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 너는 우리 가족의 행복이었다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현미 너는 우리 가족의 행복이었다

공수래 10 432

현미, 네가 우리 집에 온지도 벌써 17년이 되었다

처음 올 때부터 눈망울이 맑고 똘똘해서 우리 모두의 사랑을 받았고

재롱을 떨면서 우리 가족 모두에게 매일 매일 즐거움과 웃음을 주었지

밖에 나갈 때나 들어올 때도 언제나 먼저 현관문 앞에 나와서 반겨주었고

좀 오래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면 멀리서 부터 발자국 소리를 알아채고는

괴성을 지르며 거실을 빙빙 돌며 껑충껑충 뛰다가 덥석 안기면서 좋아했었지

네가 우리에게 준 기쁨과 즐거움은 너무 커고 깊어서 쉽게 잊지는 못할 거야

 

딸 선미, 은미가 엄마 아빠한테 꾸중이나 야단을 맞거나 걱정거리가 있으면

서로 먼저 현미를 안고 자기 방 침대로 들어가서 현미를 가슴에 껴안고 눈물을

흘리거나 현미한테 불만을 토로하면서 위안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둘 다 40 줄이다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면 너무 극성스럽게 짖어대어서 택배아저씨나 볼일 보러온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고 예쁘다고 쓰다듬다가 물려서 약을 사다준 일도 있었지만

한번 우리 집에 놀러온 사람들을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며 짖지도 안는 똘똘이였다

 

똥오줌은 변소 문을 혼자 밀고 들어가 해결하지만 변소 문이 잠겨있으면 발톱으로

문을 갉는 소리를 내어서 문열어달라는 의사표시를 했고, 배가 고프면 밥그릇을

끌고 다니면서 들거럭 들거럭 소리를 내었고, 물이 없으면 물그릇을 끌고다녔다

 

우리 귀염둥이도 이제 세월 가고 눈이 나빠져서 가끔 식탁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아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도 잘 듣지를 못하는 것은 어질 수 없다 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배에 시꺼멓고 크다란 혹이 두 개나 생겨서 점점 커져가는 데도

늙으면 수술하고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보증각서에 도장찍고

고가의 수술비를 부담해야만 가능하다는 병원 말에 고심 끝에 포기하고

칼 대지 않고 제 수명 끝까지 살다가 편히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즐거움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 때마다 밥 챙겨주고 매일 똥오줌 패드를 갈아주며

자주 샴푸로 온몸 씻겨주고 털을 깎아주는 등 오래 집을 비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부부가 함께 외박하기는 정말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가 같이 해외에

한번 나가려면 너를 어디다 맡겨야 할지 그 걱정 때문에 정말 어려움이 많았단다

 

이제 네가 우리 곁을 떠나간다면 다시는 헤어지는 아품이 싫고 네와 즐거웠던 기억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맞지는 않을 거야, 그곳에 가서 편히 잠들어라 정말 고맙다

네로 인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정말 행복했었기에 언제까지나 너를 그리워할거야 !! 

 

 

10 Comments
서피현 2017.10.08 03:36  
정말 뜬금없는 글이긴 하지만 뭔가 뭉클하네요
공수래 2017.10.08 18:06  
정이란게 그렇게 크고 깊은 건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진파리 2017.10.08 06:51  
저도 2년전에 우리 슈나 먼저보내고
아직 다른아이 못들이고 있어요.앞으로도 그럴것 같구요.
제방 서랍장위엔
사진.유골함.사리함.목걸이 등 우리 슈나 유품들이 놓여 있고요
우리 가족들 핸드폰 바탕화면은 다 슈나사진 이지요.
노총각으로 보낸건 좀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15년을 살았고 노환에 호상이라 미안한 마음은 좀 덜해요.
그냥 그립고 보고 싶을뿐~
공수래 2017.10.08 18:08  
그 애절한 마음 이해가 됩니다
고구마 2017.10.08 17:08  
저는 동물을 키워본적이 없어서 그 절절한 마음을 감히 이해는 못하지만서도...
글 한줄한줄에 애정과 만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마음, 그리고 슬픔이 있는걸 분명히 느끼겠습니다.
공수래 2017.10.08 18:35  
17년을 같이 살다보니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 되었지요
나이들어서 마누라와는 각방 쓰는데 현미와는 같은방에서 살갖을 맞대고 자요
아무리 혼을 내어도 자다보면 어느새 내옆으로 붙어요 낮에 혼자 집 지키다보니
외로워서 우울증이 걸려서 그렇대요 여름밤에는 내등어리에 불덩어리 하나가 붙어있고
겨울밤에는 난로가 되어서  따뜻해요 그러니 성가셔도 자주 샴푸로 목욕을 시켜야해요
진파리 2017.10.08 19:24  
제일 기억이 나는게
낮에 들어오면 아파트 현관에서 무쟈게 반겨 주는데
밤에 술먹고 늦게 들어가면
현관문 비밀번호 누를때는 앞에서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식탁 밑에서 내 눈치보기 하던게 기억나요.
그놈아 나름대로
대장이 얼마나 취했는지를 가늠하는 거지요.
오라고 손짓하면
낮은포복으로 오다가 발랑 뒤집어서 애교 떠는모습~
참 그립네요.
공수래 2017.10.08 20:49  
옛날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할 수없이 소주 한잔 하면서 멍멍탕을 먹기도 했지요
집에 돌아와서 술취해 자고있는데 강아지가 혓바닥으로 내입술을 핣아먹고있드라구요
얼마나 미안하고 죄스럽고 놀랐던지 그 다음부터는 보신탕 근방에도 가지 않아요
뿌나러브 2017.10.10 22:13  
공수래님 글을 읽고 현미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가 느껴집니다. 더불어 2년 전 떠나보낸 저희 골리가 생각이 나내요. 제가 혼자 방황하던 시절에 저희집에 와 녀석 덕분에 진로도 정하게 되었는데 11년을 저희집의 막둥이로 모두에게 행복을 주고 떠나갔죠. 녀석을 내가 지켜주겠다고 진로도 그 쪽으로 정했는데 6개월 암투병을 동거동락하며  보내던 중 제가 잠시 자리 비운 사이 심장마비로 급하게 가버렸내요. 2년이나 지났지만 감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이  남아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지금 현미와 함께할 수 있을 때 한번이라도 더 보고 한번이라도 더 만져주세요.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어떤 댓가를 치뤄도 다시 누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현미와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공수래 2017.10.10 23:40  
나만 가슴 아파하는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사연을 가지신 분이 많네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