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태국 사람? 베트남 사람? 라오스 사람?
안녕하세요. 명입니다.
우선 태사랑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저는 지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도 별로 없고 밤도 길고 해서 요즘 날마다 태사랑에서 살다시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전에 태국 살 때 에피소드가 생각나 한 글자 쓰고자 합니다. 이하 평서체로 갑니다.
나는 피부가 까맣다. 금방 햇볕에 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까만 건 타고났다. 얼굴보다 엉덩이가 더 까맣다. 겨울한정이긴 하지만. 우리 태사랑 회원분들 중에도 태국 친화적인 외모를 지닌 분들이 많다. 나도 그중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태국 친화적인 외모다.
태국에 여행을 가서 정확히 사흘만 지나면 현지인들이 나에게 길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특히 버스 정류장에서. 하루에 두세번은 기본이다. 나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태국에서 살 때의 이야기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학생 수가 4만명이나 되는 큰 지방 국립대라 학교가 컸다. 그안에 딸랏너이(직역하면 작은 시장)이라는 큰 시장이 있었다. 시장에서 저녁을 사서 해결하는 때가 많았다. 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저녁 거리를 샀다. 주인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아짠 비엣남(베트남 사람 선생님)이냐고 묻는다. 대학교고 학생은 아니니 선생일 거고 태국 말을 제대로 못하니 외국인 선생일 거고 생긴 걸 보니 우리랑 비슷하고 해서 나에게 물어보는 거다. 아짠 비엣남? 마이 차이(아니요), 아짠 까올리(한국 사람 선생님)라고 대답하면 주인 아저씨가 막 웃는다. 아짠 까올리 그러면서. 왜 웃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 한국 사람인 것 같았어 어쩐지 하면서 웃는 건지, 아니 한국 사람이 어쩜 이리 베트남 사람같이 생겼어 하면서 웃는 건지 알수는 없다.
그후로도 아짠 비엣남이라는 질문을 한두번 받은 것이 아니다. 맞다고 대답한 적도 있다. 그 학교는 외국인 선생이 많다. 중국 사람이 젤로 많다. 하지만 아짠 친(중국 사람 선생님)이라고 물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나의 외모는 중국쪽으로도 전혀 비슷하지 않았나 보다.
계약 기간이 끝났다. 외국인 노동자로 태국에서 벌어논 바트를 달러로 환전해서 귀국해야 한다. 치앙마이 여행을 끝으로 귀국이라 치앙마이에 있었다. 아침이었다. 바트를 잔뜩 들고 좋은 환율을 찾아 헤매다 타페 근처 슈퍼리치로 들어갔다.
달러 있어라고 물었다.
달러 못 바꿔줘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니 왜? 왜 달러를 못바꿔줘 하니
콘 미얀마(미얀마 사람)는 달러 환전이 안된단다(태국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미얀마 사람들이 아주 많다).
녹색 표지의 자랑스런 대한민국 여권을 꺼내들었다.
콘 까올리야! 나. 콘 까올리인데 달러 환전 안돼?
막 웃는다(웃기는 참 잘한다).
콘 까올리는 돼. 미얀마 사람만 바트 벌어도 달러로 환전 안돼 이런다.
환율도 안 좋고 해서 걍 나왔다. 기분 나빠서 나온 건 아니다. SM으로 가서 태국에서 번 귀중한 바트를 달러로 그것도 좋은 환율로 바꿨다.
한국 사람의 DNA를 추적해보니 70%는 북방계이고 30%는 남방계라는 결과가 나왔단다. 나의 시조 할머니는 허황후이다(김해 김씨 삼현파). 인도나 인도차이나반도 어드메 나라의 공주님이다. 그래서 나는 한 49%정도가 남방계인 것 같다. 동남아를 가면 그래서 그렇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여기가 거기야라는 느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