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가 가져갈 뻔 했던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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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가 가져갈 뻔 했던 스마트폰

후니니 15 355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여기는 트롱 라 바로 전 하이캠프 롯지다

새벽 3시30분 모두들

눈꼽도 안 떼고 식당에 모여 언손을

비비며 출동대기다

 

대충 둘러보니 15명 내외인 것 같다

온갖 나라에서 저마다 의미를 가지려 온 사람들

비록 단체팀은 아니어도

오르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니

얼굴도 대충 아는 처지들이다

 

해발고도는 이미 5,000m를 넘은 상태이고

일부는 극심한 고산증세로 설사,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지만 이미 일주일 이상을 걸어온 터

인지라 어떤일이 있어도 가겠다는 의지다

 

4시 출발이다 반짝이는 헤더랜턴은

마치 반딧불이와 같다 가파른 경사가 연속이고

길은 너덜지대로 날카로운 돌밭

 

드디어

트롱 라, 우리말로 트롱고갯길

해발5,416m 오전 6시30분 모두들 감격하는

그곳에 드디어 섰다

 

너 나할 것 없이 기뻐하며 서로의 사진촬영으로

분주하다 30분 정도 지체하다 모두들

반대편 마을 묵티나트로 빠르게 하산을 했다

 

무려 1,400m를 가파른 자갈길로 내려가야하는 길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듯 급경사길 미끄럼으로

마을에 도착전 첫휴게소에 도착할 무렵

발톱은 이미 피범벅이 되있었다

 

사건은 여기서 부터다 스마트폰이 안보이는 것이다

온통 뒤져봐도 그 놈의 스마트폰은 나오질 않는다

 

내려오는 중간 마지막 풍경을 찍고 주머니에

넣는 다는 게 미끌어져 빠진 것을

모르고 온 것이다

 

1,400m중 약 900m정도 내려왔는데

다시 찾으러 올라갈길을 올려다 보니

엄두가 나질 않지만

 

모든 것이 담긴 그 놈이 내곁을 떠났다는 것을

인정하기엔 너무 허망해

발톱통증을 잊고 기어올라 갔다

 

안나푸르나 라운딩가이드엔 절대로 지금

내가 기어올라가는 반대코스를 권하지 않는다

급경사에 나무하나 없는 자갈길 약1.5km를

기어올라가는 건 초인들이나 할짓이므로

 

그러나 나는 지금 거길 올라야하는 딱한 처지에 있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이 기이한 행동을 하는

나에게 모두 묻는다 어디가냐고

 

그리고 나는 만나는 모두에게

자랑스럽게 외쳤다 나 폰 잊어버렸다고

 

2번을 오르내리는 신공발휘에도 폰을 못찾고

묵티나트 마을로 내려 왔다

숙소에 들고 누우니 한심한 생각에 헛웃음만 나온다

아무 것도 할 게 없다 그냥 누워있는 거 말고

 

폰이 그렇게 소중한지 첨 알았다

여권 안잃어버린 걸 위안삼고 동네구경하러 나왔다

 

그때 한동안 같이 동행했던

스페인 애들이 니가 잃어버린 폰이

샘숭이냐 라고 물었다 그렇다니깐 

우크라이나 애들이 그것 줏었데

지금갸들 동네 산에 올라갔으니

내려오면 알려줄게 했다

 

이 믿어지지않는 상황에 울컥했다 바보처럼

마누라 전화번호도 갸 없인 모른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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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마트폰을 찾아 준 착한 우크라이나 애들)
 

 

 

 

 

 

 

 

 

15 Comments
필리핀 2017.11.22 17:27  
헐~ 두번이나 오르내림을ㅠㅠ

근데 우크라 아해들은 패딩으로 무장했는데
반팔차림... 강철 체력 인정합니다~^--^
후니니 2017.11.22 17:46  
흥분한탓에 열이 확 올라
그런겁니다

강철은 커녕 양은체질이랍니다
향고을 2017.11.22 17:33  
핸드폰을 찿는순간 후니니님 몸이 새털처럼 하늘로 날아올랐을듯요,
여권과 핸드폰 잊어버리면 순간 앞이캄캄,절벽이죠,
마음고생 하셨지만 찿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후니니 2017.11.22 17:45  
네 정말로 그랬습니다
하늘로 날라가는 느낌이였어요

저 친구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그 곳 여행지에선 거금(?)인 2,000루피를 종이에 싸서
주었더니 손사레를 치며 괜찮다기에

붙들어 술한잔 샀습니다
후니니 2017.11.23 12:35  
그렇군요
Robbine 2017.11.22 20:05  
혹시 안나 언니가 후니니님이 찍으신 사진 검사 해볼라고 그런건지도요?

앞으로는 주머니에 지퍼 달린 잠바를 입고 올라가셔야겠어요~~~~
후니니 2017.11.23 12:36  
안나언니가
질투심이 그렇게 클줄이야..ㅎㅎ
hojin88 2017.11.22 20:08  
발톱이 피가 나시는데도 올라가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여행가면 여권보다도 늘 핸드폰을 더 챙기게 되더라구요. 잃어버리는 순간 모든 추억이 다 없어져버리니깐요 ㅠㅠ 그래도 다시 찾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후니니 2017.11.23 12:42  
네 정말 기뻣답니다
늘 옆에 있어서 고마운 줄 모르다가
막상 떠나니 그렇게 절실할 줄 몰랐습니다
공촌동 2017.11.22 22:19  
어휴. 브레이킹이 어렵던 내리막길을 다시 오른다는건, 오롯이 인생사진이 아까웠을지도..... 다행이 묵티나트의 초록빛의 나무들이 오아시스로 다가와 다행입니다.
후니니 2017.11.23 12:46  
다시 오른다는 게
생각만해도 끔찍했지만
찾아야한다는 일념이 그렇게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빈손으로 내려올땐 ....아휴
타이거지 2017.11.23 04:36  
강산이 변했어도..
품위있고..온화했던..첫인상..그대로세요^^.
핸펀을 찾으신 기쁨과 흥분의 미소 가운데도..채 가시지 않은..패닉 상태의 놀란 기색도 보여
그..시간들을 가늠해 봅니다.
그나마..소지한 여권에..위안 삼으며..동네마실^^
후니니님..짱이예요~!
Who I am?!.....
극기?를 통해..자신과의싸움..자신과의대화..
존경스럽습니다^^.
후니니 2017.11.23 12:50  
안녕하세요
잘지내시죠
세월이기지 못한다는 말
절실하게 느낍니다
곰돌이 2017.11.23 16:45  
아이고 이쁜 우크라이나 아이들 ^^*

갑자기 우크라이나 라는 나라가 맘에 듭니다 ^^

우크라이나 겁박하는 러시아의  푸틴은 더 맘에 안 드네요....

후니니님의 말씀을 읽고,  제 아내 번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기억이 나는군요 ^^;;
후니니 2017.11.23 17:59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산밑으로 내려가면 필히 와이파이를
이용해 소식을 전해줄거라
알고 있는 집안식구들이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받으면
(분실시 이미 밧데리는 반이상 소모된 상태고
하루지나면 꺼질게 당연하니깐)
난리가 났을거라 예상을 하니
한심하더군요

남의 전화로 전화할려해도
아는 번호가 하나도 없으니
그것도 난감한 상황이였습니다
지금은 여권뒤에다 처자식들 번호 다 써놨습니다

외우셨다니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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