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가 가져갈 뻔 했던 스마트폰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여기는 트롱 라 바로 전 하이캠프 롯지다
새벽 3시30분 모두들
눈꼽도 안 떼고 식당에 모여 언손을
비비며 출동대기다
대충 둘러보니 15명 내외인 것 같다
온갖 나라에서 저마다 의미를 가지려 온 사람들
비록 단체팀은 아니어도
오르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니
얼굴도 대충 아는 처지들이다
해발고도는 이미 5,000m를 넘은 상태이고
일부는 극심한 고산증세로 설사,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지만 이미 일주일 이상을 걸어온 터
인지라 어떤일이 있어도 가겠다는 의지다
4시 출발이다 반짝이는 헤더랜턴은
마치 반딧불이와 같다 가파른 경사가 연속이고
길은 너덜지대로 날카로운 돌밭
드디어
트롱 라, 우리말로 트롱고갯길
해발5,416m 오전 6시30분 모두들 감격하는
그곳에 드디어 섰다
너 나할 것 없이 기뻐하며 서로의 사진촬영으로
분주하다 30분 정도 지체하다 모두들
반대편 마을 묵티나트로 빠르게 하산을 했다
무려 1,400m를 가파른 자갈길로 내려가야하는 길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듯 급경사길 미끄럼으로
마을에 도착전 첫휴게소에 도착할 무렵
발톱은 이미 피범벅이 되있었다
사건은 여기서 부터다 스마트폰이 안보이는 것이다
온통 뒤져봐도 그 놈의 스마트폰은 나오질 않는다
내려오는 중간 마지막 풍경을 찍고 주머니에
넣는 다는 게 미끌어져 빠진 것을
모르고 온 것이다
1,400m중 약 900m정도 내려왔는데
다시 찾으러 올라갈길을 올려다 보니
엄두가 나질 않지만
모든 것이 담긴 그 놈이 내곁을 떠났다는 것을
인정하기엔 너무 허망해
발톱통증을 잊고 기어올라 갔다
안나푸르나 라운딩가이드엔 절대로 지금
내가 기어올라가는 반대코스를 권하지 않는다
급경사에 나무하나 없는 자갈길 약1.5km를
기어올라가는 건 초인들이나 할짓이므로
그러나 나는 지금 거길 올라야하는 딱한 처지에 있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이 기이한 행동을 하는
나에게 모두 묻는다 어디가냐고
그리고 나는 만나는 모두에게
자랑스럽게 외쳤다 나 폰 잊어버렸다고
2번을 오르내리는 신공발휘에도 폰을 못찾고
묵티나트 마을로 내려 왔다
숙소에 들고 누우니 한심한 생각에 헛웃음만 나온다
아무 것도 할 게 없다 그냥 누워있는 거 말고
폰이 그렇게 소중한지 첨 알았다
여권 안잃어버린 걸 위안삼고 동네구경하러 나왔다
그때 한동안 같이 동행했던
스페인 애들이 니가 잃어버린 폰이
샘숭이냐 라고 물었다 그렇다니깐
우크라이나 애들이 그것 줏었데
지금갸들 동네 산에 올라갔으니
내려오면 알려줄게 했다
이 믿어지지않는 상황에 울컥했다 바보처럼
마누라 전화번호도 갸 없인 모른다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