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과 [김생민의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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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과 [김생민의 영수증]

Cal 14 485

제가 자랄 때에는, 안목도 짧고 경험도 없으니 그냥 우리 부모님은 우리 부모님이구나 했는데

한 분은 팔순을 넘으시고, 또 한 분은 팔순에 가까워지시는 요즘, 이분들을 뵙고 있으면

이분들이 괜히 KS이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은 저보고, 부모님처럼 늙을 수 있다면 치매 따위는 걱정 없겠다고 하고요.

하여간 요즘 우리 부모님의 입맛에 딱 맞는 프로그램 두 개가 등장했으니

하나는 [팬텀싱어 2]이고, 또 하나는 [김생민의 영수증]입니다.

팬텀싱어 시즌 1을 할 때부터 그렇게 보시라고 보시라고 하는 제 권유를 귓등으로 들으시더니

뒤늦게 시즌 2에 빠지셔서, 시즌 1은 다시보기로 다 보셨다고들 합니다.

다만 저하고 최애 싱어에 대한 입맛이 완전 달라서,

팬심으로 함께 불타오를 수 없다는 것이 유감이네요.

[김생민의 영수증]에 대해서는, 저는 팟캐스트 때부터 소문을 들어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부모님께서는 지상파에 진출한 이후에 애청자가 되신 모양입니다.

 

[큰아버지를 문병가려고 차를 가지고 왔었는데, 나중에 보니 주차비가 4000원이나 나왔더라.

효도 스뜌삣~ 이었어.

그래서 다음부턴 꼭 버스 타고 다닌다]

 

한평생 살림의 경쟁 상대를 독일 주부로 삼으셨던 우리 엄마께서 제게 하셨던 말입니다.

우리 아빠와 11살 차이나시는 큰아버지가 동생들을 다 아버지처럼 길러 주신 덕분에

저희 부모님께서는 할아버지 대신 큰아버지를 부모처럼 여기고 모셨었거든요.

하지만 가족에게 드는 비용은 그게 무엇이든 스뜌삣이 아닌 그뤠잇~  아닌가요?

부모님께서는 김생민씨가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나는 형 같은 개그 안 해요]

라는 태도를 보였던 것까지도 굉장히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두 분 다 그 질문을 했던 상대방을(봉숭아 학당에서 잘 안 된 개그맨의 구체적인 이름을 물었던) 

퇴출하자고 만든 사이트에 서명까지 하셨나 보더라고요.

대체 그런 사람을 우리 나라에서 누가 좋아한다고 계속 TV에 나오느냐시면서요.

 

마무리로, 부모님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넌 우리 집안의 YOLO족이지만, 그럴 수 있는 것도 네 팔자지, 뭐]

 

네가 욜로족 따위인 것은 매우 유감이지만,

그렇게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은 우리도 기쁘다, 하는 더블 뉘앙스가 잔뜩 느껴지네요.

아니, 노친네들이 YOLO라는 말까지 아셔? 하고 놀라면서, 제가 왜 YOLO족이냐고 물으니

[너처럼 혼자 훌쩍 여행가고 하는 사람이 욜로족인 거 아니냐?]

라고 하시더군요.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서, 저도 우리 집안 욜로족을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욜로족이지만, 저도 부모님을 보고 자란 욜로족이라서

절약하려고 노력해서가 아니라 그냥 습관이 몸에 배어 있거든요.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어찌나 감동을 받았는지

다음과 같은 글을 태사랑 카페에 써 봤는데, 별로 호응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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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프로그램은 안 봤고, 팟빵에서 몇 개 방송을 들었지만

절약으로 큰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준다는 점에서 정말 유익한 방송인 것 같아요.

20세기의 우리나라는 분명히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는 절약 조장의 사회였는데

요즘은 어쩐지 YOLO 등등을 내세우면서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가 된 듯하네요.

더구나 여행이라는 게, 원래 돈을 모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소비적인 일이라서

여행과 절약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여행 중에도 절약하는 기쁨을 알아간다면, 한 번 여행갈 거 두 번 갈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사랑 사이트에서는 하도 경제적 여행의 고수들이 많으셔서 명함도 못 내밀겠지만

방콕처럼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도시에서도, 쓸 거 다 쓰고 살 거 다 사고 할 거 다 하면서도

하루에 500바트 정도만 쓰면서 정말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제 여행 가계부 중 일부를 올려보겠습니다.

김생민씨가 이걸 보고 [Stupid!] 또는 [I like it!]을 몇 번 외치실지 저도 궁금하네요.

 

제 1일]


6043바트로 시작 


20



제 2일]


6023바트로 시작


10

20

롯뚜 29

BTS 1일권 140

터미널 21 300(첫날이라서, 푸드코트 카드 충전을 300바트 해 놓았습니다.  이 중에서 닭고기밥 30 씀)

바이부아복과 안찬 주스 7 99

차옌아이스 45

카무 블랙티 39

오드리 카페의 마일로 오페라 케이크 1+1  135

적선 6

테스코 64.5(두유 50/튀긴 계란 14.5)

팁 미리 떼어 놓음 20 


886바트 씀


제 3일]


5116바트로 시작 

 

프라카농행 버스 6.5

프라카농-시나카린 간의 뱃삯 15

시컨스퀘어행 롯뚜 10

포켓몬 유심 49

쇠고기국수+ 60+10=70

207번 버스 12

중간에 헤매다 탄 버스 8

결국 길 찾는 거 포기하고 탄 택시 41

멜론 38.5

간식용으로 계란 4 32

간꼬치 3 15

망고스틴 2킬로 60(길에서 망고스틴 트럭 만남)

온눗행 버스 13 

 

370바트 씀(너무 길 헤매다가 2바트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는 날)

 

 

제 4일]

 


4744바트로 시작 


BTS 원데이패스 140

닭고기밥 50

빅씨 100.25(중국생선 36.75/에그타르트 2 26/밀크푸딩 12.50/두유 25)

케이크 40

센트럴 248(연어 199/채소구이 49)

팁 미리 떼어 놓음 20 


599바트 씀

 

 

제 5일]

 


4145바트로 시작 


버스 15(진짜 이것밖에 지출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사흘 동안, 전날 샀던 연어 199만 먹게 되어서.

숨겨진 스토리가 좀 깁니다)

 

 

제 6일]

 

4130바트로 시작 


빅씨 147.50(캔털루프 20.5+22//망고스틴 42.5+62.5)

7-11  44(두유 14/라임주스 15*2)

버스 13

7-11  샌드위치 35

랍짱 20

팁 미리 빼 놓음 20 


280바트 씀(연어의 느끼함에 질려서 과일만 잔뜩 먹은 날)

 

 

제 7일]


3851바트로 시작


3 day MRT pass 230

택시 40

소시지빵 1+1 29

차놈 19

독일족발 88

탑스 248.75(멜론 100/버섯볶음 39*2/샌드위치 29.5/아몬드 크라상 41.25)

7-11 57(물 두 병 28/타이 티 두유 14/컵라면 15) 


712바트 씀


제 8일]

 

3139바트로 시작 

 

헌금 300

장미차 45

(터미널 21 똠얌국수 30/볶음국수 25.  카드 잔액 215)

두유 14

짜뚜짝 스카프 180

적선 10

탑스 464

(동파육 72/닭 감자 카레 73.5/버섯 39*2/갈비국 39*2/시금치라자냐 54/라자냐 49/사과주스 49)

 

1013바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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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랑에 얼마나 절약 고수님들이 많이 모여 계시는지 압니다.
우리 한 번 같이 [스튜삣~]  [그뤠잇~] 이런 거 해 봐요.

서로 가계부를 비교해 보면서요. 

괜찮지 않을까요?

 

 

 


 

14 Comments
이열리 2017.09.06 21:35  
칼님이시네요!!
만약에 저렇게 돌아다니다보니 그다지 돈나갈곳이 없고 그랬다면 이해하고 하겠는데......
딱 저렇게 정해놓고 하라면 못할것 같아요..
하루에 다들 천밧은 쓰지 않으려나 싶은데 ㅜㅜ
Cal 2017.09.06 22:38  
그렇겠네요, 저도 정해 놓고 [딱 얼마씩] 이래 본 적은 한 번도 없네요!  그냥 하루를 지내고 계산해 보면 평균 500밧 정도 쓰는 것 같아요.
ggalssamin 2017.09.07 06:51  
님처럼 내 씀씀이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태국 한달 100만원으로 살기 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나누도록 해보겠습니다...
글 유용하게 잘 보았습니다...
Cal 2017.09.07 13:58  
반갑습니다!  저도 그 결과에 관심이 가네요.  저도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인데, 경험해 보시고 꼭 알려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필리핀 2017.09.07 07:23  
칼님... 칼 같으시네요! ^--^
Cal 2017.09.07 13:59  
아이고, 별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적도 2017.09.07 10:40  
음...가능하지 않습니다.
흡연과 음주에 쩌든 제게는....
Cal 2017.09.07 14:01  
흡연과 음주, 그렇군요.  그 항목 이외에는 낭비는 안 하실 분으로 느껴집니다!  저도 이전에는 몰랐는데, [김생민의 영수증]을 듣고 보니 음주와, 여자의 경우에는 화장에서 정말 많은 돈이 지출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적도 2017.09.07 15:47  
김생민이 굳다는 것은 들어 왔었는 데 그런 프로그램은 처음 알았어요.
참 중요하긴한데,  친구와 술값 계산시 손이 빠르다는 것 대개 카드를 사용하니
영수증을 볼 필요도 없어요  카드사 홈피에서 한달간 사용내역 뽑아보면 씀씀이가 나오거든요
먹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집사람은 무농약, 무항생제를 고집 하기 때문에 원 재료값은
조금 더 든다는 것이외에는요. 태국에서도 레지던스에서는 거의 사서 직접 조리하는데
 짒사람 매식을 안좋아해요. 고기도 안좋아하고 그래도 칼님 보다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짒사람 그러면서 두리안을 좋아해요. 그래 태국아니면 언제 사먹겠냐 하면서 사죠.
저는 안먹어요 냄새도 싫고....
Cal 2017.09.07 16:48  
정말 착실하고 꼼꼼하게 가계를 운영하시는 부인이 계시는군요!
고구마 2017.09.07 10:51  
저희는 둘이 다니면 식비가 서너배로 뛰는게 문제여요.
혼자는 간단한 단품식사 로 끼니를 해결하는데 ,둘이선 뷔페도 가고 거기다가 제 군것질까지...ㅠㅠ
요즘 치앙마이의 독일식당 음식생각에 빠져있는데요.  우리입엔 제일 잘맞는 웨스턴 푸드가  바로 독일식당이라.....
독일주부셨던 칼님 부모님 이야기 들으니 ...맥락없지만 반가운 맘이 들었어요.
Cal 2017.09.07 14:04  
저는 오히려 고구마님 내외의 시골 기행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싸디 싼 지역 시장에서 저렇게 싸디 싼 농산물을 구입해서 방에서 오순도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아요!  뭐 두 분이서 좋은 곳에 가셔서 좋은 것을 드실 때도 많겠지만요.  그리고 독일 음식에 대해서는, 무 여라만과 독일식 소시지가 수퍼마켓 식품대에서 그렇게 인기인 것을 보면 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유럽 음식은 독일 음식이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고구마님 부부에게 사랑받고 있는 음식이군요!
thinkkjs 2017.09.08 14:56  
요새 저도 김생민의 영수증 열심히 보고있습니다 ㅎㅎ 제일 볼만한거같아요
Cal 2017.09.09 02:03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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