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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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랑

hueann 7 377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적어 본 후 태사랑에 올려봅니다. 10년전 이야기고 여행과 사랑에 관한 이야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는 전혀 다른 악세사리 분야의 취업을 목표로 보석감정 공부를 시작했다.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나의 성격과 성향들이 그 직업에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시 조그마하면서 개성 있는 보석들을 감정, 감별하면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꼈고 그 결과 국내외 보석감정사를 취득하였다. 섬세한 성격이기에 활동적인 것 보다는 앉아서 연구를 하는 직업이 맞는다는 나의 판단이 역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더 좋아짐을 느꼈다. 자격증을 취득 후 보석감정원에 취업을 원했지만 그곳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은 드물었기에 주얼리 회사와 판매샾으로 눈을 돌렸고 결국 주얼리 샾에서 금으로 만든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 등을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첫 직장에서 열심히 배우고 일을 하였고 어느덧 손님들에게 내가 권유하는 주얼리들을 판매할 정도의 실력이 되어 가고 있을 무렵 내 안에 어떤 바람이 들었는지 이 조그마한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얼리 샾을 그만두고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현재의 시선으로 당시를 돌이켜 보면 내가 만들어 놓은 나의 이미지에 꾹꾹 눌러져서 감쳐줘 있던 활동적이고 자유롭고 남들과 소통을 하고 싶은 욕구가 나오는 순간 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렸을 적부터 난 착하고 예의바르고 얌전한 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었고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아서 더더욱 그런 바른 이미지를 확고하게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갓 성인이 되어서는 그런 이미지들이 이제 나의 완전한 성격으로 굳히게 되었고 나는 항상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학생으로 남들에게 인식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성향과 성격들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내 스타일이 싫진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내 몸이 내 성향과 성격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고 그 길들여짐을 깸으로서 오는 미래의 불확실성 보다는 최소 손해는 볼 것 없는 안정됨을 더 바랬던 것 같다. 하지만 주얼리 샾을 과감히 그만두고 일본 여행을 떠났을 때에는 바로 그 틀에 맞춰 길들여져 온 나를 버리고 새롭게 변화를 하고 싶은 욕구가 폭발을 하는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그 출발점이 되었던 일본여행은 친척 형과 같이 갔던 2박3일의 북경여행과 대학동창과 같이 갔던 4박5일의 도쿄여행에 이어 세 번째 해외여행 이었다. 전에 두 번의 여행과 달랐던 점은 동행자 없이 나 혼자 간다는 것이었고 또한 할 줄 아는 외국어도 없었기에 두려움이 있을 법도 했지만 그 당시엔 오로지 기대와 흥분만이 있을 뿐이었다. 기대에 찬 10일간의 일본 여행은 예상대로 가는 곳마다 흥분과 설렘이 멈추지 않았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어 같이 여행을 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의 연속들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땐 설렘과 즐거움은 점점 사라지면서 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걱정에 휩싸이고 말았다. 일을 그만 뒀을 때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여행을 떠난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난 이제 무엇을 해야지? 다시 주얼리 샾으로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주얼리 회사나 보석감정원으로 알아볼까? 아니면 잠시 다른 공부라도 해볼까? 하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선택을 위해 고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TV를 켰고 그 프로그램에서는 서울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취재를 하고 있었다. 난 그것을 보며 “ 어라? 한국에서도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네??" 라는 생각과 함께 저거다! 하면서 무릎을 쳤다.

일본의 여행자 숙소에서 손님으로 묵었을 때 여러 나라에서 온 게스트들과 교류를 할 수 있고 스태프 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 왔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숙소가 있다고 하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또는 직원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난 바로 구인사이트 검색을 해 게스트하우스 공고를 보고는 바로 지원했고 며칠 후 그곳에서 일을 시작 하게 되었다. 리셉셔니스트가 아닌 하우스 키핑 일이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청소 일을 시작 했다. 사실 리셉셔니스트로 일하고 싶었지만 구사하는 외국어가 없었기에 하우스키핑일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을 하면서 영어학원도 등록해서 개인적으로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하우스키핑 일을 시작한지 몇 개월이 지나고 야간 리셉셔니스트를 구한다는 타 게스트하우스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곳에 지원하여 이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 당시에도 외국어 실력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곳 사장님이 나의 성실한 이미지를 좋게 보고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이었다. 사실 영어학원 만으로 몇 개월 만에 회화 실력이 단번에 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원하고 원했던 게스트하우스의 리셉셔니스트로 일을 하게 되었고 해외 각지에서 오는 여러 배낭여행자들을 받는다는 설렘과 외국어를 잘 못하는 두려움이 섞여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첫 날을 보내게 되었다. 첫날은 아무것도 모르기에 사장님과 한시간정도 같이 있으면서 업무내용에 대해서 알려주었고 이 시간부터는 체크인 할 사람도 없고 묵는 게스트들도 많지 않으니 혼자 리셉션 업무를 보라고 하면서 사장님은 떠났다.

사장님이 가자마자 전화벨이 바로 울렸다.

전화를 받은 후 어떤 외국인이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전혀 알아듣지 못해서 영어학원에서 배운 parden me만 몇 번 외치다가 im sorry 하고서는 전화를 끊었고,

체크인 할 게스트가 없다고 들었지만 갑자기 체크인을 오늘 하겠다고 한 외국인이 리셉셥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알고 보니 내일 체크인 할 게스트인데 일정이 바뀌어 오늘 오게 된 것 이었다. 다행히 빈방이 있어서 방을 안내해주고 땀 뻘뻘 흘려가며 체크인시 알려줄 공지사항을 책 읽듯이 로봇영어로 알려주었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에어컨이 고장 났다며 고쳐달라고 게스트의 건의사항에 방에 올라가서 손을 봤으나 어디서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어 AS기사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기사를 부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그 상황을 설명해줘야 되는데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말은 못하고 바디 랭귀지로 대충 설명을 해주었고,

프리타임인 잠자는 시간이 되어서 쪽방에서 잠을 자다가 그날따라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게스트들 문 열어 주느라 2~3번 잠을 깨가며 밤을 설쳤다.

그렇게 정신없는 첫날밤을 보내면서 올 것 같지 않던 아침이 밝아왔다.

하루가 한 달 같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 후로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세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그때 비로소 게스트 하우스 내에서 자주 통용되는 영어를 익히게 되었고 이젠 게스트들과 약간의 사담정도는 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이 되어 리셉션 업무를 보는데 큰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었다. 하지만 게스트가 영어를 빠르게 한다거나 발음을 너무 굴린다거나 깊은 대화를 나눌 때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실력이 된 것도 장족의 발전이었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게스트들과 술자리였다.

사장님의 방침이 게스트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프리타임때 같이 술자리를 가지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었기에 나는 게스트들과 끊임없이 자리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자주 그런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술자리는 숙소 내 휴게실을 이용했다. 게스트하우스 지하에 작지 않은 휴게실이 있었고 아침에는 식사 공간 낮에는 휴식 공간 밤에는 술자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렇게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일을 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어느 날 밤 다른날과 똑같이 영국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태국에서 온 여행객들과 게스트 하우스 내 휴게실에서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난 밖에서 맥주와 소주 안주거리를 사와 게스트들과 재밌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자정을 조금 넘겨서 자리를 파했고 난 리셥션 뒤에 있는 조그마한 쪽방에서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어 주간 매니저 형과 근무 교대를 하였고 난 다시 쪽방에서 어제 먹은 술을 해장하려고 매운 짬뽕을 땀 흘려가며 먹고 있을때 한 여자가 캐리어를 천천히 끌면서 리셉션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바로 나의 여행파트너 이자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로서 나와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갈 주인공이었다.

 

 

7 Comments
클래식s 2018.01.10 00:14  
2편 올라왔군요. 잘보고 갑니다. 죄송이요.
고구마 2018.01.10 00:18  
리셉션에서 일 시작하는 초기 에피소드는 정말 읽는것만으로도 분주함이 느껴집니다.
마지막 문장이 정말 절묘한데요. ^^
hueann 2018.01.10 10:48  
태사랑에서 정보 댓글 많이 달아주던 고구마님. 반가워요!
2018.01.10 00:47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한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입니다.
hueann 2018.01.10 10:54  
좋게 보시니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타이거지 2018.01.10 09:18  
쿨럭거리며...에취^^
감기에  띄용~
머리가  욱씬대며  읽었는데...
흐~미!
후속편  기대만빵입니다^
머리띠  질끈  동여  매고
기둘리겠습니다.,
hueann 2018.01.10 10:55  
이번 감기 엄청 독하고 오래 가던데..한달전에 걸린 감기가 아직도 다 낫질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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