에 완성시키지 못한 2002년의 동남아 3개국 원정일기도 완결시키고...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누구하나 터치하는 사람없고, 괴롭히는 선임병도 없고, 다들 소속이 다른 부대에서 파견나온 소위 말하는 ‘아저씨’들 끼리 지내니... 나한테는 그때가 제일 군생활중 마음 편하게 보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또 중요한 것은 자대에서는 그때 유격 때문에 다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뺑이치고, 힘들게 생활하는 형편이었는데, 나는 그걸 그 파견기간동안 피해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것 때문에 나중에 파견기간 끝나고 자대 복귀해서, 동기들, 선임병들한테 땡군생활한다고, 갈굼좀 당했다.

내가 파견기간동안 들어온 후임병들도 나보고 유격안받았다고, 땡이라고 비아냥 거리기까지 했다. 내가 있던 부대가 통신지원 부대라서, 군단지역내의 통신소로 파견근무를 교대로 보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그 파견기간동안에 유격을 받으면, 유격을 재낄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바로위의 선임병들 중에는 파견이나 병원후송으로 유격을 군생활중 한 번도 안받고 나간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등병때보다 너무 몸과 마음이 편해지다보니, 훈련병때, 이등병때 빠졌던 살이 다시 쪄서 지금의 비만형 체형을 이루게 된 시기가 그때 부터였다.  그것이 4개월동안 파견 생활에 오점을 남긴점이 아닌가 싶다.

3 Comments
지나가다 2004.12.23 12:50  
  군대 제대한지 벌써 14년 지났는데 이글 읽으니 그때 군생활이 새록거리네요. 난 복도 드럽게 없어서 30개월 군생활중 유격을 3번이나 다 받았는데.... 
나니 2004.12.23 15:07  
  역시 인생은...줄!!!! ^^
물안개 2004.12.24 14:03  
  나는 36개월에 유격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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