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어...
지지난 겨울이었습니다.
저녁나절 즈음
은빛 머리색 자그마한 할머니 한분이
커피 집 문을 조금 열고 내부를 들여 다 보고 가시더군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지요.
그리고
웬 젊은 사람이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원두를 조용히 사서 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은빛 머리색의 할머니가 들어오셨어요.
할머니 말씀이
작은 손주가 여기 위치를 설명해 줘서 큰손주랑 커피 사러 왔다고...
좀 전에 커피 사간 청년이 큰 손주 라고...
그래서 제가 여쭤 보았지요.
작은 손주가 어떻게 생긴 학생이냐고...
할머니가 손주를 설명하시는데
그 손주는 바로 그 학생이었습니다.
너무 뜻밖이었어요.
작은 손주가 유학 가면서
가족들에게 제 가게 위치를 설명하고 상호를 메모해 놓았던 겁니다.
마침 멀리 있다가 집으로 돌아 온 큰손주가
커피 먹고 싶다고 하니
큰손주를 데리고 저희 가게를 찾아 오셨던 거였더군요.
처음 저희 가게를 들여 다 보고 가신 것은
제 가게가 맞는지 확인하려 하셨던 거고
골목에 오랫동안 주차 할 수 없었기에
할머니가 차에 계시고 큰손주를 커피 사러 보내신 거였고
그리고 다시 큰손주가 차에 있고
할머니가 저를 보러 오셨던 거였어요.
할머니는 제 손을 잡으시면서
“우리 손주가 집에(저를 지칭 하심) 얘길 많이 해서
한번 꼭 보고 싶었다고...
이렇게 와서 보고 가니 참 좋다고“
그리고
골목에 주차를 오래 할 수 없어서 그만 가셔야 겠다고...
저는 할머니께
따뜻한 커피 한 잔 드리겠다고 하니
괜찮다고 극구 만류를 하셨지만
그때가 겨울이었던 지라
급히 커피 한 잔을 뽑아 종이컵에 담아 드렸어요.
할머니는
커피를 받아 들고
그럼 우리 큰손주가 커피를 좋아해서 큰손주 줘야 겠다 하시면서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만나서 반가웠다고 하시면서 가게를 나가셨어요.
할머니가 떠나신 후
잠시 저는 멍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할머니랑 잠시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것은
참 단아하시고 정갈하시다란 느낌이었어요.
그 느낌은 마치
어렸을 때 본 빙어처럼
할머니는 투명하셨어요.
사람이 빙어처럼 투명 할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이 학생은 집에서 제 얘기를 자주 했던 모양이에요.
할머니가 다녀가신 후
방학이 되어 처음 한국들어온 그 학생은
아버지랑 함께 저희 가게를 왔었지요.
그때
제가 물어봤었어요.
할머니는 참 고우시다고...
고생 한번 안해 보신듯하다고
너무 맑고 단아하고 정갈하셔서
마치 빙어처럼 투명하신거 같다고...
그 학생의 말은 전혀 뜻밖이었어요
할머니는 6.25때 북에서 내려오셔서
노점도 하시고 엄청 고생 많이 하셨다고
옛날 얘기를 자주 해 주신다고...
어쩌다 보니 그학생의 가족중 어머니만 못 뵙고
다 뵙게 되었어요.
그 학생의 어머니도 한 번 오고 싶어 하신다는데
일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못 오신다고 ...
그 학생의 아버지나 할머니를 뵈면서
이 학생이 커피 집 아줌마랑 잘 대화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가정 환경에서 자란 탓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왠지
아랫글을 읽으신 분들이
이 학생이 궁금하실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또
두서없이 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