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 너는 우리 가족의 행복이었다
현미, 네가 우리 집에 온지도 벌써 17년이 되었다
처음 올 때부터 눈망울이 맑고 똘똘해서 우리 모두의 사랑을 받았고
재롱을 떨면서 우리 가족 모두에게 매일 매일 즐거움과 웃음을 주었지
밖에 나갈 때나 들어올 때도 언제나 먼저 현관문 앞에 나와서 반겨주었고
좀 오래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면 멀리서 부터 발자국 소리를 알아채고는
괴성을 지르며 거실을 빙빙 돌며 껑충껑충 뛰다가 덥석 안기면서 좋아했었지
네가 우리에게 준 기쁨과 즐거움은 너무 커고 깊어서 쉽게 잊지는 못할 거야
딸 선미, 은미가 엄마 아빠한테 꾸중이나 야단을 맞거나 걱정거리가 있으면
서로 먼저 현미를 안고 자기 방 침대로 들어가서 현미를 가슴에 껴안고 눈물을
흘리거나 현미한테 불만을 토로하면서 위안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둘 다 40 줄이다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면 너무 극성스럽게 짖어대어서 택배아저씨나 볼일 보러온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고 예쁘다고 쓰다듬다가 물려서 약을 사다준 일도 있었지만
한번 우리 집에 놀러온 사람들을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며 짖지도 안는 똘똘이였다
똥오줌은 변소 문을 혼자 밀고 들어가 해결하지만 변소 문이 잠겨있으면 발톱으로
문을 갉는 소리를 내어서 문열어달라는 의사표시를 했고, 배가 고프면 밥그릇을
끌고 다니면서 들거럭 들거럭 소리를 내었고, 물이 없으면 물그릇을 끌고다녔다
우리 귀염둥이도 이제 세월 가고 눈이 나빠져서 가끔 식탁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아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도 잘 듣지를 못하는 것은 어질 수 없다 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배에 시꺼멓고 크다란 혹이 두 개나 생겨서 점점 커져가는 데도
늙으면 수술하고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보증각서에 도장찍고
고가의 수술비를 부담해야만 가능하다는 병원 말에 고심 끝에 포기하고
칼 대지 않고 제 수명 끝까지 살다가 편히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즐거움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 때마다 밥 챙겨주고 매일 똥오줌 패드를 갈아주며
자주 샴푸로 온몸 씻겨주고 털을 깎아주는 등 오래 집을 비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부부가 함께 외박하기는 정말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가 같이 해외에
한번 나가려면 너를 어디다 맡겨야 할지 그 걱정 때문에 정말 어려움이 많았단다
이제 네가 우리 곁을 떠나간다면 다시는 헤어지는 아품이 싫고 네와 즐거웠던 기억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맞지는 않을 거야, 그곳에 가서 편히 잠들어라 정말 고맙다
네로 인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정말 행복했었기에 언제까지나 너를 그리워할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