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가는 로빈투어 – 파리] 7. 프랑스 최고의 바게뜨와 뜻밖의 행운
늦은 저녁식사 후 여독에 쓰러져 숙소에 오자마자 잠들었던 우리는 다음날 아침 아주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고갱님들이 일어나셔서 나도 일어나졌다. 그럼 아침산책을 한 번 가볼까 싶어서 슬쩍 구글신에게 물어보니, 마침 집 근처에 있는 프랑스 최고의 바게뜨 집이 곧 문을 연다고 한다. 고갱님1과 함께 집을 나섰다. 방콕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나갈때에는 세수 안하고... 동네의 아침풍경은 어제 처음 본 밤풍경과는 당연하게도 그 느낌이 매우 달랐다. 아침이 더 예쁘다. 오며가며 본 팡테옹도 어제밤보다 더 예뻤다. 아침이라 무섭지도 않았고, 거리가 잘 보여서 더 좋았다.
구글신이 가르쳐주는대로 길을 따라 프랑스 최고 바게뜨 집(라 빠리지엔느)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상가 앞 공터에 열린 파머스마켓 같은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이런건 또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냉큼 구경했는데, 어머나 세상에! 치즈가 치즈가~ 어우~. 말도 못하게 다양한 치즈가 좌아악 펼쳐져서 우리를 유혹한다. ‘나를 먹어줘~’ 재빨리 바게뜨와 크로와상을 사고 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쯤에서 소개하자면, 고갱님1은 치즈는 다 좋아하시는 분이다. 우리는 비행기표를 산 시점부터 가면 치즈 왕창 먹고 오자고 은밀한 약속을 했던 사이다. 두어가지 치즈를 골라서 샀다. 겉은 말라있지만 속은 크림치즈 비슷한 질감의 치즈랑, 컵에 담긴 크림같은 치즈랑, 프랑스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염소젖으로 만든 콩테치즈를 샀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귀찮아 하더라도 치즈 이름을 다 물어볼걸 그랬다 싶다. 당시에 물어봤는데 잊어버린건가;
파리인데도 불구하고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로컬시장을 운 좋게도 일정 첫 날 만난 우리는 조금 흥분된 상태였다. 시작부터 뭔가 기분이 좋았다. 여행이 잘될 것 같은 좋은 예감!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셋팅한다. 사진처럼...
빵과 치즈님들, 그리고 체리!! 산딸기도 보인다.
쥬스는 가이드 취향대로 ‘살빠지는’ 자몽주스
아는 식당도 없고, 요리도 못하고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비행기를 탔던 가이드는 이렇게 첫 날 아침부터 진수성찬을 먹고 일정을 시작했다. 맛? 사진으로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 천상의 맛이었다. 딱딱하지 않고 촉촉 쫄깃한 바게뜨라니.. 백퍼센트 과즙쥬스라니.. 결이 살아있는 파삭한 크로와상이라니.. 그 맛을 돕는 완벽한 치즈라니.. 깊고 진한 맛의 푸딩이라니.. 환상적이었다.