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돌아온 카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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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돌아온 카오산

비몽사몽 4 330

인도 들어가기 전에 방콕에서 며칠 머물게 됐습니다.장기 체류라면 다른 곳을 선택했겠지만 일주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이라 카오산에 들어왔습니다.

 

아, 그 전에 어제 묵었던 숙소 먼저.

 

돈무앙 공항에 도착하는게 꽤 늦은 시각이라 공항 근처의 dhub hostel 을 미리 예약해 두었더랬지요. 근래에 머문 게하중 가장 깔끔하고 친절한 숙소였습니다.도미토리에 여장을 풀었는데 같은 방에 유쾌한 서양친구들이 있어서 꽤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담날 아침 체크 아웃하고 나오는데 쥔장인지 매니저인지 웃는 얼굴로 몇번이나 작별인사를 거듭하더군요.

 

근데 이 숙소의 단점은 근처에 편의점이 없다는 겁니다. 걸어가려면 의외로 멀어요. 그리고 이 동네 개가 워낙 많습니다. 저 어제 밤늦게 편의점 가다가 한떼의 개들에게 습격당할뻔 했어요 ㅋㅋ 물론 걍 야생동물처럼 행동하는 인도의 개떼보다는 적당히 순진한 편이어서 어렵잖게 쫓아낼 수 있었습니다. 근데 여자분들은 조심하셔야겠어요. 

 

그리하여 오늘 점심 무렵 A2 버스 3번 시내버스 콤보로 카오산에 들어왔습니다. 전 카오산에선 주로 유니버스 시리즈 숙소에서 묵는데 오늘은 유니버스 앳홈에 짐을 풀었습니다. 근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겁니다.

 

하도 많이 오니 유니버스 스탭들과는 가족처럼 지냈습니다. 만나면 껴안는 수준이었지요. 전부는 아니지만. 

 

근데 오늘 앳홈의 리셉션에 처음보는 젊은 아가씨가 있더군요. 이 아가씨 접객태도가 부실합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어이가 없습니다. 나 짜증나 있으니까 귀찮게 하지 마라, 뭐 이런 태도로 일관합니다. 뭘 물어봐도 대꾸를 안합니다. 숙박비 지불한 뒤의 영수증은 걍 집어던지더군요. 

 

유니버스 시리즈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이걸 뒤집어 엎어 말어? 망설이다가 걍 참았습니다. 3박이나 되는 숙박비를 지불했는데 그 동안 뭔가 해꼬지를 당할까봐 겁이 났....다기 보다는 나중에 아는 스탭을 만나서 얘기를 전해줄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빨래를 단골 빨래방에 맡기고 뭘할까 하는데 서울에서 시간이 없어서 머리를 못잘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미용실을 찾아갔습니다. 컷트가 샴푸 포함 250 밧이더군요. 딜 했습니다. 근데 오묘한 것이, 한국은 커트를 하고 샴푸를 하는데 이 동네는 샴푸를 하고 커트를 하더군요. 좀 혼란스러웠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제가 미용실에 가서 늘 하는 말은 딱 한가지입니다. 2.5 센티만 잘라주세요. 전체를. 물론 카오산 아줌마에게도 그리 말했습니다. 아줌마 영어 곧잘 하던데요?

 

아줌마가 가위질을 시작합니다.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마구 마구 잘라냅니다. 전 비명을 지릅니다. 너무 많이 자르고 있잖아요. 아줌마 대답합니다. 노 프라브럼. 아일 메이크 유 핸섬.

 

폭풍같은 시간이 끝나고 거울을 바라보니 중국인 단체관광객 하나가 보입니다. 깃발행렬에서 혼자 빠져나온것 같습니다. 짜증이 북받쳐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아줌마가 혼자만의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핸섬~

 

인도에 50일 다녀올 예정인데 그 정도 시간으로는 예전의 머리를 회복하기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와 일본어를 대충 하는데 이젠 중국어를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새삼 학구열에 불타게 해주다니 참 고마운 아줌맙니다, 가 아니라

 

지금 보드카에 맥주 말아서 홧술 마시고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저같은 시련을 겪지 마시고 머리 정도는 한국에서 잘라 오시길.

 

 

 

 

 

 

 

 

4 Comments
울산울주 2017.11.17 23:04  
꿈인지 생시인지 하시겟네요
팽이, 아니 요새는 스피너를 돌려봅시다
queenst 2017.11.17 23:27  
아놔 저 지금 쪽포차나에서 밥 나오기 기다리다가(여기 처음입니다 다들 오는 곳이라길래^^;;) 진짜 혼자 빵!! 터져서 한참 웃었습니다. 아마 미친여자인가 할겁니다 ㅋㅋㅋ
원래 1센티만 잘라 달라도 확 올라갑니다. 2.5센티면 ....갑자기 중국어 배워야 하나요? ㅋㅋㅋㅋ
비육지탄 2017.11.18 19:17  
전 팍세에서의 헤어컷 이후 모든이들이 방문한 국가의 언어로 말을 겁니다
비몽사몽 2017.11.18 20:48  
ㅋㅋㅋㅋㅋ 지금은 어느나라 사람이신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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